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신임 법관 임명식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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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일 | 2017-12-01 | 첨부파일 | 신임 법관 임명식사.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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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롭게 법관으로 임명되신 스물 일곱분의 판사님들, 안녕하십니까.
선배 판사로서, 그리고 우리 사법부 모든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대법원장으로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가족분들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각자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공공기관 또는 검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동안 법조인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뛰어난 법률 지식은 물론이고, 법원 밖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판사, 성숙된 인격의 판사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여러분들이 법관으로 임명된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2005년 공표된 법조일원화 계획은 사법개혁의 핵심에 있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매년 상당수 법관을 법원 밖에서 경력을 쌓아온 법률가들 중에서 임용해 왔고, 2013년에는 사법연수원 수료자의 즉시 법관임용이 폐지되었으며, 3년 단기 법조경력자의 법관임용도 올해 2017년 여름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법조일원화는 현실이며 앞으로 잘 뿌리 내리는 일이 남았습니다. 저와 같이 예전 방식으로 법관이 된 선배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임용된 후배 여러분들이 앞으로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매우 큽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국민들 전체가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시고, 자긍심과 더불어 사법의 미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으로 법관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바랍니다.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재판을 잘하는 것입니다. 이제 법관의 길에 들어선 여러분은 좋은 재판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재판을 잘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누구도 재판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답을 대신 찾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은 헌법이 우리 법관에게 부과한 무거운 책무입니다. 일찍이 프란시스 베이컨은 ‘부당한 판결에서 맛보는 분노는 씀바귀와 같고, 땅에 판결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이 올바른 판결을 위한 법관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400년 전의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이 있습니다.
개별 재판을 온전히 독립하여 담당하는 법관들 각자가, 그 책임과 권한의 무게에 맞게 자신의 역량을 키워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고도의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수년 동안 법률가의 길을 걸어온 여러분들에게 오늘부터 다시 신임법관연수를 명하는 것은 이러한 법관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최대한 돕기 위한 것입니다.
신임법관 여러분!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현대 법률가의 역할도 상당 부분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라고들 합니다. 예컨대 유사 사례의 판례를 검색하고 비슷한 판결문을 찾아내는 일이 그렇겠지요. 그러나 재판은 지극히 인간적인 법관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재판은 단지 문제의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그 풀이과정 자체가 근본의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재판은 결론이 합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고 정당해야 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여러 층위의 갈등이 분출되는 시대에, 판사가 아무리 머리가 좋고 법률 지식이 많아도 혼자 책상에 앉아 기록을 반복하여 본다 한들 답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판사가 내린 그 결론에 대한 당사자들의 승복을 이끌어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올바른 결론이라는 것은 결국 법정에서 관계되는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대화와 투명하게 공개된 토론을 거쳐서 숙고했을 때에 다다를 수 있고, 그 정당성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재판 본연의 모습을 위한 솔직한 노력이 있을 때, 당사자들이 재판 결과를 의심 없이 존중하고 승복하는 성숙된 법조 문화도, 법의 지배가 사회 곳곳에 스며드는 법치주의 이상도 점차적으로 이루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친애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도 한 사람의 시민이고 일상의 크고 작은 애환에 울고 웃는 생활인입니다. 그러나 법관 개인의 평범함과, 법관이라는 직분의 고귀함과 무거운 책무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유혹이나 불안, 위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함과 청렴함은 사법부 최고의 가치인 재판의 독립을 지켜가는 법관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직업적 미덕입니다.
개인의 나약함은 개별 법관의 곁눈질이나 부적절한 처신, 굴복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일상에서 겸손과 소박함을 실천하고 자만과 유혹을 떨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매 순간순간 의식적인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사랑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있을 때에 다른 사람의 귀함도 안다고 합니다. 법관이라는 무거운 직분을 감당하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시고, 일상의 기쁨과 가족의 사랑에 감사하며, 오늘부터 매 순간 최선을 다하여 재판업무에 임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사법부 미래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날을 기대하면서, 끝으로 여러분 모두와 가족분들 앞날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12. 1.
대법원장 김 명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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