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30대 초반 직장 여성입니다. 제 고민은 성격을 바꾸고 싶은데 잘 되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을 떠올리고 나도 그렇게 행동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잘 되지가 않습니다. 잘 안 되니 더 저 자신에게 ‘넌 이래야 해’라며 강박적으로 다그치게 됩니다. 한편으론 당당하게 저만의 매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그것도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람 만나기가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A. 내가 느끼기에 매력적인 사람의 성격을 닮으려고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죠. 긍정적인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심해 강박처럼 된다면 마음도 지치고, 지친 마음은 변화의 동기도 약해지게 합니다. 모델링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도 필요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도 예쁘게 여기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는 인간적이어야 해’ ‘착해야 해’ ‘웃어야 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해’,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너무 강박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질 수 있습니다.
좋은 성격을 갖기 위한 전략이란?
상식적으로 좋은 성격을 갖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나는 자기 성격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꿔버리는 전략입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법이지요. 또 하나는 자기 성격의 긍정적인 면을 더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문제보다는 장점을 파악하고 그 장점을 극대화해 단점을 약화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전자를 결함중심접근, 후자를 강점중심접근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신이 삶에서 어떤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결함중심접근에 익숙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 해결 위주로 교육을 받은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앞의 두 방법은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성격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는 경우엔 결함을 파악해 해결하는 것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있는 성격 특징을 없애는 것보다 있는 것을 강화하는 것이 쉽기 때문입니다. 즉 마음에 들지 않는 특징을 없애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특징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강점중심접근과 결함중심접근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조직에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 결함중심접근입니다. 지금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찾아내고 교정하는 접근입니다. 이 방법은 그동안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문제중심접근을 하다 보니 이제 우리 뇌가 잘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에도 짜증이 나는 것은 ‘내가 복을 받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라는 웃지 못할 저항 심리 때문인데요.
한 병원에서 간호사 이직률이 높아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직률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보았습니다. 조직의 강점을 찾아보자고 한 것입니다. 병원을 그만둔 직원이 떠난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만두지 않고 만족스럽게 다니는 직원들에게서 강점을 탐구한 것이죠. 그리고 그 강점을 더 강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이직률이 낮아졌습니다. 이 사례가 강점중심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장점을 강화하면 단점까지 좋아질 수 있어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부지불식간에 입력된 언어화된 틀, 프레임 내 무의식에서 역으로 나를 조정합니다. 그 프레임에 대해선 거부 반응이 없어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선입견, 편견을 만들 수 있는데요. 마음의 변화에 따라 마음을 다루는 프레임에도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비판보다 칭찬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다그치듯이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에 저항만 일으켜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당히 나만의 삶, 나만의 매력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럼 먼저 필요한 것이 내 성격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특히 긍정적인 부분을 말이죠. 반사회적 성격 특징이 아닌 다음에야 모든 성격 특징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한 명 사귀지 못할 것 같은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이 사업에 크게 성공한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대인관계를 잘 맺는 활달한 성격이 성공에 유리하다는 상식과는 잘 맞지 않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타는 내성적인 모습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른 예로, 이른바 성격이 까칠한 사람 중에 의외로 진짜 친구가 많은 경우를 보게 됩니다. 남의 비위를 맞추려 하기보다는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성격이다 보니 애매한 친구는 빨리 떨어져 나가고 친구 수는 적더라도 정말 마음까지 통하는 친구는 더 많을 수 있는 것이죠.
자기 성격의 특징을 먼저 이해한 후, 억지로 단점을 고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강화해나가다 보면 이차적으로 단점까지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성적인 사람이 억지로 활달한 모습을 연기하다 보면 쉽게 지치고 누가 자신을 좋아해도 진짜 자기 모습이 아니어서 마음이 공허해집니다. 반대로 용기를 내어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때 상대방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면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조금씩 사교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생긴 대로 삽시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생긴 대로 잘 살아봅시다.
글_윤대현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서로는 <윤대현의 마음성공>, <마음 아프지 마> 등이 있으며, 라디오 <윤대현의 마음연구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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