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에세이 1]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한 따뜻한 시간들

강아지와 함께한 시간 

 

 

마음껏 에세이 1   I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한 따뜻한 시간들

글 김지은 실무관(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한 따뜻한 시간들

나의 반려견 ‘구름’이와의 첫 만남
구름이현재는 고향인 군산에 있어서 저와 떨어져 지내지만 제가 항상 그리워하는 제 반려견 ‘구름’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반려견 구름이와 함께 9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름이를 처음 본 그 순간만큼은 제 눈앞에 파노라마가 펼쳐진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 구름이를 발견한 곳은 마트 안 동물병원에서였습니다. 동물병원 안이었지만 소위 ‘펫숍’과 다름없는 곳에서 구름이를 분양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만약 지금이었다면 보호소에서 입양하여 키웠을 것 같은데, 그때 당시에는 펫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지 않았고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그냥 단순히 친구와 함께 마트를 구경하러 갔다가 너무 귀여운 강아지가 있어서 제 발걸음이 멈췄었고,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언니에게 “너무 귀여운 강아지를 봤는데 데리고 오고 싶어.”라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언니도 원래 동물을 좋아했던 터라 “내일 같이 보러 가자.”고 저에게 제안했어요.
구름이의 새하얗고 북극곰 같은 털과 앙증맞은 외모는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제가 그날 그 장소에 있었던 게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구름이 나이는 3개월쯤 됐었고 종은 ‘스피츠’였어요. 우리는 이미 구름이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일단 부모님의 허락을 맡아야 하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엄마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극구 반대하셨어요. 아빠는 중립을 지키셨지만 우리는 고민 끝에 구름이를 데려가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구름이가 집에 온 그 후
평소에 엄마는 화도 잘 내지 않으시고 날개 잃은 천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착한 분입니다. 그런데 구름이를 데리고 간 그날, 엄마는 구름이뿐만 아니라 우리 얼굴도 본 둥 만 둥 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셨어요. 우리 집에는 우중충한 먹구름이 잔뜩 몰려왔습니다. 엄마의 그런 단호한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에 언니와 저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구름이를 돌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구름이는 동물병원 우리 안에 갇혀 있다가 드넓은 세상으로 나와서 그런지 거실에서 주방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를 졸졸 쫓아오다가도 제가 주방 쪽으로 걸어가면 거실과 주방의 경계에서 딱 멈춰 섰어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대소변을 곧잘 가리는 게 기특했습니다. 엄마도 다음 날 아침에는 거실로 나오셔서 “어제 엄마가 그런 반응을 보여서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사실 처음 본 날부터 구름이가 귀여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의견을 듣지 않은 딸들에게 조금은 성난 마음을 표출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는 데리고 왔으니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했고 저도 물론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구름이가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떠나보낼 준비도 해야 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엄마는 반대하셨던 것 같아요. 구름이와 함께한 9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다 보니 엄마의 깊은 뜻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어느덧 노견이 된 9살구름이 
(사람 나이로 71살) 구름이

구름이는 이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이고 제 ‘털동생’입니다. 구름이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아픈 곳도 많이 생겼는데 그럴 때마다 강아지들의 평균 수명과 죽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인터넷상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이 강아지별로 갔다거나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글 제목만 봐도 그 글을 애써 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단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때문이에요. 제 친구 중에도 ‘새싹’이라는 강아지를 14살이라는 나이에 강아지별로 떠나보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도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몇 년간은 새싹이를 떠올리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저도 구름이를 키워 보니 그 마음이 사무치게 이해가 갔습니다. 구름이가 주는 행복은 아주 큰데 이별을 생각하면 ‘애초에 키우지 않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구름이의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서 ‘내 수명을 떼어주어서라도 구름이가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하는데,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주고 싶습니다. 구름이가 없는 삶은 제겐 너무 두렵고 견뎌낼 자신이 없으니까요.
 내겐 너무 애틋한 구름이
구름이는 현재 본가에서 생활 중입니다. 저희 언니는 결혼을 했고 연년생 아들이 둘이나 있어서 언니 가정을 챙기기도 버거운데, 저마저 직장 때문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구름이를 데리고 오기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면 구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꺼려지기도 했고요. 또 한편으로는 딸들의 빈자리를 구름이가 채워 주면 부모님의 적적한 마음이 좀 달래지지 않을까 싶어 본가에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구름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도 합니다. ‘돈 많은 백수’였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구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캣맘어쩌다 보니 ‘캣맘’ 
저는 소위 ‘캣맘’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당시에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주택 주변에는 길냥이들이 많았어요.
어느 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출근하는데, 새끼 길냥이가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그날부터 길냥이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길냥이가 저를 경계했었는데, 계속 챙겨주다 보니 이제 저 퇴근할 때쯤에는 담벼락에서 “냥~냥~”거리며 여기 있는 걸 알아봐 달라는 듯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저는 집에 일단 들어가면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집순이’ 기질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길냥이의 밥을 챙겨주러 매일 밖으로 나갔어요.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 주고 보금자리도 마련해 주었고요. 그렇게 챙기다 보니 어느새 그곳이 ‘핫플’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동네 길냥이들이 다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멩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새끼 길냥이는 성묘로 자랐고, 멩이가 데려와 함께 사이좋게 사료를 나눠 먹던 ‘까망이’는 또 다른 새끼들을 낳아와 식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겨울에는 밖이 엄청 추워서 보온집도 지어 주고 담요와 핫 팩도 넣어 주었어요. 눈이 오는 겨울은 우리를 감성에 젖게 했지만, 추위에 약한 길냥이들에게는 그토록 차가운 현실이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른 겨울이 끝나기를 바랐어요. 평택으로 발령받고 이사를 온 지금, 제가 챙겨 줬던 그 길냥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지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아마 저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보살펴 주고 있겠지요?

 

마치는 글
가끔 유럽 여행의 풍경 사진을 보면 길냥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은 본체만체하며, 길가에서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깜찍하게 식빵을 굽는 모습이 찍혀 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완벽하게 허물어진 그 모습이 저는 참 낯설면서도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던 고양이의 호칭이 ‘길고양이’로 바뀐 것을 보면 인식이 그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고, 길냥이들 또한 본능적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길냥이들을 돌보았던 그때를 떠올려 보면 그들로 인해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다고 할까요? 때때로 지치거나 힘이 들 때 길냥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며 저를 어루만져 주는 듯한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저의 작은 바람은 더 이상 유기되거나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없었으면 하는 거예요. 사람들의 악행으로 다치거나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갈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우리의 조그마한 관심과 그들에게 다정하게 건네는 손길이 모두가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는지요.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뮤지션 ‘가을방학’이 써 내려간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곡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모든 동물들과 평택지원 가족들, 모든 법원 가족들의 무한한 행복을 기원하며….

 

아주 조그만 눈도 못 뜨는 널 처음 데려오던 날
어쩜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놀랍기만 하다가
먹고 자고 아프기도 하는 널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바라보는 널 보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
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
온기를 주던 너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보는 널 꼭 안으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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