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사법정책연구원 국제 콘퍼런스 대회사 | ||
|---|---|---|---|
| 행사일 | 2018-12-04 | 첨부파일 | 사법정책연구원국제콘퍼런스 대회사.hwp |
|
컨퍼런스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사법정책연구원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국제 컨퍼런스를 공동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컨퍼런스를 후원하는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번 행사를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주신 저명하신 학자, 법률가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행사는 올해 출범한 ‘세계 사법청렴성 네트워크(Global Judicial Integrity Network)’ 소속 전 세계 법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법정책연구원과 ‘세계 사법청렴성 네트워크’가 협력하여 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을 더욱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세계 사법청렴성 네트워크’의 첫 전문가 모임인 ‘젠더 관련 사법청렴성 이슈에 대한 전문가그룹 회의(Expert Group Meeting on Gender-Related Judicial Integrity Issues)’가 이번 컨퍼런스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것 또한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반만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에 걸맞게 사법제도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3심제에 해당하는 금부삼복법(禁府三覆法)은 조선왕조 초기인 15세기 초부터 이미 시행되었습니다. 지금부터 200년 전인 1818년 당대 최고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송사를 처리하는 근본은 성의에 있고, 성의의 근본은 홀로 있을 때 마음가짐과 행동을 삼가 참되게 하는 데 있다(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라는 유명한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당시 법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관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을 제시한 것입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공정하고 좋은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가치입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지원으로 ‘법관청렴그룹(Judicial Integrity Group)’이 마련한 ‘뱅갈로어 법관행동준칙(The Bangalore Principles of Judicial Conduct)’도 사법부의 독립이 법의 지배(rule of law)와 공정한 재판의 근본적 보장(guarantee of a fair trial)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법관들이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도 그 책임을 다 하여야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뱅갈로어 법관행동준칙 주석서에서 법관의 독립을 특권이 아니라 사법직무에 부여된 책임(Not privilege of, but responsibility attached to judicial office)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취지입니다.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현재 대부분의 세계 각국 법조계는 신뢰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률가라는 직업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위기는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관을 비롯한 법률가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회복한다면 그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법관 스스로 끊임없이 마음가짐과 행동을 삼가 참되게 하고 재판에 성의를 다하여야 한다는 목민심서의 위 구절은 현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모든 법관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지침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사법제도와 재판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환경평가 보고서(Doing Business)의 계약분쟁 해결을 위한 사법제도(Enforcing Contracts) 항목에서 2012년부터 계속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2018년도에는 1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끊임없이 대응하면서 재판제도, 사법제도를 개선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분쟁의 양상도 복잡하여짐에 따라 소송에서도 다수의 당사자가 관련되고 그 내용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송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대형사건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 집단소송, 단체소송, 광역소송 등의 복잡분쟁 해결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행사 첫 세션에서 이러한 집단적 분쟁해결 방식을 비교분석해보고 각 제도의 장점을 취합한 미래형 분쟁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학기술 특히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사법제도와 재판 분야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화상재판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법정의 개념도 흔히 떠올리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여 법관과 당사자를 연결하는 가상적(virtual) 개념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두 번째 주제를 통하여 온라인 법원, 인터넷 법원의 개념과 발전방향에 대하여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국제 컨퍼런스의 대 주제는 “국제화와 우리 사법의 미래(The Future of Judiciary: A Global Perspective)”입니다.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국제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는 법적 분쟁 역시 빈번하게 국경을 초월하여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여 각국에서는 국제상사사건, 해사사건을 담당하는 전문법원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2018년부터 특허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제재판부’를 설치하여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사건에서는 영어 변론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싱가포르,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 등 국제사건에 관한 전문법원을 두고 있는 나라들의 경험을 공유하여 향후 대한민국 사법부의 발전과 교류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청렴성(Integrity)’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의는 행하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행하여지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Justice must not merely be done but must also be seen to be done)”라고 규정한 뱅갈로어 법관행동준칙 규정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컨퍼런스의 둘째 날 주제로 ‘사법의 투명성과 인공지능(Judicial Transparency and AI)’, ‘사법의 청렴성(Judicial Integrity)’을 채택한 것 역시 매우 적절합니다.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대처하기 힘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사법의 본질적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미래의 법관에게 최고 경쟁자는 인공지능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경청하며, 분명하지만 따뜻한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이 갖지 못하는 법관들의 장점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인공지능을 단순히 법관의 대체자나 경쟁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법의 투명성을 높여줄 유용한 도구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가자 여러분,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Tempus est optimus iudex)”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습니다. 이 말은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제대로 평가받게 되며, 그 때에 후회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삼가 참되게 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하여 시간보다 더 훌륭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시간을 앞서가는,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제도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사법부 역시 국제적 관점에서 우리 사법제도를 바라보고 미래에 더 밝은 사법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통찰을 얻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아가 우리 사법부의 경험을 세계 각국과 공유하여 국제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이번 컨퍼런스의 준비를 위하여 힘쓴 사법정책연구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12. 4. 대법원장 김 명 수 |
|||
| 이전글 | 신년사 |
|---|---|
| 다음글 | 故 이영구 판사 1주기 추모말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