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인문학] 부엌의 혁명을 선사한 ‘냉장고 석빙고부터 패션 냉장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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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냉장고 역사로 보는 인문학

글 이유정 자료 냉장고의 탄생, 필요의 탄생, 한국민족대백과사전

부엌의 혁명을 선사한 ‘냉장고’
석빙고부터 패션 냉장고까지

냉장고는 고대의 석빙고 시대부터
현대의 패션 냉장고까지 인류에게 ‘시원함’을 전달해준 소중한 발명품이었다. 더위를 쫓고 식품을 오래 보관해주는 냉장고는 이제 가정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아무나 가질 수 없었던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이제는 필수가전이 된 냉장고의 쿨 한 역사를 알아보자.

유럽·미국…냉장고 역사 100년 안 돼
현대 사회에서 냉장고는 식량 공급과 식품 안전을 위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발명품이 됐다. 부엌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혁신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냉장고가 상용화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유럽 지역에서는 가정용 냉장고를 주방에 필수 요소로 받아들인 것은 50년 전에 불과하고 미국도 그 기간이 80년에 지나지 않는다.
냉장고는 역사와 함께 형성되었으며, 각종 음식물과 물품들을 저온 상태로 보관하는데 썼던 상자와 수납장, 창고는 물론 현대적인 기계 장치나 얼음을 이용한 먼 옛날 냉각 수단에서 발전됐다. 다양한 유형의 아이스박스, 차가운 골방과 벽장, 얼음 냉각기, 얼음 저장고와 얼음 구덩이, 동력을 이용하는 냉동 화물차와 냉동 카트, 냉동 컨테이너도 냉장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냉장고 시초…동빙고·서빙고
우리나라는 1392년 조선시대에 얼음을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냉장고의 시초인 동빙고와 서빙고는 1396년 한강변에 지어졌고, 매년 겨울에 한강이 얼었을 때 얼음을 잘라내서 저장했다. 동빙고의 얼음은 음식이 아니라 의례로 사용됐다. 왕의 시신은 흰 비단에 싸여서 다섯 달 동안 얼린 관에 안치된다.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관을 올려 둔 두꺼운 나무판 아래에는 얼음판 여러 장을 놓고 대나무 틀로 떠받쳤다. 동빙고에는 얼음덩이를 15,000개를 저장할 수 있었다. 한 덩어리는 대략 관의 길이와 비슷하다. 동빙고와 서빙고는 서울 용산구의 지명으로도 남아있다. 동빙고(東氷庫)와 서빙고(西氷庫)는 석조가 아닌 목조로 된 얼음 창고였다. 조선후기에는 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석빙고가 만들어졌는데 그중에서도 18세기 영조 때 축조된 경주 석빙고가 가장 온전히 남아있다. 석빙고의 축조 방법은 대개 일정하며, 규모 또한 대동소이하다. 보통 지하에 깊게 굴을 파고 안쪽 벽을 석재로 쌓아올리고, 내부의 밑바닥은 장방형으로 경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배수구를 설치하여 빙고 안의 녹은 물을 내보내고 있다. 경주 석빙고의 경우 환기구멍에 벽체를 세우고 뚜껑을 덮어 빗물이나 직사광선이 들어갈 수 없게 했다. 대체적으로 석빙고의 외부 모습이 큼직한 무덤처럼 보이는 것은 봉토 위에 잔디를 입혔기 때문이다. 현재 석빙고에는 대부분 그 옆에 축조연기(築造緣記)를 새긴 석비(石碑)가 건립되어 있어 축조 연대 및 관계자를 알 수 있는데, 대개가 18세기 초 영조 때에 축조됐다.
일제강점기 아이스박스에서 1965년 전기냉장고 출시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다. 당시에는 전기냉장고가 아니라 얼음을 채워 냉장 효과를 보는 얼음 냉장고라서 아이스박스에 가까웠다. 외국산이지만 전기냉장고가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말이었다. 이후 1965년 국산 전기냉장고가 출시되어 가정용 냉장고 보급이 본격화 됐다.
1970년대까지도 냉장고는 외국산은 물론 국산도 고가였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구입하기 어려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980년대에 들어 냉장고 구매가 급증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주로 흰색이던 가정용 냉장고는 컬러와 디자인 등이 다양해지고, 점차 소형에서 중대형으로 용량도 커졌다. 이후에는 우리나라 거의 전 가구가 냉장고를 보유하기에 이르렀고, 냉장고는 고급화, 패션화, 다기능화로 더욱 진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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