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신임 법관 임명식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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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일 | 2020-10-20 | 첨부파일 | (201020)_신임법관 임명식사.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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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법관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법관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여러분을 사법부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하셨지만 오늘의 영광스러운 여러분이 있기까지 헌신을 아끼지 않으신 가족들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7명, 36명, 80명이라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신임법관을 임명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오늘 여러분 155명을 사법부의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재야 법조, 검찰, 공공기관 등 법조의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남다른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았습니다. 다른 법조 영역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비롯하여 법정에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생각이나 문제의식은 앞으로 여러분이 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귀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훌륭한 법관으로 성장함으로써 법조일원화의 취지가 튼튼하게 뿌리내리기를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이 되는 것보다는 법관이 되어서 무엇을 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여러분 모두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법관의 꿈을 키워 오면서 법관이 되면 어떤 법관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꿈꾸어 온 것은 모두 우리 사회가 성숙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꿈꾸어 온 것을 법관이 되어 실천하지 못한다면 법관이 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법관으로 임용된 것은 여러분의 꿈을 실현할 발판을 마련한 것일 뿐입니다. 저는 취임한 이후 모든 법관의 꿈이 한곳으로 모인다고 보고 그것을 ‘좋은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법관이 된 이상 ‘좋은 재판’을 하는 것이 여러분의 꿈과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여러분의 핵심적인 임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재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국민은 여러분이 풍부한 식견과 통찰력,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 그리고 균형 감각과 공정성을 갖추고 ‘좋은 재판 실현’이라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리라는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좋은 재판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재판을 잘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법관이 하는 재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법관이 된 기쁨과 함께 여러분이 수행해야 할 임무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법원별 사무분담위원회 설치, 경력대등재판부 구성,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 폐지 등 사법행정과 관련한 여러 변화가 있었고, 사법부 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종전의 불합리한 요소를 극복하고 보다 바람직한 사법부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한 변화가 완성되어 새로운 문화나 의식이 튼튼하게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법부의 새로운 문화는 좋은 재판 실현이라는 법관의 본질적인 임무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들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법관들과의 소통은 여러분이 좋은 재판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동료 법관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법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은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법원을 찾습니다. 국민은 법관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리라고 기대합니다. 항상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법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존경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에게는 재판의 독립을 수호해야 할 숭고한 사명이 있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사건이나, 판결과 국민의 법 감정 사이에 차이가 큰 사건 등에서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판사 개인을 비난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 대립, 분열과 이에 따른 상호 공격, 비난의 모습이 재판의 영역에까지 옮아 와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법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으로써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여야 합니다. 법관은 결연한 의지와 불굴의 용기를 가져야 하고 일신의 편안함과 같은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이 있더라도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고 두려워해서도 안 됩니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당당히 맞서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를 재판을 통해 선언해야 합니다. 그것은 국민의 정당한 기대이자 명령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대법원장으로서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는 것은 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새로운 요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재판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어려움은 사법부에도 그 역할과 절차에 관하여 다시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친애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은 사회의 공적인 가치에 헌신하는 국민의 공복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언행이 청렴성과 공정성을 손상시키지 않는지 항상 돌아보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재판 당사자와는 친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법정에서 법복을 입고 법대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로 당사자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권위를 내려놓고 당사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한 화광동진(和光同塵), 즉 빛을 부드럽게 하여 세상과 함께한다는 뜻을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자신을 계발시키는 데에도 정진하기 바랍니다. 총명함과 탁월한 법률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여러 계층의 갈등이 분출되는 상황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하여도 자신이 혹시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만이 법관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덕목을 갖출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이 기쁜 순간에 마스크를 쓰고 동료들과 거리를 두면서 홀로 앉아 있습니다. 다소 아쉬운 오늘과 같은 모습은 아마 앞으로 여러분들이 걸어가야 할 그리고 이루어 가야 할 법관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동료와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궁극적으로 의지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법관 선서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끊임없이 사실의 발견과 법의 해석에 전념하고 결과에 대하여 고심하고 또 고심하십시오. 그렇게 할 때 우리가 꿈꾸는 참된 법관과 법원의 모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여러분 모두 법관을 지망하면서 가졌던 꿈을 실현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사법부가 점점 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임명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여러분과 가족들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10. 20. 대법원장 김 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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