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읽다] 더 큰 나를 얻는 길, 나눔

나눔 

 

 

 

 

 

Theme 읽다

글 안상헌(작가)


더 큰 나를 얻는 길, 나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는 ‘포틀래치(potlach)’라는 독특한 선물교환 방식이 있다. 포틀래치는 ‘식사를 제공한다’ 혹은 ‘소비한다’는 뜻이다. 손님이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음식을 제공하거나 선물을 전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풍습이다. 포틀래치가 특이한 것은 손님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푸짐하게 음식을 내오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이 아끼는 귀중한 물건도 아낌없이 선물한다는 것이다. 손님이 선물을 받지 않으려고 하면 더 귀한 가죽이나 카누 같이 생활에 꼭 필요하고 물건까지 내놓는다. 심지어 자신의 전 재산을 소비하고 집을 불태우기도 한다니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다. 왜 이렇게 과하게 대접하는 것일까?

교환의 의미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면 자신이나 부족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귀한 손님에게 제대로 대접을 못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포틀래치에는 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는 좋은 전통을 가졌다. 서로 나누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인가 오고 가면서 정도 싹튼다. 주고받는다는 것은 교환을 의미한다. 주는 것이 없다면 받는 것도 없을 테고 그것은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 관계 단절은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결국, 주고받는 행위는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 친하게 지내자는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주기만 하는 관계도 있다. 봉사가 그렇다. 봉사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타인을 위해서 사용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나눔이 행복하단다.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세상에서 봉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봉사의 어떤 면이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봉사가 행복한 이유
우리는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넓은 아파트, 고급승용차, 타인에게 받는 인정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남들과 경쟁에서 이겨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봉사는 이런 자기중심적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는 대신 가진 것을 나눈다. 자기중심이 아닌 타인중심으로 자아를 해체시킨다. 내 돈, 내 물건, 내 시간을 내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한다. 내 돈과 물건과 시간이 타인에게 쓸모 있는 것이 되고 남을 행복하게 한다. 덕분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남을 이기고 많이 얻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나눔으로 깨닫는다.
봉사와 나눔이 행복한 이유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도 관련된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 때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소통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성공과 실패를 나누며 삶의 의미를 느끼도록 진화했다.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어도 그것을 인정해주고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기쁘기는커녕 눈물이 난다. 돈을 모아도 함께 사용할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엘리베이터 타는 것이 힘든 이유는 모르는 사람과 좁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만 나누어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이것만 봐도 우리 삶에 소통과 나눔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개방성이야말로 행복의 원천이다.

반지를 버리는 이유
영화 <반지의 제왕>은 세계를 지배하는 힘을 가진 절대 반지를 파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왜 포기해야 할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원하는 이유, 큰 권력을 얻으려는 목적도 결국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큰 권력이 생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오히려 돈과 권력이 문제만 키우는 경우도 있다. 세상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만 버려도 필요 이상의 돈과 권력은 무의미해진다. 보이지 않던 작은 행복들이 보이고 마음이 탁 트인다.
문제는 내 것을 지키려는 폐쇄성이다. 폐쇄성은 소외를 불러온다. 반면 봉사와 나눔은 더 많이 가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자기 해방의 희열을 준다. 버림으로써 행복을 얻는 힐링의 원천이 봉사와 나눔이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힐링은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내려놓는 데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무엇인가를 움켜쥐려고만 할까? 돈은 다른 사람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본주의는 돈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데 탁월한 체제다. 세계여행도 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으며, 심지어 사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물질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한계가 있고, 돈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살 수는 없다.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질이 주는 즐거움은 금방 사라져버린다. 고급승용차를 가져도 그것이 주는 행복은 몇 달에 불과하다. 어느새 타인과 비교하게 되고, 더 좋고 비싼 것을 얻어야 행복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일정한 경제 수준에 이르면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돈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줄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행복은 교류와 나눔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들은 돈으로 경험을 산다. 여행을 다니고, 공연을 보고,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곳에 돈을 쓴다. 그 궁극적인 도달점이 나눔이다. 자신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며 자아가 해체되는 환희에 도달하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절약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감정적 어려움은 절약이 아닌 나눔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음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A. J. 맨델은 남을 돕고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와 심리의 변화를 ‘헬퍼스 하이’라고 부른다.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을 계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뜻하는 ‘러너스 하이’를 차용한 표현이다. 실제로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봉사 활동을 한 후 엔도르핀 분비가 증가하고 몸과 마음이 긍정적 에너지로 넘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트레스와 두통,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의 증상이 완화되거나 완치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런 점에서 봉사와 나눔은 타인을 위한 행동이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도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로 널리 알려진 빅터 프랭클 박사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인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자리를 잃는 것을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과 동일시하고,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무의미한 삶과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삶의 실패자라고 믿는 이들에게 여러 기관에서 봉사하도록 권유했다. 엄청나게 남아도는 자유시간을 돈을 받지 않는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경제 상황에 변화가 없고 전과 똑같이 힘든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우울증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상황을 다르게 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일에 자신을 던지고 봉사하면서 내가 더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곧 자아를 해체하고 큰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더 큰 나를 얻는 길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 보다 가치 있는 무엇인가에 헌신함으로써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나가는 존재다.
실존적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맸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다른 이에게 자신을 내줌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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