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STORY I 생각의 탄생 글 임정희 심리상담학 박사
사랑의 묘약, “화해”
필자는 심리상담학 박사이자 임상 감독, 통합 예술치료사로 개인 상담센터와 네이버 엑스퍼트 부부 상담, 내면 아이 상담가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상담 중 많은 사람이 상처로 인해 눈물로 얼룩진 멍에를 안고 살아가면서 골진 주변과 화해하지 못하다
상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화해, 용서하고 용서받지 못함을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요즘 우리나라 가정에 요란한 사이렌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존속살인, 존속폭행, 존속범죄가 선진국의 3~4배에 이른다고 한다.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으로 양육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했는가에 따라 평생동안 간직하게 될 감정의 채널이 고정된다. 그러면서 가족관계를 통해 인생을 살면서 형성하게 될 대인관계의 기본적인 믿음과 기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고, 모든 아이는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는 않다.
역설적인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부모의 준비와 미성숙한 양육으로,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획일적인 사고가 가족들을 지배하고 가족의 행복을 망치고 있다. 인간은 모성애나 부성애만이 줄 수 있는 보호와 안도감을 누려야 한다. 그런데 여러 이유 등으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세월이 흐른 뒤 행동이나 이해 방식에서 티가 난다. 모성애나 부성애는 대인관계에서의 보편성, 평화로움, 형제애를 대표하는 인간의 본능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가족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져 성장 후, 결혼 후에도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사랑을 잘 베풀지 못하며 고통에 냉담하고 무관심하여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무신경한 성향이 강하다.
어린 시절 상처, 가정과 사회생활 지장 초래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한 경우가 많을수록 성장 후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많고, 아동기의 학대(신체적, 정서적, 성적, 유기, 방임)경험은 성장 후 청소년 비행이나 반사회적 행동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성인기의 범죄 행동, 데이트 폭력, 배우자 학대로 확장된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서도 친구들에게 배척당하여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부정적인 관계 지속은 내면에 분노와 공격성으로 자리 잡게 되어, 가출, 비행집단과의 어울림, 폭력적 비행을 보인다.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억압과 폭력을 경험하고 자란 사람은 파괴적 기분부전장애, ADHD, 학습장애, 학교 공포증, 불안장애, 품행장애와 자해, 자살 충동과 우울증,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의 피해자나 가해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들은 상처받은 내면 아이로 인해 가정과 사회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학대적 양육 태도를 학습한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는 등 세대 간에 전승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얼마 전 맹수의 포효를 연상케 하는 풍부한 성량과 두터우면서도 애절한 중저음의 가수 임재범의 팬으로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콘서트 투어 마지막 공연(인천 송도 컨벤시아)을 관람하였다. 공연 중간, 생전에 “아버지가 참 미웠다.”며 신곡 ‘아버지의 사진’이라는 노래를 통해 성장 과정 중 받았던 그간 말하지 못한 가슴속 응어리와 수많은 감정을 노래로 녹여 그만의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공연 중 신곡 “아버지의 사진”은 용기 내어 절망과 슬픔, 두려움을 딛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녹아져 있었다. 첫 구절에, “문득 떠오르겠죠. 참 많이 울 것 같아요. 미움과 그리움, 사랑과 원망이 섞인 복잡한 마음이죠~(이하 중략)” 끝까지 가사를 음미해 보길 바란다. 아마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린 시절 상처가 그를 지배했고,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고 살아온 자신을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필자는 이번 콘서트 주제 “집으로 가는 길”이 심리상담사로서 통합예술치료로 회복을 돕고 있어서인지 남다른 의미와 여운을 가지고 돌아왔다. 과거의 그의 집은 불화, 상처, 미움, 증오 등의 유형이었다. 집은 있으나 마음은 집을 떠나 방황과 고뇌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고 이제 그는 7년이라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 내고 비로소 따뜻한 불빛이 있는 집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불현듯 서산대사의 선시 ‘답설야(踏雪野)’의 한 문장이 머리를 스친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그리고 조언하고 싶다. 칼 융의 말을. “좋은 부모는 자기가 물려받은 카르마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화해 방법
앞으로도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 것인가? 상처를 극복하고 겹겹이 쌓인 마음의 먼지를 털어 내고 이제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화해를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화해한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용서함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행위이다.
첫째, 치유의 진정한 시작은 자기와의 화해이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고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불편한 감정은 내 감정인가? 상대의 감정인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자기 가치를 발견하여 소중한 인생을 찾게 될 것이다.
둘째,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아라.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자신에게 물어보라. 인생은 ‘소풍 길’이라는데 화해하지 못한 부정적 기억에 사로잡혀 좌절이나 실패로 인한 두려움으로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지금 상태를 지속하고 살게 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자기 미래의 모습과 존재에 대한 목표 설정을 하게 되면 상처로 내 안의 점철된 웅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셋째,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누구나 꽃피는 시기는 달라도 한두 번 꽃을 피우고 생을 마감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대물림으로 양육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인정의 욕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감이 결여된 채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 한다. 이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괜찮아, 아무도 못 봤어!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만 그런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었어. 고의가 아닌데.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뒤돌아보는 일을 멈추고 성인이 된 내가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안아 주어 어린 시절 지녔던 꿈을 다시 상기하여 가슴 뛰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넷째,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일희일비하지 말아라.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다. 시련을 딛고 성공한 사람이 남 탓을 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다섯째, 맺힌 한을 풀어라. 인간관계에서는 감정적으로 맺힌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풀어 버리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하더라도 내가 다르게 받아들이면 가슴에 맺히는 말이 된다. 더불어 상대의 이기심도 극단적인 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보호색 같은 것으로 봐주면 어떨까? 손해 보는 사람은 억눌린 이기심 때문에 안으로 분노가 쌓이고 그 분노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할 장소를 찾아다닌다.
대부분 가족에게,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사람이 화날 때마다 불을 뿜는다면 가장 피해 볼 사람은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 가족은 가장 많은 사랑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니까.
여섯째, 용서는 화해에 선행하며 해방감을 맛볼 수 있고 치유를 경험하게 되면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용서가 쉽지 않다고 한다, 누군가와 화해와 용서를 하고 싶은 사람은 관련 도서를 읽고 글을 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곱째, 부모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비록 자녀지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화해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하지 말라. 대신 어린 시절 부모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때론 어머니를, 아버지를 미워했던 적이 있었고 원망했던 적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라. 지금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오랜 아픔을 부모에게 털어놓는 그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삶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시도이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자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화해와 용서로 다시 인생의 봄을 맞기를
인간 본성은 배려받고 칭찬받기를 원하며 자기가 배려받은 것과 손해 본 것을 똑똑히 기억해 보상받으려고 한다.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부모나 주변인들이 자신에게 잘해 준 것에 대한 기억과 잘못한 기억 중 어떤 기억이 오래 남는지에 대해,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의 다수는 다른 사람에게서 위로나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현재 자녀와 불편한 관계라면 지금부터라도 화해하고, 용서를 구하고 자녀들과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기 바란다.
카를 바르트는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당하게 된다. 사람은 과거에 일어난 큰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삶이 달라진다. 행복도 불행도 내 발자국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용기 내어 화해하고 용서하면, 인생의 봄은 다시 맞게 될 것이고 자신의 삶도 사랑하게 되리라 믿는다.
행복도 불행도 내 발자국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용기 내어 화해하고 용서하면, 인생의 봄은 다시 맞게 될 것이고 자신의 삶도 사랑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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