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향기를 더하는 차 생활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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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향기를 더하는 차 생활 예찬_차와 찻그릇 이야기

2018.11.02

세계 3대 음료 중 하나이자,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인 ‘차(茶)’. 따뜻한 차의 온기는 손끝을 따라 전신으로 퍼지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선인들은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면 차와 함께 삶의 여유를 즐겼고 많은 문인 묵객들은 차에 관한 기록을 남기며 차를 예찬했다. 알고 마시면 더 그윽한 차의 세계로 우리도 빠져보자.

생산지역, 채취시기, 제조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
차의 역사는 BC 2700년경 중국 삼황시대의 신농황제로부터 비롯된다. 처음에는 약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의식이나 제사 등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세계적인 기호음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사기』에 신라 홍덕왕 3년(828년) 대렴공이 당나라에서 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다는 기록과 『삼국유사』「가락국기」에 김수로 왕비인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48년에 차 씨를 가져와 전파했다는 기록도 있다.
차는 식물학적으로 동백과의 차나무(Camellia Sinensis) 잎을 가공해서 만든 것이 차(茶)이고, 이외 인삼차, 대추차, 커피, 보리차 등은 모두 대용차라고 한다. 차는 생산하는 지역과 찻잎을 채취하는 시기, 제조방법 등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게 정해진다.
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어있는 차의 분류기준은 발효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6가지로 구분하며 이를 ‘6대 차류’라고 한다. 잠시 살펴보면, 비 발효차인 녹차(綠茶), 전혀 열을 가하지 않고 위조(찻잎 시들기)하며 완성하는 백차(白茶), 약 15~25%의 발효상태에서 완성하는 황차(黃茶), 발효정도가 약 20~70% 사이로 만들어진 청차(靑茶), 완전 발효차인 홍차(紅茶), 후 발효차인 흑차(黑茶) 등이 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보이차는 후 발효차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는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곡우 전)차, 첫물 차, 두물 차 등으로 분류하고, 제다방법(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발효 정도를 중심으로 비 발효차(녹차), 반 발효차(황차), 발효차(홍차) 등으로 분류한다.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찻그릇
차를 마시고, 우려내고, 담는데 필요한 그릇들을 찻그릇 또는 다기(茶器)라고 한다. 찻그릇을 포함해 찻자리에 비치된 기물들과 차실을 장식하는 가구 등을 다구(茶具)라 하고, 찻그릇과 다구를 포함해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들고, 갈무리하는데 쓰이는 모든 기물이나 도구를 차도구라 한다. 찻그릇에는 찻사발, 다관, 찻잔, 탕관, 나눔그릇, 버림그릇 등이 있고 이것들은 대부분 도자기로 되어 있다. 다구는 다판, 차탁, 찻상, 찻장, 차화로, 다반 등으로 나무 또는 기타 재료로 되어 있다. 통틀어 차도구라 이르기도 하지만 세분해서 부르는 것이 명확하다.
찻그릇은 잎차그릇과 가루차(抹茶)그릇으로 나누어진다. 잎차그릇에는 찻잎을 우리는 다관(茶罐), 우린차를 따르는 숙우와 찻잔, 더운 물을 식히는 식힘그릇, 버림그릇, 뚜껑받침 등이 있고, 가루차그릇에는 가루차와 물을 넣고 저어 마시는 찻사발(茶碗), 가루차와 물을 휘젓는 차선, 차시, 찻통, 다식그릇 등이 있다.
우리가 차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최소한의 다구(茶具)들을 준비해야 한다. 차인들은 찻잔이 아닌 잔에는 차를 마시지 않는다. 이는 차가 일반 기호음료와 달리 상당 부분 정신적 의미도 차지하기 때문이다. 찻자리에 앉아 찻잔으로 차를 마시는 것과 일반 의자에 앉아 종이컵으로 차를 마셔보면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차 생활은 도예, 목공예, 금속공예 등 기물을 쓰면서 공예문화의 이해와 미적 안목을 높여 주고, 찻자리의 분위기를 도와주는 가락, 춤, 시(詩),서(書), 화(畵)등을 통해 예술적 감상의 폭을 넓혀 주기 때문에 종합적 실천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찻그릇에 담긴 예술성과 기능성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는 “도자기의 꽃은 다완(찻사발)이고, 다완의 왕좌는 이도(井戶:찻사발 이름)다.”라고 했다. 이처럼 찻사발은 도자기의 결정체이다. 찻사발이 만들기 어려운 것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교를 부릴 수가 없다. 하지만 거기엔 격이 있어야 하고 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밥사발이나 국그릇처럼 일반적인 생활용기일 뿐이다.
일본이 국보(제26호)로 지정한 기자에몬 이도(喜左衛門井戶)는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에서 15세기에 만든 것이다. 당시 일본은 도자기를 만들 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그릇은 모두 가져가 그들의 감식안으로 골라 쓰며 자료를 남겼다.
우리의 차문화는 승가에서 명맥을 이어왔으나 차도구문화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 1950년대 말 효당 최범술 선생이 도예가 김종희 선생에게 부탁해 만들기 시작했고, 65년경에 완전한 다관이 나왔다. 이후 차와 함께 1980년대 초부터 급성장하며 오늘에 이른다.
다관은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기능성 또한 중요하다. 물을 잘 따를 수 있는 3수(출수, 절수, 금수)와 쓰임이 편리한 3평(물대 끝, 손잡이 끝, 구연부의 높이)이 잘 맞아야 한다. 이를 3수3평이라 한다. 다관은 손잡이가 몸통에 붙는 형태에 따라 윗손잡이 다관, 뒷손잡이 다관, 옆손잡이 다관으로 부른다.
우리가 많이 쓰는 중국의 다호(茶壺)는 명나라 정덕연간(正德年間, 1506-1521)에서부터다. 강소성 의흥현 정촉진 금사사에 한 스님이 처음 만들기 시작해 공춘으로 전수 되었고, 뒤를 이어 동한, 시붕, 시대빈 등을 거치며 오늘날의 의흥 자사호에 이른다.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요즘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고 있다. 차를 마시며 찻그릇을 쓰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차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여가(餘暇)와 취미생활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차 생활이라 하여 어렵거나 번거롭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차 생활은 두 팔을 벌릴만한 작은 공간과 차를 우리고 마실 수 있는 찻그릇(茶器) 한 벌이면 족하다. 차 생활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색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지혜를 주며 삶의 향기를 더해준다.

글·사진 신수길(차문화 공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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