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과학 탐사여행 코디네이터

人사이드인터뷰

국내 유일의 과학 탐사여행 코디네이터 _과학탐험가 문경수

2018.08.02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이 다소 낯설다. ‘과학 탐험가’이자 ‘과학 탐사여행 코디네이터’.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직업을 가진 문경수 탐험가는 그간의 자신의 과학 탐사 경험을 일반에게 소개하며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과학을 다시금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효리네 민박 마당에 텐트 친 과학자들
문경수 탐험가는 요즘 각종 방송, 강연회, 칼럼 등에 출연자 및 강사, 필자로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JTBC ‘효리네 민박’에서 두 번째 민박집 손님으로 등장해 마당에 텐트를 치고 제주 곳곳을 탐험하러 다니던 과학탐험가로 방송에 나온 후 사람들은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으로 계속 그를 찾고 있다. 블로그 댓글, 문자, 각종 SNS를 통해서 방송에 대한 소감과 과학 탐사에 대한 호기심을 수없이 보내온다. 방송에서 그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 맛집과 예쁜 카페 대신 지구과학적 관점에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 이후 수많은 분들이 편지며, 소감을 전해 주셨는데요. 그중 70~80%는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이셨어요. 울컥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대부분 ‘내가 밟고 사는 이 땅 제주가 이렇게 귀한 곳임을 이제야 알았다. 이제라도 깨닫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고마움의 인사였어요. 또한 제주도는 이제 너무 많이 가서 제주도 갈 돈으로 동남아를 가겠다고 하던 이들도 그 방송을 통해 내가 제주도에서 제대로 본 게 하나도 없었다며 다시 가봐야겠다는 분들도 많았고요.”

해외탐험 활동 중 다시 보게 된 제주
문경수 탐험가 역시 이전에는 제주도를 휴양지,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섬, 카페와 펜션이 많은 곳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제주도를 과학 탐사지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2009년에 하와이로 탐험을 갔던 그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갔다가 하와이 화산이 보고 싶어 빅아일랜드로 갔다. 그곳 연구소에서 83세의 한 노학자를 만나게 됐는데 화산학자였던 그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몇 가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제주도에 가보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문경수 탐험가는 그 이전에도 해외 탐사 활동 중 외국의 과학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비슷한 질문을 들었다. 제주도에 가봤냐는 것이었다.

“외국 과학자들은 제주도가 화산섬이라는 지질학적인 다양성, 곶자왈이라는 생물학적인 고유성, 제주도 사람들의 삶이라는 인류학적 측면에서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제주도를 놀고 먹고 여행하러 가는 곳으로만 알았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한 번도 제주도를 그런 입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고 내 나라의 제주를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제주도 탐라전파천문대

과학 ‘덕후’에서 과학 탐험가로
열정 있는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제주도의 가치가 알려지고 세계자연유산으로서 선정이 될 수 있었다는 그는 이런 소신 있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띄우며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관심을 이끌어 내는 일이 자신의 몫이라고 이야기한다.
“제주도를 탐사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이런 연구 활동에 감동하였어요. 저는 과학 전문가로서의 탐사가 아니라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합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활동을 알리고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서울산업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벤처기업 ‘플라스틱소프트웨어’에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마침 입사 당시 회사에서는 인공위성인 아리랑 2호 관제시스템의 예비설계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설계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며 지구를 탐색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별과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암기식 지식이 아닌 경외심을 가진 호기심으로 과학을 탐구하게 되었고 일명 과학 ‘덕후’가 되어 수천 권의 과학책들을 읽어갔다. 그리고 2007년 8월 과학독서모임 회원 6명을 모아 서호주(Western Australia)로 첫 탐사여행을 떠났다.
이후 세 번째 다시 호주를 찾았던 2009년, ‘효리네 민박’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전재영 씨와 그곳에서 조난을 당한 경험도 있다. 밤하늘의 남십자성, 이에 의지하며 사흘을 걸어 겨우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문경수 탐험가는 생사의 고비에도 불구하고 탐험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탐험에 전념해 보기로 마음 먹는다.

운명적 만남과 새로운 운명의 시작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동아사이언스 미디어본부 과학동아 기자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IT업계와 과학 관련 분야의 일로 생업을 이어가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다니던 회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탐험가와 탐사여행 코디네이터가 되고자 호주로 떠났다. 딱 1년의 시간 동안 부딪혀보고 승산이 없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겠노라 아내에게 다짐하고 떠났다.
“호주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데 과학 신간이 있길래 펼쳤어요. 그런데 거기에 낯익은 이름이 있더라고요. 과학 다큐멘터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나사 우주 생물학자였던 마틴 반 크라넨동크 박사였습니다. 캐나다에 있던 그가 마침 제가 있던 호주 퍼스로 2~3년 정도 파견 나와 있다는 것이었어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그 날로 그는 마틴 반 크라넨동크 박사에게 자신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그간의 활동, 박사와의 만남을 고대하며 한국 사람들에게 이러한 활동을 알리고 싶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메일을 썼다. 그의 간절함이 통했던지 마틴 반 크라넨동크 박사와의 만남이 이뤄졌고 1시간을 청했던 만남은 3시간이 넘게 이뤄졌다. 박사는 그가 매우 인상 깊었는지 자신이 일하고 있는 연구소를 안내하며 소개해주었고 호주에서 곧 열릴 세계 과학자들의 컨퍼런스와 탐사 활동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문경수 탐험가는 2010년 아시아인 최초로 NASA 우주생물학 그룹과 호주 탐사에 도전하며 과학 탐험가로서의 본격적인 삶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지금도 2년에 한 번씩 탐사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자연과 교감 없는 요즘 아이들을 위한 작은 노력
그의 탐사 영역은 더 확장되어 2013년 8월 몽골 고비사막에선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의 화석을 찾았고 2015년에는 오로라 관측을 위해 알래스카에 다녀왔다. ‘효리네 민박’ 이후 tvN ‘어쩌다 어른’, 그리고 최근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까지 방송 활동이며 각 기관, 단체들에 강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렇게 바삐 사는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고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저는 우리 아이들이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래서는 이 광활한 세상과 그것을 통해 얻는 상상력은 절대 갖출 수 없어요. 자연을 통해 상상력이라는 뇌를 하나 더 가진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경쟁할 텐데 저는 그게 가장 두려워요. 저는 저의 활동을 통해 종이 위의 지식이 아닌 입체적 세계와 우주적 상상력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연구소를 하나 열어야 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쌓여 있다는 문경수 탐험가, 자신의 탐험 이야기들을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원한다.
“제가 IT쪽을 공부하고 경험했던 것들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탐험을 통해 얻은 자료들을 디지털 콘텐츠와 결합시키는 아이디어도 생각할 수 있었죠. 이 콘텐츠가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면 박물관에서 런닝맨 같은 놀이도 할 수 있고 박물관 구석구석에서 미션을 부여 받아 풀어가며 아이들이 재미있게 박물관 관람을 할 수가 있어요. 저의 이런 작은 활동들을 통해 제 아이를 포함한 미래 세대들은 과학을 좀 더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취재 한경희 |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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