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STORY I 글 김동수 작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나눔은 주는 기쁨, 행복의 길
나눔은 일시적인 동정심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나눔은 주는 기쁨, 행복의 길이다. 생활 속 나눔에 너도나도 참여한다면 지구환경은 다시 풍요로워지고 인류에게는 건강과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나눔으로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연탄배달이나, 김장김치 나누기 봉사활동이 눈에 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팍팍해진 탓인지 그러한 광경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이 끝났지만, 경기침체와 고물가는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촌 곳곳에는 각종 재난과 전쟁, 대형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 이재민, 난민이 발생했다.
기후변화 탓인지 코로나19를 시작으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리비아 홍수, 하와이 산불 등의 자연재난과 아프간 무력 충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해안 산불, 폭우로 인한 반지하 주택 침수,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이태원 참사 등의 사고로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 도발 등 결코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나만 행복하게 잘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인간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행복은 ‘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 대부분 사람은 행복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성공은 돈이나 권력, 명예 등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앞서 살펴보듯이 나만의 성공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더 나은 행복은 ‘나 아닌 우리’로 함께할 때 찾아온다. 우리가 함께 나눌 때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각종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연대와 협력은 바로 ‘나눔’이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한 것을 나누거나 성공과 상관없이 나눔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이 행복은 가진 것을 나누는 이타적인 행동이며 만족감으로 충만해진다.
우리 국민에게 “내가 다시 산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설문조사를 해 보니, 많은 사람이 “나누며 살고 싶다”라고 했다고 한다.
철학자 김형석은 ‘나눔이 성공보다 더 가치 있는 행복’이라고 이야기한다.
100년을 살아 보니 행복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 소유가 아닌 나눔과 베풂이 목적이 되는 삶, 돈 때문에 일하는 인생이 아닌 쓰고 베풀고 봉사하는 삶, 돈, 출세와 성공이 아닌 보람과 가치 있는 삶”에서 얻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으로 재난이 일상화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나눔은 자신의 행복 추구와 더불어 공동체를 살리는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즉, 서로 나누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해서 나누겠다.”고 말하면서, 이후에는 ‘나중에’라는 말을 반복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데 머뭇거린다. 아래 사례를 보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두 달에 한 번꼴로 나타났다. 헬멧을 쓴 채로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동전 등을 건네며 하는 말이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주세요.”
이 돈은 의수인 손으로 고물과 폐지를 주워 팔아서만 만든 것이다.
고마움에 “차 한잔하시죠.”하면 “괜찮습니다.”하며 오히려 주머니에서 사탕 몇 개를 꺼내 주면서 미소 짓는다. 기부 처리를 위해서 이름이라도 물으면 정색을 한다. 그는 이렇게 7년 동안 120여 만 원을 이름 없이 기부했다. 이처럼 꼭 많이 가져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닌 듯싶다.
#나눔을 계획하다
이제 나눔은 일시적인 동정심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4.6%에서 2021년 21%로 하향 추세다. 국민헌혈률은 6%에 불과하다. 이러니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에서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세계기부지수는 세계 119개국 중 88위다.
더 많은 사람이 기부와 봉사, 그리고 헌혈 현장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어디에 나누는 것이 가장 투명하고 효율적인가를 검토해서 나눔 계획서를 만들고 실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나눔이 살면서 꼭 실천해야 하는 버킷리스트가 되도록 말이다.
자, 종이 한 장에 적어보자!
기부는 얼마를? 봉사는 몇 시간을? 헌혈은 몇 회를? 계획을 세워본다. 그리고 관심 있는 대상(아동, 다문화, 노인 등)과 분야(재난구호, 동물, 환경 등), 기부와 봉사 단체 순으로 정해본다. 여기에 덤으로 유산 기부도 포함해 보자!
유산 기부는 현금은 물론, 주식, 부동산, 보험으로 할 수 있다.
미국은 유산 기부 비중이 전체 기부액의 10.6%를 차지한다(2020 국세청 통계, 대한민국 1%).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부모 작고 후 상속으로 인한 자녀들의 다툼과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재산 일부를 상속이 아닌 기부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녀들에게 자랑스럽고 가치 있는 행복한 노년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매년 계획을 세우고 이행 여부를 체크하고 소득 증가에 따라 기부금액이 증가하면 새로운 기부처를 추가할 수 있다. 봉사 시간이나 헌혈도 전체 목표와 연간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다. 달성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기부, 봉사, 헌혈과 함께 생활 속 나눔으로
이와 같은 기부, 봉사, 헌혈 외에도 할 수 있는 나눔이 있다. 오늘날 자연재해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탄소배출이다. 이를 줄이기 위한 생활 속 나눔이 있다. 걷고, 먹고, 소비하는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필자의 저서 『나눔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면, 첫째 “걸어도 괜찮아”에서는 출퇴근 걷기, 마이크로 산책, 플로킹, 클린하이킹, 자선 걷기 등을 제시한다.
둘째 “조금 덜 먹고 살아도 괜찮아”에서는 간헐적 단식과 소식, 비건 데이 등을 통해 ‘포레스트 메이커’ 기부까지 안내하고 있다.
셋째 “조금 덜 가지고 살아도 괜찮아”에서는 미니멀 라이프, 사용하지 않는 물품 정리하기, 아름다운 가게 기부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하나는 생활 속 나눔으로 “마음 쓰며 살아도 괜찮아”다.
어느 아주머니가 버스를 탔는데 지갑을 깜빡했나 보다. 순간 난감한 상황이다.
“어쩌면 좋지요.” 버스 기사의 눈치가 좋지 않았다. 그때 버스 안쪽에서 “내 카드 쓰세요!” 동시에 한두 분이 소리쳤다. 그 아주머니가 “그래도 미안해서요.” 하며 주저하자 “신경 쓰지 말아요.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요.”라며 사람들이 위로했다. 훈훈한 장면이다. 차창만 바라보던 나는 약간 멋쩍었다. 이렇듯 작은 친절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친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게는 SNS 안부, 기도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요즈음에는 응원, 댓글, 공유를 달아주어도 기업이 후원하는 모금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마음을 쓰며 산다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내 삶은 풍요로워지고 더 큰 나눔을 위한 바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나눔이 전 국민 캠페인으로 활성화되었으면 싶다. 생활 속 나눔에 너도나도 참여한다면 지구환경은 다시 풍요로워지고 인류에게는 건강과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은 연탄의 고마움을, 내 자신을 전부 태워, “시린 손 녹여 줄 따스한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님의 추운 겨울을 지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눈보다 더 하얀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눈 내리는 길목에서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는 연말은 바야흐로 나눔의 시간이다. “예쁜 모습은 눈에 남고 멋진 말은 귀에 남지만 따뜻한 베풂은 가슴에 남는다”라는 좋은 글귀처럼 시린 손을 녹여줄 가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보자!
“여러분께서 조석에 한 술을 덜어내면 한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요, 두 술을 덜어내면 두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외다.” 일제강점기 간도참변으로 아사지경이던 백만 동포의 구제를 호소한 대한적십자회 청연서의 내용 한 대목이다.
누구나 일 년에 한 번은 기부, 봉사, 헌혈과 같은 나눔에 참여한다면 ‘나눔으로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다. 나눔은 주는 기쁨, 행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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