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오디세이]하얀 황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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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오디세이]하얀 황금의 역사_소금

2019.06.04

현대인의 소금 섭취량이 과다해지면서 소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 있지만,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이 흰 결정체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그래서 인류 역사에서 소금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져왔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걷다

소금은 세계 여러 역사에서 신성함과 맹세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는 소금이 음식 부패를 방지하고 변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대인은 소금을 변함없는 우정·성실·맹세의 상징으로 여겼으며, 유대인들의 경우 예배 때 신에게 소금을 바쳤다. 신에게 바치는 짐승 고기도 소금으로 절여 짜게 만들었다.

마야 문명에서는 소금을 치료용으로 썼다. 소금에 기름을 섞어 간질약으로 사용했으며, 출산 진통제는 소금에 꿀을 섞어 만들었다. 출생과 사망과 연관된 의식에도 마야인들은 소금을 이용했다고 한다.

중국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소금을 생산했는데 가장 오래된 소금 생산지는 쓰촨(四川) 지방이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27세기에 재상 숙사씨(宿沙氏)가 처음으로 바닷물을 항아리에 넣고 끓여 소금을 채취했으며, 쓰촨 지방 사람들은 채소를 소금에 절여먹는 문화가 있었다.

아랍인들에게 소금을 함께 먹는 행위는 약속이나 계약의 신성함을 의미했다. 그래서 함께 소금을 먹은 사람을 친구로 여겼다.

중세 유럽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소금으로 조리한 음식을 대접했다. 중세 유럽인들은 청어, 고등어, 연어, 농어, 뱀장어, 대구 등을 염장해 겨울에 오래도록 두고 먹기도 했는데, 식량이 부족했던 당시 소금에 절인 물고기들은 전 유럽에서 큰 인기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소금을 조심해서 다루는 문화도 있었다. 중세 유럽의 예법은 식탁에서 소금을 만지는 방법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이들은 손을 쓰지 않고 나이프의 끝으로 소금을 만져야 했다.

일본에서는 악령이 소금을 싫어한다고 믿어 일본의 전통 극장은 악령들로부터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공연 전 무대 위에 소금을 뿌렸다.

소금 때문에 흥하고, 망하고

소금은 많은 나라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었다.

중국 제나라의 한 재상은 백성에게 세금을 소금으로 받았으며,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소금이 생산되지 않는 양나라, 조나라, 송나라 등으로 수출하여 많은 부를 쌓았다.

작은 어촌이었던 베네치아가 풍족한 항구도시로 발전한 것도 소금 덕분이었다. 베네치아는 양질의 소금을 생산하는 기술을 통해 당시 비잔틴 등 유럽에 소금을 팔아 큰 부를 축적했다. 소금을 팔아 번 돈으로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실크, 도자기 등을 거래한 베네치아는 유럽 최고의 무역거래 도시로 성장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소금의 유통 중심지였던 잘츠부르크(Salzburg)는 ‘소금성’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편 미국 남북 전쟁 당시 북군 승리의 주요 원인으로 소금이 꼽히는 것도 흥미롭다. 북군이 버지니아주 소금 산지인 솔트빌을 점령한 사건은 남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865년 남부군이 패배했을 당시 남부군의 한 장교는 ‘우리는 소금 때문에 졌다’라고 말했을 만큼 전쟁 승패에 소금이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은 인도를 지배할 당시 자국 소금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인도 소금에 원가의 24배가 넘는 세금을 물렸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도 사람들은 크게 반발했는데, 마하트마 간디는 이때 지지자들과 24일 동안 약 400km를 걷는 ‘소금 행진’을 벌였다.

소금의 가치는 과거보다 많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소금이 예전처럼 귀하지 않을뿐더러 통조림 기술과 냉동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소금을 이용해 음식을 오래 보관할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성인병을 예방하려면 소금 섭취량부터 줄이라고들 한다. 소금 때문에 흥한 나라도, 망한 나라도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은 소금은 여전히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라.

글. 박민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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