|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5. 23. 선고 2019노10, 2019감노2(병합) 판결(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 주심 강문경 고법판사)
[범죄사실]
○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1999년생(만 20세) 남자임
■ 중증도 자폐성 장애, IQ 51, 사회연령도 7세 수준임
■ 조현병 증세가 동반되고, 강박장애가 있음
○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 아무런 이유 없이 4세 여자아이를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 집어 던져 뇌진탕 등 상해를 가함 ⇒ 상해죄
■ 이에 대하여 항의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1회 때려 폭행함 ⇒ 폭행죄
[재판 경과 및 결론]
■ 제1심
○ 피고인은 상해죄, 폭행죄로 기소되고, 치료감호가 청구됨
○ 제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됨(배심원 7명)
▸ 배심원들은 피고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5:2로 배척하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함
▸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 원 및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함
▸ 제1심은 배심원들의 평결에 따라 벌금 100만 원 및 치료감호를 선고함
■ 항소심
○ 피고인이 양형부당 및 치료감호처분 부당을 이유로 항소함
▸ 유무죄는 다투지 않음
○ 이 법원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판결의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대하여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할 것을 촉구함
[쟁점 정리]
■ 치료감호의 요건
▸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치료감호법’이라 약칭함) 제2조 제1항에서 ‘치료감호대상자’를 규정함
①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벌할 수 없거나,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cf) 형법 제10조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②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을 것
③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것
▸ 위 세 가지 요건이 갖추어지면 법원이 치료감호를 선고함
▸ 치료감호판결이 확정되면 최장 15년까지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됨
■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상해죄, 폭행죄를 저질러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임 ⇒ 위 ①요건 충족
▸ 상해죄는 법정형이 징역 7년 이하이고, 폭행죄는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임
■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됨 ⇒ 위 ③요건 충족
▸ 이 사건 범행 직전에도 치료감호가 청구되었으나 기각됨
- 검사는 재물손괴, 상해, 폭행 등을 원인 사실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함
- 위 법원은 기각판결을 선고함(기각 사유 : 폭력성이 오랜 기간 나타났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피고인 어머니의 탄원에 따라 단기보호시설에 입소할 경우 치료감호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음 등등)
- 그러나 단기보호시설에 입소한 후 3, 4일 만에 퇴소당하고, 20일이 지나지 않아 이 사건 범행에 이름
▸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재물손괴, 폭행,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거나 약식명령이 청구되었음
■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는지가 관건임 ⇒ 위 ②요건의 충족 여부가 쟁점
[판결의 취지]
■ 현행 치료감호제도
○ 국가는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치료감호시설로서 치료감호소와 지정법무병원을 설립하고, 위 목적에 부합하도록 이를 운영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함
▸ 치료감호법의 목적 :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제1조)
▸ 치료감호시설의 종류(제16조의2 제1항)
- 치료감호소 ⇒ 공주 치료감호소가 유일함
- 지정법무병원(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국립정신의료기관 중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기관)
○ 재판부는 치료감호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공주 치료감호소에 사실조회를 함
▸ 회신 내용
- 현재 공주 치료감호소에 자폐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이 수용되어 있기는 하나, 약물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언어치료 및 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음
- 공주 치료감호소에는 자폐장애의 특성을 가진 사람의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고, 특수재활치료 과정도 없음
■ 재판부의 문제 인식과 고민
○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적절한 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는데도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됨
○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명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법 규정에 부합하는 판단으로 보일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치료감호법에서 정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인 자유의 박탈에 그치는 것에 불과하며,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 아닌지 고민함
▸ 피고인의 어머니는 피고인을 치료감호소에 수용할 경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증상이 악화될 것이므로, 다른 시설에 입소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탄원함
▸ 피고인의 어머니는 홀로 피고인을 돌보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살아가고 있음
▸ 약물복용만으로는 피고인의 자폐장애를 호전시킬 방안이 되지 못하는데도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명하는 것은 향후 증세가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더 가혹한 처분일 수 있음
■ 재판부의 결론
○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선고함
▸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한 공주 치료감호소 전문의는 재범방지를 위하여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임 ⇒ 적어도 약물복용은 지속할 수 있음
▸ 피고인 어머니의 강력한 보호 의지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통한 재범방지 및 사회복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음
▸ 치료감호법에서 정한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란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감호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그러한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자폐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전문적․체계적 시설 및 프로그램이 현재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치료감호의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없음 ⇒ 법원은 법률에 따라 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고, 적정한 치료감호시설의 설립․운영은 국회의 입법, 정부의 집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판결의 집행 과정에 해당함
○ 다만 재판부는 판결의 집행을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함으로써 판결의 적정한 집행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촉구함
[판결의 의의]
■ 근래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됨 ⇒ 그러나 조현병 환자나 이 사건 피고인과 같은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하여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함
■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현재 그 가족들만 온전히 부담하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여야 함 ⇒ 이를 위하여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실태를 내실 있게 함으로써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함
■ 이 판결은 법원으로서는 현행법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밖에 없으나, 치료감호를 포함하여 현행 교정교화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기대하고 촉구하는 데 의의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