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시무식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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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일 | 2020-01-02 | 첨부파일 | 2020년 시무식사.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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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기쁨과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지난 한 해 오직 국민과 사법부를 위한다는 책임감으로 열과 성을 다해주신 법원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묵묵히 각자의 역할을 다해 주신 덕분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법부가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친애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지난 몇 년간 사법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법행정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수평적 회의체에서 논의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의 출범, 고등법원 부장판사 신규보임의 중단, 법원장 보임에 소속 법관의 의사를 반영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실시, 법원행정처의 상근 법관을 대신하여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할 외부 전문인력의 채용 등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목적은 오로지 사법부를 다시금 우리 국민께 되돌려드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일어난 여러 변화에도, 여전히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하여 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과 사법관료화 방지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사법행정회의의 신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의 폐지 등이 입법을 통해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합니다. 아울러 상고제도의 개선,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원로판사 제도의 도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접근성 증대 등을 비롯한 각종 개혁 작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법부를 재판 중심이라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꼭 필요한 한 걸음, 한 걸음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취임 당시부터 ‘좋은 재판’이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습니다. 올해는 좋은 재판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실 있게 실천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좋은 재판’은 무엇보다 ‘성심을 다하는 재판’이어야 합니다. 어떠한 재판이든 그 안에는 누군가의 삶이 녹아들어 있고 그 삶의 무게에는 경중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재판당사자의 진정한 승복과 만족은 그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경청하고 살피며 숙고하는 충실한 심리의 과정에서 출발합니다. 우리의 재판이 효율성과 신속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작 재판의 만족도와 신뢰도에 관한 평가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약용 선생께서 말씀하신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라는 말의 뜻을 우리 구성원 모두가 항상 가슴 깊이 되새기며 재판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경력대등합의부를 확대하여 운영하고자 하는 것도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법관들이 보다 충실하게 심리하고 논쟁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이 바라는 좋은 재판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시험 중심의 법원공무원 승진제도를 개선하려는 것 역시 오로지 재판의 최일선에서 본연의 업무에 성심을 다하는 사람이 높게 평가받아 재판 중심의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함입니다.
사랑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는 오로지 국민들만이 온전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재판권을 위임받아 행사하고 있으므로 좋은 재판으로 보답하고 있는지를 국민들로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받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국민들이 손쉽게 판결서를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확정된 사건은 물론 미확정 사건에까지 판결서 공개의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국민께 되돌려드릴 좋은 재판에 관한 책임 있는 평가를 받고자 함입니다. 또한 지난달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논의된 변호사에 의한 법관 평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재판에 대해 법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엄중한 평가를 받아 성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은 재판을 구현하고자 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성심을 다하는 재판을 수행하기에 주어진 사건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리해야 할 사건이 쌓여있다고 해서 좋은 재판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성심을 다하는 훌륭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판결에 의하지 않는 분쟁해결절차의 활성화와 재판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법관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노력을 지속함과 함께, 법관 및 재판연구원 등 재판에 필요한 인력의 확충을 위해서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좋은 재판의 전제인 법관의 독립을 위협하는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 소신껏 재판할 수 있는 여건을 굳건히 지키는 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지금 바로 좋은 재판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미래의 사법부가 좋은 재판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이제는 시작해야 합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은 변화에 대비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에 이르고 마는 시대입니다.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법원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당시의 여러 우려를 무릅쓰고 등기전산화를 이루고 전자소송을 도입한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한 결단과 노력처럼 우리도 이제 미래의 사법부를 대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구축, 미래등기 시스템구축 사업은 벌써 오래 되어버린 현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구축함으로써 사법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형사재판에서도 전자소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미래를 위한 노력은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미래 사법부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해 나갑시다. 지금 씨앗을 뿌린다고 해서 당장 나무가 자라고 과실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씨앗을 뿌리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미래 사법부를 위한 우리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올해는 질 좋은 사법서비스를 위해 우리 법원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환자가 지치거나 일에 쫓기는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기고 싶지 않듯이, 법원을 찾는 국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할 때 보다 좋은 재판,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기 위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고안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재판업무에 종사하는 것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성심을 다하는 재판과 훌륭한 사법서비스가 오랜 기간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우리 모두 더욱 노력합시다.
존경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사법부가 처해 있는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사법부를 국민께 되돌려 드리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는 일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 길이 고단하고 힘든 여정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사법부에 따뜻한 손길을 다시 내미는 그날까지 우리는 묵묵히 그 여정을 계속해야 합니다. 사법권의 원천인 국민의 기대와 사법부에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생각한다면, 힘들더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갑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서 뚜벅뚜벅 나아갑시다. 국민을 바라보며 성심을 다하여 떳떳하게 일하고, 국민으로부터 받은 평가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며, 미래 사회와 미래 사법부를 위하여 한 발, 한 발 나아갑시다. 우리 모두가 이를 새기고 각자의 위치에서 성심을 다한다면, 국민들도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법원을 찾게 될 것입니다.
힘든 시기 가운데서도 지난 한 해 여러분이 보여 준 헌신과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0. 1. 2.
대법원장 김 명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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