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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고의 임신사실이 알려지고 원고의 모친이 개입하고 나서야 혼인 이야기가 나온 점, 피고가 원고의 임신사실을 알고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원고 모친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약정서를 받은 후에야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혼인할 의사 없이 낙태를 시킬 목적으로 일단 원고에게 혼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한 후 원고와 피고가 만난 사실도 없고 원고와 피고 가족들 사이에 상견례를 가진 일도 없는 점, 혼인신고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손해배상금으로 2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 즉 약혼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그러나, 피고가 미성년자인 원고와 성관계를 가져 원고로 하여금 원하지 않던 임신을 하도록 한 점,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원고를 안심시켜 원고로 하여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하였음에도 수술 이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한 점, 미성년자인 원고는 성인에 비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 설령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하였더라도 임신에 관한 주의의무를 더 부담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3. 다만, 원고 역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경솔하게 길에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고 바로 성관계까지 가진 점 등을 고려하면, 약정서에서 정한 손해배상금 2억 원은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그 중 1,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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