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휴식공간 - 케렌시아(Querencia)

트렌드에 주목하라

2019.07.04

휴식은 얼마나 오래 갖느냐보다 어디서, 어떻게 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바쁜 일상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 나만의 케렌시아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만의 휴식처, 케렌시아를 소개한다.

어른들의 아지트

어릴 때 누구나 아지트를 꿈꿨다. 친한 친구들과 혹은 혼자만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 누군가에게는 다락방이나 또는 놀이터 한 켠이, 어떤 사람에게는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나 친구의 방이 아지트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른들도 아지트를 꿈꾼다. 이름은 바뀌었다. 케렌시아(Querencia).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안식처’를 뜻하며, 소가 투우 경기 중 마지막 일전을 치르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을 말한다.

사람마다 쉬는 방법이 다르듯, 케렌시아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잠이 부족한 직장인에게는 회사 근처 낮잠카페나 수면카페가 케렌시아가 된다. 실제로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는 근처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수면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카페들은 침대나 소파, 안마의자 등 개인 수면 스타일에 따른 환경을 제공하며 알람이나 음료 제공과 같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회사원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사무실 책상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을 케렌시아로 만든다. 사무실 책상을 자기가 좋아하는 환경으로 꾸미는 이들을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부르는데, 책상 꾸미는 것을 뜻하는 ‘데스크테리어(Deskterior: 데스크(desk)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에서 따왔다. 이들은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피겨나 아이디어 제품들로 책상을 꾸미고 무드등, 방석, 등받침, 방향제 등을 마련하기도 한다. 데스크테리어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그리고 연령층이 어릴수록 관심이 많다. 실제로 2017년 한 취업정보 포털사이트가 직장인 78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대 여성 직장인 10명 중 7~8명은 책상 꾸미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데스크테리어족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여성 직장인 44%, 남성은 30%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호텔에서 즐기는 휴식, 즉 ‘호캉스’는 이미 많은 사람의 케렌시아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여름휴가에만 호캉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주말을 낀 2박 또는 주중 연차를 사용한 1박을 통해 호캉스를 즐긴다. 여러 호텔이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케렌시아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휴식보다 체험

다양한 놀이나 체험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체험·놀이 공간을 케렌시아로 여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관이, PC 게임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PC 게임방이, 음악이나 연극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노래방과 공연장이 최고의 케렌시아인 것이다. 또 운동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한강과 체육관 등이 케렌시아가 되며, 체험형 전시공간이나 VR 기술의 발달로 각광받는 가상현실 체험관도 하나의 케렌시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체험공간과 놀이 공간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인기가 많다. 카페와 공방을 접목한 ‘공방 카페’와 호텔에 서점을 더한 ‘호텔 책방’이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좋은 케렌시아 하나를 빼놓고 이야기했다. 바로 ‘집’이다. 실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을 보다 안락한 휴식공간으로 만들려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을 꾸미는 홈 퍼니싱(Home furnishing)은 케렌시아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기법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집을 바(Bar)나 카페, 전시관 느낌 등 자신만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기도 하고, 캠핑 마니아는 거실을 캠핑장으로 꾸며 매일 캠핑장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식물들로 실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planterior)’도 각광 받고 있다. 식물이 주는 싱그러움에 공기 정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케렌시아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 제일 뒷자리가 될 수도 있고, 동네 맛집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나의 행복한 케렌시아가 된다.

글. 이경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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