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쏟아지는 나홀로 문화

혼밥, 혼술,쏟아지는 나홀로 문화 

최근 방송가에는 과거와는 달라진 새로운 풍경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이란 으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요즘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게 된 것. 이른바 혼밥, 혼술이라는 나홀로 문화의 등장이다.

 

혼자 밥 먹기 불편해? 이젠 술도 혼자 마신다

그토록 먹방과 쿡방이 인기를 끌었던 요인을 보면 나홀로족들의 급증과 그래서 생겨나고 있는 ‘나홀로 문화’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즉 혼자 먹는 이들을 위해 마치 파트너처럼 먹어주는 ‘먹방’이 인기를 끌고, 나아가 혼자 먹어도 추레하지 않고 더 우아하게 챙겨먹기 위해 ‘쿡방’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혼밥에서 나아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또 하나의 나홀로 문화로 등장하고 있다. tvN <혼술남녀>라는 드라마에서는 한 인기 학원 강사가 등장해 혼자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루 종일 학원에서 떠들어야 하고 사람들과 대면해야 하는 그는 술만은 혼자 온전히 누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혼자 마시되 지키는 수칙도 있다. 좋은 분위기의 음식점에서 좋은 안주와 마시고 절대 취하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을 만큼만 마신다는 것. 그는 혼자 마시는 것이 회식 같은 데서 함께 마시는 것보다 좋은 이유들을 줄줄이 나열한다. 이미 회식자리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부어라 마셔라 하며 원하듯 원치 않든 마셔야만 하는 우리네 폭력적인 술자리가 주는 피로를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 이 혼자 술 마시는 남자가 심지어 부럽게까지 보이는 것.

사실 우리네 술 문화는 여럿이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진 면이 있다.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고, 또 친구나 연인을 만나도 술을 마신다. 사업상 비즈니스로 술이 빠지지 않는 건 그저 술이 마시면 취하는 음료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조금은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던 술이 이제 혼자 마시는 대상이 되었다는 건 우리네 삶의 양태 또한 달라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결혼 못하는 남자>부터 <나 혼자 산다>로

2009년에 방영됐던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는 당시 우리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혼자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이 ‘결혼을 못하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결혼을 안 하는 남자’였다는 그 설정이 지금에나 공감 갈 나홀로 문화의 한 단면을 앞서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남자 주인공은 그러나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자기만 아는 전망 좋은 장소에 혼자 올라가 테이블 위에 와인을 따라놓고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3년 MBC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예 도입 부분에 우리네 가구들 중 4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걸 내세우며 ‘혼자 사는 삶’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고 또한 그 자체로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싱글턴’이라는 아예 싱글을 즐기는 삶의 양태가 등장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삶은 이제 훨씬 당당해졌다. 중요한 건 이렇게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이 급증했다고 해도 그것이 문화 저변으로 넓혀지는 데는 그만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등장하는 혼밥과 혼술 문화는 이제 1인 가구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집단주의에서 가족주의를 거쳐 합리적 개인주의로

대가족의 해체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어가며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벌어졌던 일들이다. 그래도 핵가족을 이뤄가며 살아가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뀐 달라진 결혼관과, 취업도 쉽지 않은데다 결혼해 가정을 이룬다 해도 육아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는 결혼적령기 남녀들이 처한 현실, 모든 경제적 활동이 도시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상경해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여기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홀로 남게 된 실버들이 합류하면서 1인 가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혼자 살아가는 삶이 어찌 보면 삶의 기본적인 양태로 등장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한때는 공동체가 또 그다음에는 가족이 우선인 삶이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해졌다. 타인이 뭐라 하든, 심지어 가족이 뭐라고 해도 내가 좋다면 괜찮게 받아들이는 삶. 어찌 보면 집단주의에서 가족주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시점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전히 가족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이런 변화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집단주의가 집단에 개인을 매몰시키기도 했고, 가족주의가 가족이기주의로 나가기도 했던 그때를 떠올려보면 홀로 선택해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합리적 개인주의가 그리 잘못된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관계의 피곤에서 벗어나 홀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구가할 수 있다는 점은 이 나홀로 문화들이 점점 당당해질 수 있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글_정덕현(대중문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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