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서울고등법원 격려 방문 인사말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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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일 | 2024-05-16 | 첨부파일 | 240516 서울고등법원 격려 방문 인사말씀(게시용).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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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서울고등법원 구성원 여러분!
올 3월, 충주지원에서 시작한 사법부 구성원 만남 일정이 오늘로 마무리됩니다.
전국 여러 법원에서 어려운 여건에도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모든 구성원의 열정과 헌신을 보며 너무도 감사했고, 큰 힘과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어렵고 중요한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고등법원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인 여러분과 함께 이 여정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인사청문회부터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여야 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지적한 사법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재판 지연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은 송사 자체의 어려움 뿐 아니라 재판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은 물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건 처리 속도를 보여주었던 과거 우리 법원의 모습을 고려해 본다면 현재 국민의 고통은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사실 우리 사법부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법관의 수는 부족하고, 법조일원화로 인해 법관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일할 여건은 조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검토해야 할 자료의 양은 폭증했으며, 법정에서 심리하는 횟수와 시간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가정법원, 회생법원 등에서 과거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한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부족한 인원과 시설도 나눠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전염병 사태로 인해 법정을 개정할 수 없어 사건이 쌓이면서 재판 지연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권자인 국민과 헌법이 명한 책무를 완수하여야 합니다.
저는 취임 이후 재판 지연 해소를 목표로 다양한 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법원장은 해결하기 힘든 장기 미제 사건 등의 재판을 직접 담당하게 되었고 법관은 동일한 사무분담을 1년씩 더 하기로 하였으며, 사무국장은 사법보좌관을 겸임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판결서 작성 적정화와 조정 제도 및 감정제도 개선 시도가 이루어지는 등 재판 제도 변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 의견을 구하기 위한 자문 기구도 곧 출범할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하나가 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열악한 처우와 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서 부담만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가득합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근래 몇 년 동안 사법부의 예산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43%에서 0.33%로 감소하였습니다. 사법부의 예산이 감소한 시점과 맞물려 장기 미제 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사법부의 예산 감소는 재판 지연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었을 뿐 아니라, 법률 분쟁의 장기화로 국가 경제, 국제 경쟁력 및 사법부의 국제적 위상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영국, 벨기에, 싱가포르 등은 사법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재판 지연을 개선하는 등 사법 개혁의 성과를 거두어 국민의 신뢰와 함께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예산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리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고충을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재판 지연 문제의 해결은 물론 어떤 상황에도 반드시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재판 지연의 해소가 시급하다 하여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편의적인 방법과 제도에 의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법부는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받들어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해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일부의 칭찬과 비방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 전체의 관심과 응원을 기대합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상품과 문화·예술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이 늘 소비자를 위한 철저한 준비였듯, 우리도 주권자인 국민 전체에 봉사하는 자세를 가지고 국민이 사법부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살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법원장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사법부 구성원의 노력을 지원하고 그러한 노력이 국민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회에서 「법관 증원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가 진행되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사법부의 상황이 심각함을 인식하고, 우리의 변화 노력을 응원해 주는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국민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법안을 제출해 준 정부와 통과에 청신호를 켜 준 국회, 그동안 다각도로 성원해 준 언론에도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우리 모두 최종 통과에 힘을 쏟아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서울고등법원 구성원 여러분!
힘든 사건이 많은 서울고등법원에 와서 무거운 이야기로 간담회를 시작하게 되어 미안합니다.
저의 오랜 바람은 눈 뜨면 출근하고 싶어지고 퇴근할 때는 보람을 느끼는 법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나고 보람찬 법원이 되어야 오랫동안 꾸준히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오늘 간담회는 그러한 법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과 요구 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입니다. 우리 법관과 직원의 수준이나 열정은 세계적임에도 그동안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정하는 틀에 갇히게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재판과 사법행정의 현장에서 각자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추구하려는 업무의 개선 요청이나 제안을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4. 5. 16. 대법원장 조 희 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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