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밥심의 위력

건강칼럼

[맛있는 이야기] 밥심의 위력

2022.03.07

맛있는 이야기

글 한경희

한국인의 저력은 ‘이것’에서 나온다?
밥심의 위력

아침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하루가 든든하다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잔소리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자고로 한국인에게 밥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제공하는 주식으로서 육체의 허기는 물론 때론 마음의 공허까지 묵직하게 채워주는 소울푸드다. 그저 ‘밥’ 그 이상의 의미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의 ‘밥심’
요즘은 워낙 주전부리가 많고, 음식의 세계화로 다양한 식문화를 즐기고 있지만 그래도 해외에 나가 며칠만 지나도 생각나는 게 밥이다.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로 평생을 먹어온 밥이지만 질리지도 않는 밥, 우리는 언제부터 밥을 먹기 시작했을까? 1998년 충청북도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의 구석기 유적에서 고대의 볍씨가 발견되어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종전까지는 인접한 중국 대륙이 세계 농업의 기원지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었으나 소로리 볍씨가 그보다 수천 년이나 오래된 것으로 조사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조상들의 벼농사는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에는 이미 삼한시대(三韓時代)에 쌀을 식량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리·기장·피·콩·참깨 등 5곡을 재배했다고 하니 쌀밥뿐 아니라 다양한 곡식으로 잡곡밥을 지어 먹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 인정받고 있는 『산가요록(山家要錄)』(전순의 1459)에 밥 요리에 관한 내용 중에 여기에서는 목맥반(메밀밥)의 조리법이 나온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食療纂要)』(전순의 1460)에는 밀밥, 청량미밥, 좁쌀밥, 멥쌀밥, 피밥, 율무밥 등이 등장한다. 산가요록과 식료찬요를 집필한 전순의는 조선 시대 세조의 어의였던 인물로 ‘음식을 통하여 질병을 다스린다’라는 뜻의 식료찬요를 통해 평소 먹는 음식, 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 시대 의관인 허준 역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밥의 성질은 화평하고 살을 오르게 할 뿐 아니라 설사를 그치게 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마음을 안정시킨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예부터 주식으로 한국인에게 사랑받아온 ‘밥’, 그 영양의 실체는 어떠할까?

영양 성분, 그보다 더 중한 것
밥의 주요 구성인 쌀의 영양 성분은 쌀의 종류와 재배 지역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쌀의 성분 중 전분이 75~80%, 단백질은 6~8% 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지방, 섬유질, 회분이 각각 1~3% 포함되어 있고, 도정을 하면 당질을 제외한 다른 영양소의 함량이 감소하게 된다. 무기질로는 칼슘과 철분, 마그네슘, 인과
칼륨 등이 있다. 쌀에는 비타민 B 복합체도 풍부하여 비타민 B1과 B2 등이 포함되어 있다. 쌀은 다른 곡류에 비해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많이 있어서 100g당 3.8g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밀의 2.3g, 옥수수의 2.5g보다 많은 양이다. 쌀 속의 단백질 함량은 다른 곡류에 비해 낮지만, 단백질의 유용성은 높아 쌀이 73%인데 비해 밀은 53%, 옥수수는 58%, 보리는 62%, 기장은 56%이며, 따라서 쌀의 체내 이용률은 다른 곡류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1) 굳이 이렇게 밥을 구성하는 쌀의 영양 성분을 따져 봤지만,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이유는 영양 성분 때문만은 아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식사하셨어요?’, ‘밥 한 번 먹자’ 등 유독 밥에 연관한 인사말이 많은 우리나라.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 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 뿌리 깊다. 혹여 마음이 허한 날, 괜히 속만 아픈 알코올 한 잔 기울이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 고슬고슬 밥을 지어보자. 따뜻한 밥 한 끼의 위로가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줄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른 하루 섭취 분량 (성인 1인 1회 분량 기준)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 유지·당류

1인 1회 분량 예시 밥 210g(약 1공기)/ 달걀 60g(약1개)/ 당근 70g(약1/3~1/4개)/ 사과 100g(약 1/2개)/  우유 200ml(약 1잔) / 콩기름 5g(약 1작은술)
영아(만 1~2세) 1  1.5  4   1   2   2
유아(만 3~5세) 2  2  6   1   2   4
아동(만 6~11세) 3/2.5  3.5/3  7/6   1   2   5
청소년(만 12~18세) 3.5/3  5.5/3.5  8/7   4/2   2   8/6
성인(만 19~64세) 4/3  5/4  8   3/2   1   6/4
노인(만 65세 이상) 3.5/3, 3/2.5(만 75세 이상) 4/2.5 8/6   2/1   1   4
(출처: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1) 밥과 건강한 식생활(조미숙, 이화여자대학교 건강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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