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제55회 법의 날 기념식 축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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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일 | 2018-04-25 | 첨부파일 | 제55회 법의날.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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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법의 지배’라는 이념을 기리고자 법의 날을 만들고 기념한 것이 오늘로 55주년에 이르렀습니다. ‘법의 지배’는 국가와 사회가 자의적인 권력이나 개인의 의지 또는 폭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공정하고 객관적인 법규범에 의해 통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오늘, 제정 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가 변함없이 모여 이 날의 의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돌이켜 보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식민지배와 전쟁,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통치 등의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짧은 기간 내에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제적 성장과 민주사회로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와 함께 사법제도의 영역에서도 높은 국제적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바탕에는 국민들과 법조인 여러분들의 피와 땀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진정한 법치주의가 흔들림 없이 실현되고 있는 나라가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 분단의 현실과 급속한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희생되었던 법치주의가 오늘날 충분히 회복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헌법이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충실하게 보장되고 있는지도 부단히 살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흠결이 없었는지, 법을 집행함에 형평성을 잃은 경우가 없었는지, 법의 적용에 있어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 일은 없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다고 하는 지금에도, 국가권력에 의한 권한 남용과 일탈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법조직역에서 많은 분들이 오늘도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법이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며, 있는 그대로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도 아직 해소되지 못하였습니다. 법조인인 우리가 이러한 현실을 마냥 억울해 하고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올바로 운용했는지를 국민의 시각에서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실망을 뼈아프게 새기고,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법을 만들고 다루는 국가기관부터 솔선수범하여 법을 준수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입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법을 만들어야 하고, 행정부는 특권이나 차별 없이 공평하게 법을 집행하여야 합니다. 사법부는 오로지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국민의 권리 구제라는 소명을 다하여야 합니다. 국가기관이 먼저 법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우리 국민들도 법의 지배를 신뢰하고 법을 준수하게 될 것입니다. 편법과 거짓이 통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통합을 이루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막대한 비용을 소모할 수밖에 없고, 발전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의 지배’가 통용되지 않는 특권층이 존재한다는 국민들의 불신은, 사회를 뿌리부터 깊이 병들게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스스로 특권을 거부하고 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하여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법조인 여러분! 사법부는 투명한 절차와 공정한 결과로 국민이 수긍하고 감동하는 ‘좋은 재판’을 통하여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입니다.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 사회의 법적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심화되고 있는 계층간·세대간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한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법부는 그 운영과 재판에 대하여 건전한 비판과 감시를 겸허하게 수용할 것입니다. 다만, 때때로 외부에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하여 정도를 벗어난 공격을 가하는 것에 대하여는 우려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는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는 법관들을 위축시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고, 재판의 독립이 존중받지 못하면 그 피해는 개별 사건에서의 유·불리를 넘어 ‘법의 지배’라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도 깨지게 된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친애하는 법조인 여러분! 법의 각 영역에서 위임받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유혹을 이기고, 법이 지배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국민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노력한다면, 오늘 되새기는 ‘법의 지배’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깊이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각에도 법조 각 직역에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위임받은 역할을 수행하며 헌신하고 있는 모든 법조인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4. 25. 대법원장 김 명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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