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세 "자신의 감정을 방치하지 말 것"

人사이드인터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세 "자신의 감정을 방치하지 말 것" - 작가 손힘찬

2019.07.04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당장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책,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하지만 이 책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담담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손힘찬 작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 제목의 의미를 많이들 오해한다며 조심스레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것

“책 제목만 보면 ‘대충 살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인 줄 아시더라고요. 마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같은 책처럼요. 그런데 제 책 제목은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남은 시간 재충전하며 휴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의 저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주로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단상으로 구성돼 있다. 책을 쓰기 전 SNS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했는데, 유독 인간관계와 관련된 게시물의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그와 관련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SNS 채널이 인기를 끌자 그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고민을 상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직업이나 연령대는 다양했다. 고민들을 접하며 그는 다시 한번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절감했다고 한다.
“한 여성분은 좋은 남자와 결혼해 아이도 낳고 꿈꾸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마음이 무겁다며 고민상담을 해왔어요. 이유를 물으니, 사랑받으며 자라는 아이를 보며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자신의 모습이 자꾸 겹쳐지기 때문이래요. ‘나는 사랑 받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자꾸 스스로를 슬프게 한다고 했어요.”

그는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두 가지를 말해주곤 한다. 하나는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감정을 치유하거나 다스리려면 그 감정의 원인과 상태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이며, 그러한 감정을 갖게 된 이유를 하나하나 뜯어서 생각하다 보면 그 속에서 자신이 오해하고 있거나 잘못 생각한 부분이 나오기도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위로받기도 하고요. 저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하나는 그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기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이 문제로 이번 주 금요일까지만 힘들어하고, 그 뒤로는 잊겠어’라며 끝을 정해두면, 나는 감정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주체가 되는 거거든요. 단순해 보이지만, 사고의 전환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습니다.”

나는 재일교포 작가입니다

손힘찬 작가에게도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던 상처가 있었다. 그는 재일교포 작가다. 일본 이름은 ‘오가타 마리토’. 그의 저서에도 일본 이름이 함께 표기돼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2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5살에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우리나라로 돌아와 학창시절을 보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나이에 겪은 그의 학교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온 저를 대하는 학교 아이들의 반응은 신기해하고 환영하는 친구들과 저를 미워하고 놀리는 친구들로 극명하게 갈렸어요.”

짓궂은 친구들은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그에게 한일 관계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들을 쏟아냈고, 일본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친구들의 부당한 대우는 그에게 큰 충격이자 아픔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작가가 되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 받은 기억을 다시 꺼내야 했지만, 과거 상처는 현재의 자신의 마음 상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물리적인 시간이 주는 치유 효과 덕분이기도 했지만, 과거 기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성장한 이유가 컸다. 그는 학창시절에 겪은 상처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좋은 사람’에서 찾았다.

“학창시절의 상처로 한창 힘들어할 때 한 모임에서 좋은 어른 한 분을 만나게 됐어요. 그분은 저를 편견 없이 대해줬고, 그 덕분에 제가 장점이 많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손힘찬 작가에게 인생의 전환점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손 작가는 그와 교류하며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깨달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법 역시 이때 알게 됐다.

걷고, 쓰고, 만나고… 그가 추천하는 휴식법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면 주로 걸으며 휴식을 취한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 목적지 없이 걷는 것도 다반사다. 걸으며 나무를 바라보고 바람소리를 듣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얻는다고.

“제가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체질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들보다 일찍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뿐이더라고요. 한참 걷다 보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잡생각도 사라집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휴식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치거나 충전이 필요할 때 일기를 쓴다. 그런데 방법이 조금 특별하다.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하면 하루의 일들을 예쁘게 꾸미려고 해요. 그러다 점차 자신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가감 없이 쓰게 돼 ‘자기 고백’의 일기가 되죠. 그런데 제가 추천하는 일기는 ‘긍정의 일기’예요.”

그가 말하는 ‘긍정의 일기’란 하루의 일과 중 스스로 칭찬하거나 자신이 없었다면 되지 않았을 일들을 찾아내 그것들에 관해 집중적으로 쓰는 방식이다. 그는 우울하거나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중에 자신이 잘한 일이 하나씩은 있기에 그 일을 정리하다 보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다음에는 그 일들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천하는 또 다른 휴식법은 바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듯, 그는 좋은 사람과 만난 경험을 통해 큰 위안을 받은 바 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 좋은 환경 속에 있는 것 자체가 좋은 휴식이 됩니다. 저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은 환경이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이번 여름 휴가 계획을 물었다.

“친구들과 일본에 다녀오려고요. 어릴 때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오랫동안 그에게 일본은 애증의 나라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친구들과 함께 놀던 즐거운 추억이 있는 공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여행이 기다려진다며 그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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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힘찬 작가

한국과 일본, 두 개의 이름과 삶을 가진 사람. 언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기를 즐긴다. 바라는 게 있다면 써 내려간 글들이 사람들에게 영감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지은 책으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와 공동 저서 〈내 마음대로 사는 게 뭐 어때서?〉가 있다.

글. 최덕철 _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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