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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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일 | 2015-09-11 | 첨부파일 | 법원의 날 기념사.hw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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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한 여름의 뜨거웠던 열기가 식고 가을의 내음이 느껴지는 오늘, 여러모로 바쁘신 가운데도 대한민국 사법부의 출범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오늘, 일제 강점기 전에 빼앗겼던 사법 주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이양 받아 독립된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최초로 탄생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사법 주권 회복과 사법부 독립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자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지정하고, 첫 기념식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은 외세로부터의 독립, 즉 강제로 박탈당했던 사법 주권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사법 주권은 한일합병조약으로 대한제국의 국권이 상실되기 이전인 1909년, 기유각서가 체결됨으로써 박탈당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재판은 일본 법령에 따라 일본 글과 말로 이루어졌고, 우리 국민들은 통역의 도움도 없이 최소한의 절차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이 시기의 재판 과정에서 받았던 수모와 굴욕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사법 주권은 광복 이후에도 곧바로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미군정은 혼란한 시대 상황에서 조선총독부재판소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군정재판소 형태로 사법 주권을 계속 행사하였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법 주권을 가장 늦게 이양함으로써 국가권력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상실되었던 것이 바로 사법권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어두웠던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사법권이 얼마나 중요한 권력인지, ‘사법 주권’이나 ‘사법부 독립’과 같은 평범한 표현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한(恨)이 깃든 노력을 통해 지켜진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외세로부터의 독립이 이루어진 이후에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은 역사 발전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행정부로부터의 독립, 즉 ‘권력 분립’의 역사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독립된 사법권의 경험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미군정 체제 하에서도 사법부는 지금과 같은 3권 분립 형태의 사법부(司法府)가 아니라, 내무부・외무부 등과 같이 행정부에 소속된 일개 부처였다는 점에서 그 위상과 지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헌헌법이 사법부를 통치구조의 한 축으로 규정함으로써 법 형식으로는 3권 분립의 토대가 마련되었으나, 미군정이 사법권을 이양하지 않음에 따라 국회의 승인까지 받은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하지 못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대법원 청사에서 근무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1948년 9월 13일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 받음과 동시에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함으로써,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가 실질적으로 수립되고 헌법이 규정한 3권 분립의 본래적 의미가 구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법부가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것은 헌법 제정 권력이자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이 ‘3권 분립’이라는 헌법상 통치구조의 구성 원리를 승인함으로써, 사법부 독립을 위한 헌법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리하여 우리 국민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함과 동시에 사법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막중한 역할과 책임까지 부여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동안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사법 주권의 회복이나 사법부 수립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다소 소홀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적 고려와 함께 사법부 독립의 참된 의미와 역사적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사법부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과 국민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가슴 깊이 새기고자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기념하게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사법권의 침탈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약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렸던 대한민국 사법부는 그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결과 21세기에 이르러 세계 무대에서 비약적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미법과 대륙법의 각종 이론과 사법제도의 단순한 수요자 내지 수입자의 지위에서 탈피하여, 국민참여재판제도의 고안이나 도산제도의 발전과 같이 다른 나라의 제도와 이론을 우리의 상황과 처지에 맞게 독창적으로 발전시켜 한국식 사법제도를 창설함으로써 ‘모방’에서 ‘모범’으로 나아가는 국제사회의 전형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전자소송을 비롯한 사법정보화 역량과 베트남 법원연수원 역량강화사업이나 외국법관 초청연수 제도 등을 통해 그 능력을 검증받은 법관연수와 교육 역량은 대한민국 사법부로 하여금 사법제도의 공급자 겸 수출자의 지위에서 ‘사법 한류 시대’를 열어가게 하는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기조발제를 해주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님을 비롯하여 권오곤, 정창호, 박선기, 백강진 재판관님에 이르기까지 국제재판소와 국제기구에서 명성을 떨치고 계신 우리 법조인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과 모습은 바로 우리나라 사법의 현 위상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선배들의 이러한 국제적인 활약은 젊은 법관들로 하여금 단순히 국제회의 참가에 그치지 않고 국제규범 제정 과정에의 참여는 물론, 국제 학술대회의 개최에 이르기까지 진취적인 도전의식을 북돋우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의 행사가 대한민국 사법부의 탄생에서부터 과거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조망함과 동시에 미래까지 아우를 수 있는 혜안과 지혜를 얻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제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신 분들과 이 자리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기념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 9. 11.
대법원장 양 승 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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