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나의 스페인 여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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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❸나의 스페인 여행일지

글  정지윤 실무관(수원회생법원)
스페인으로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항공을 타고, 9시간을 날아가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약 4시간의 대기시간을 버티고, 아부다비에서 마드리드까지
다시 7시간을 날아간 끝에, 스페인에 도착해 일주일 동안 여행을 시작했다.

 

#1 법원직원들의 배려로 가게 된 스페인 여행
2022년 7월 1일, 내 인생 첫 번째 발령이 났다. 나의 첫 근무지는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과 형사11부. 형사11부는 주 3일 재판이 있기 때문에 길게 휴가를 쓸 수 없었다.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게 형사합의과에서 1년을 보내고 2023년 7월 1일, 두 번째 발령이 났다. 나의 두 번째 근무지는 수원회생법원 파산과 법인파산 1부. 발령문이 뜨자마자 바로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걱정도 많았지만, 걱정보다는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바로 표를 예매했던 것 같다. 다만, 뒤를 재지 않고 표를 구매했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었다. 바로 내가 일하게 된 법인파산이 생각보다 바쁘다는 거였다. 바쁜 와중에 배석 판사님들과 부장님께 “저 일주일 동안 휴가 쓰고 여행 갔다 오겠습니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이제 법원 생활 갓 1년이 지났던 때라, 길게 휴가를 쓰는 게 조금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비행기표를 구매했고 환불 수수료를 낼 자신은 더 없었다. 그래서 배석 판사님 두 분이 덜 바쁘시다고 생각한 날에 조심스럽게 여행에 대해 말씀드렸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판사님들은 잘 다녀오라고 흔쾌히 말씀해 주셨고 부장님도 잘 다녀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당시 인사이동 초반이어서 판사님들이랑 부장님이 조금은 낯설어 무서웠는데, 판사님들과 부장님의 쿨한 모습을 보고 내적 친밀감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2 스페인 고속열차를 타고 숙소로
10월 5일, 드디어 스페인으로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항공을 타고, 9시간을 날아가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약 4시간의 대기시간을 버티고, 아부다비에서
마드리드까지 다시 7시간을 날아간 끝에, 스페인에 도착했다. 도착한 날이 10월 6일. 너무 힘들어서 스페인에 도착한 감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더 최악은 도착 당일 고속열차를 타고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계획은 내가 세웠기 때문에 속으로 울기만 했다. 스페인 고속열차인 렌페의 경우, 캐리어 선반이 객실 복도에 위치해 있다. 나는 소매치기가 매우 겁났기 때문에 한국에서부터 각종 자물쇠들을 공수해 갔었고, 그렇게 챙겨온 자전거 자물쇠로 캐리어와 선반을 연결하여 소매치기를 예방했다. 한국에서 자물쇠만 거의 3만 원 어치를 샀었는데, 친구가 그렇게 불안하면 여행을 왜 가냐고 타박했었다. 좀 과했었나 싶었지만, 수석부장님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 주셔서 친구의 말에 아무런 타격감이 없게 되었다. 친구보다는 부장님이 더 신뢰감이 높기 때문이다.
10월 6일 오후 4시, 세비야 기차역에 도착했다. 도착 후 바로 숙소로 향했고 그렇게 나는 뻗어버렸다. 바로 자고 싶었지만, 가족들이 밥은 먹어야 한다고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안달루시아 음식점으로 갔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음식점 이름은 ‘La Cayetana’. 종업원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었다. 블로그에서 ‘띤또 데 베르노’라는 술을 추천해서 마셔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레드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거라고 한다.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띤또 데 베르노’는 달달해서 맛있었다. 감바스도 시켰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양이 엄청 적었다. 하지만 토마토소스가 얇게 발린 빵에 감바스를 얹어서 먹으니 매우 맛있었다. 양은 실망스러웠지만, 주문한 모든 음식이 맛있었기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가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 동생이 근처 유명한 젤라토 가게가 있다고 해서 갔었다. 나는 배가 너무 불러 먹지 않았지만, 동생과 아빠는 맛있었다고 했다. 젤라토 가게 이름은 ‘MITO’. 동생은 젤라토를 먹으면서 “젤라토가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지?”라고 감탄했었는데, 나는 속으로 ‘어떻게 젤라토가 또 뱃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동생한테 맞을 것 같아 속으로만 생각했다.

 

#3 스페인 광장에서 여행을 시작
10월 7일. 드디어 제대로 된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FREENOW’라는 택시어플로 택시를 호출하여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오전 9시 30분쯤 광장으로 향하는 문에 도착하니, 마차 여러 대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말 때문인지 파리가 많이 날아다녔는데, 그런 파리떼로 인해 스페인 광장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떨어졌었다. 하지만 광장을 보는 순간, 떨어졌던 기대감이 다시 충족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있던 기대감을 2배로 가지고 있었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광장은 정말 예뻤다. 오전에 도착한 스페인 광장에는 적당한 사람들과 적당한 소음이 있었고, 적붉은색의 벽돌은 햇빛이 비스듬하게 비춰주고 있어 정말 예뻤다. 나는 바로 동생에게 카메라를 넘기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어디를 가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한 곳 한 곳 움직이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4  ‘콜럼버스의 묘’가 있는 세비야 대성당
11시가 되니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12시 30분으로 예약한 세비야 대성당 입장시간 때문에 슬슬 이동하기로 했다. 이때 선택한 이동수단은 마차. 마차 한 대당 45유로를 내면 스페인 광장에서 세비야 대성당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최대 탑승 인원은 4명이며 소요 시간은 20분 정도라고 해, 마차를 탔다. 신기했던 것은 마차가 자동차 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마차 전용도로가 있을 줄 알았으나, 별도의 전용도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분명 마차를 탔는데 옆에 자동차들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약간의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다. 말은 자동차가 무섭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게 말에게는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섭지 않겠구나 싶었다. 나도 처음에는 민원인들의 전화가 무서웠지만,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서 무섭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비야 대성당 근처에서 내린 후, 큰 도보를 따라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주변을 구경하다 예약 시간인 12시 30분에 딱 맞춰서 성당에 입장했다.
세비야 대성당에는 ‘콜럼버스의 묘’가 있다. 콜럼버스의 묘를 보면, 스페인 왕국 이전에 이베리아 반도에 존재했던 아라곤, 레온, 카스티야, 나라바 왕국의 각 왕들이 콜럼버스의 관을 들고 있다. 즉, 관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다시는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라는 유언을 남겨서 공중에 떠 있는 형태의 무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난 후 ‘완전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에 묻히지 않았을 뿐, 콜럼버스의 시신은 스페인 땅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콜럼버스가 관짝을 열고 나와 스페인 사람들에게 항의한다면, 스페인 사람들도 딱히 할 말은 없겠다 싶었다. 세비야 대성당을 본 후, 점심을 먹고 플라멩코 공연을 보았다. 공연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진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공연이었다.

 

#5 일몰로 유명한 메트로폴 파라솔
공연을 본 후, 일몰 장소로 유명한 메트로폴 파라솔로 이동했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해가 진 후 도시를 돌아다니는 게 무서웠기 때문에, 예상 일몰시간인 8시보다 한 시간 일찍인 7시에 전망대에 입장했다. 일몰까지는 아니어도 해가 서서히 저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서서히 저물면서 세비야를 비추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한국의 햇빛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스페인의 햇빛은 직선적인 느낌이 강했다.  세비야의 하얀 벽과 붉은 지붕을 비추는 그 직선적이고 불그스름한 빛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추로스를 샀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추로스는 폭신폭신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하여 먹어보고 싶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잔뜩 기대를 안고 추로스를 초코 시럽에 푹 찍어 먹었지만, 맛이 너무 없었다. 반죽은 짜고 초코시럽은 그냥 핫초코에 불과했다. 꾸덕꾸덕한 초코시럽을 기대한 나로서는 실망감이 매우 컸다. 나중 일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사 먹은 추로스는 맛있었다. 안달루시아 지방과는 다르게 카탈루냐 지방의 추로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추로스처럼 바삭바삭했다. 역시 폭신폭신보다는 바삭바삭이다.

 

#6 버스로 3시간을 달려 그라나다 도착
10월 8일. 그라나다로 가는 날.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배가 고파 터미널 내의 자판기 과자를 사 먹고 싶었는데, 동전으로만 구매가 가능했다. 수중에는 지폐밖에 없었기 때문에, 터미널 안의 식당 사장님께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무서운 얼굴과 달리, 사장님은 “당연히 바꿔줄 수 있지!”라고 말씀해 주시며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셨다. 사장님의 친절에 감동을 받고 행복하게 과자를 먹으려 했으나, 출발시간이 임박하여 바로 버스에 탑승했다. 그러나 버스에서의 취식은 금지였다. 결국 나는 9시부터 12시까지, 그라나다에 도착할 때까지, 과자를 먹지도 못하고 손에만 쥐고 있었다. 12시에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배가 너무 고파 식당에 가려 했으나, 식당 모두 오후 2시에 문을 열었다. 낮잠을 자는 스페인 문화, ‘시에스타’ 때문인 것 같았다. 일정상 오후 2시까지 알함브라 궁전에 입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전에 반드시 밥을 먹어야만 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이때 택시를 이용했는데, 처음으로 바가지를 썼다. ‘우버’라는 택시 앱을 사용했고, 앱에 찍힌 요금은 16유로였다. 그러나 택시 기사님이 요구한 금액은 46유로. 그것도 현금으로 결제해 달라고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궁전에 빨리 입장해야 했으므로, 기사님께 50유로 지폐를 드렸다. 앱을 사용하더라도 탑승 전 미리 기사님께 예상 요금을 여쭤보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내 돈이 아닌 아빠가 돈을 내서 큰 타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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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슬람 왕조의 마지막 궁전, 알함브라 궁전
조그마한 사건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부터 계속 외쳐대던 알함브라 궁전을 드디어 본다는 생각에 신이 났었다.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 땅에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었던 이슬람 왕조의 마지막 궁전이다. 그래서 궁전의 대부분은 이슬람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헤네랄리페, 여름 별장이었다. 분수도 많고 수로도 많고 풀도 많았다. 유럽의 정원은 분수와 조경들의 크기가 하나같이 다 컸기 때문에, 예쁘다는 느낌보다는 크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알함브라 궁전의 여름 별장은 조경과 분수가 오밀조밀 위치해 있어,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물을 중심으로 곧게 뻗어있는 수로와 그 수로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물분수는 서로가 대칭적으로 완벽하게 곡선을 이루며 물을 뿜고 있었다. 또한 햇빛이 물에 반사되어, 마치 빛이 잘게 부서지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여름별장을 구경한 후, 알함브라 궁전의 메인인 나스리 궁전으로 이동했다. 나스리 궁전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사자의 궁’이다. 이름이 ‘사자의 궁’인 이유는, 12마리 사자가 조각된 분수가 중정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분수 주위로 124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중정이 직사각형 형태로 존재하는데, 분수를 포함하여 바닥과 기둥이 모두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에 담기는 모든 풍경의 색들이 하얀색인 것이다. 또한 기둥 위의 벽들은 비는 곳 하나 없이 기하학적 문양들로 빽빽하게 조각되어 있다. 당시 단체 관람객들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자의 궁은 충분히 신비로웠다. 한 가지 색과 기하학적 문양으로 표현된 궁이 이렇게까지 신비로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침부터 이동해서 많이 피곤한 상태였지만, 알함브라 궁전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 일일 버스투어, 여행의 테마는 ‘가우디’
10월 9일.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날. 이번에는 비행기였다. 스페인 국내 항공인 부엘링 항공을 타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계속된 이동으로 피로가 쌓인 나는 숙소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후 맞이한 10월 10일. 일일 버스투어를 신청한 날이었다. 버스투어의 목적지는 몬세라트 수도원과 시체스. 여행 일정을 짜는 게 너무 귀찮았기 때문에 일일 버스투어를 일정에 넣었었다. 결론은 대만족. 가이드님이 다 안내해 주셨기 때문에 모든 게 편했다. 만약 몬세라트 수도원에 가시는 분이 있다면, 플리마켓에서 ‘꿀치즈’를 반드시 사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푸딩 정도의 크기로, 몽글몽글한 치즈 위에 꿀을 뿌린 음식이다. 꿀과 치즈밖에 없지만 정말 맛있다. 한국에 가지고 올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10월 10일. 마지막 여행 날. 이날의 여행 테마는 ‘가우디’였다.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건축물인 카사바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리고 구엘정원을 보고 왔다.
이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갑자기 동생이 뒤를 쳐다보라고 했다. 그리고 뒤를 쳐다본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많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여주었지만, 카메라가 본래 모습의 9분의 1도 못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당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으며, 가까이서 본 조각들은 미친 듯이 정교했다. 감탄을 내뱉으며 내부로 이동한 나는, 예술가들이 왜 그렇게 ‘빛’에 목숨을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 사이로, 한 움큼의 빛이 들어왔다. 높게 뻗은 기둥 사이에 내려앉은 주황빛과 파란빛은 사람의 넋을 놓게 만들었다. 성당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넋을 놓게 만든 성당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성당은 내부가 어둡고 장중한 느낌인 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밝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오후 2시에 입장을 했기 때문에 성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이 없는 이른 오전에 방문했다면 성당의 진가를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9 아부다비에서 9시간을 날아 한국 도착
10월 11일. 다시 한국으로 가는 날. 경유지인 아부다비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이전 재판부의 소식을 기사로 접하게 되었다. 새삼 타지에서 전 재판부의 상황을 기사로 접하니 기분이 묘했다. 아부다비에서 다시 9시간을 날아 금요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일요일에 출근을 했다.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웠던 지라 불안한 마음에 출근을 했다. 그러나 대직을 해 주신 선배님이 일을 거의 다 해 주셔서, 약간의 정리만 하고 집에 왔다. 월요일 아침,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이 ‘출근하지 말자!’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일하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등의 온갖 잡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다. 오자마자 부장님을 뵈었다. 부장님을 오랜만에 뵈니까 좋았다. 판사님도 뵈러 갔는데, 좌배석 판사님만 계셨다. 우배석 판사님께는 알리미로 생존 신고를 했다. 사무관님도, 대직해 주신 선배님도 오랜만에 뵈니까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출근은 힘들었다. 많은 분들의 배려 덕분에 일주일 동안의 스페인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또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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