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법원서기보 이소민, 백민재, 이다빈
처음 마주한 법원의 풍경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엄숙했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서로 다른 시작에서 함께 걸어온 선배와 후배들, 그들의 여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졌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온 순간들이 법원의 공간을 채우고, 그 길은 계속해서 이어져 간다.
글. 손 민 정 / 사진. 최 다 영
따뜻함 속의 긴장감, 법원의 첫인상
이상훈 처음 입사할 때 기억나세요? 저는 법원 복도를 걸을 때 엄숙한 분위기가 참 인상 깊었어요. 아직도 그 조용한 공기가 기억나요.
백민재 저는 재판 방청을 하면서 법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법원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죠.
이소민 저는 법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동경이 컸어요. 경주지원은 대구본원에 비해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날은 긴장했어요. 다 엄숙한 분위기라서요.
이다빈 저는 법학과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법원에 관심을 가졌어요. 경주지원 첫 출근 때는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 긴장이 확 됐어요.
이상훈 그런 첫인상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겠죠. 저도 입사 초반엔 진짜 많이 헤맸어요. 용어도 생소하고, 서류도 너무 많고. 특히 실수하면 안 되니까 그 압박감이 컸어요.
백민재 맞아요. 저는 민원인을 응대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도와드리고 싶은데 규정상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땐 저도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이다빈 형사 절차 관련 질문을 받을 때가 그랬어요. 아직 정확히 다 외우지 못했을 때는 민원인분께 자세히 설명드리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이소민저는 제가 실수한 것도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가 늘 걱정이었어요. 그런데도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상훈 그래도 이렇게 각자 자리를 잘 잡아가는 걸 보니까 뿌듯하네요. 법원이 단순히 딱딱한 곳만은 아니라는 걸 다들 몸으로 느끼고 계신 것 같아서요.
기록하고, 기억하고, 성장하는 우리
이상훈 업무 얘기 한번 해볼까요? 저 같은 경우는 애매하고 복잡한 사건을 끝까지 마무리했을 때가 보람차더라고요. 하나하나 처리하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결과가 잘 나오면 그간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더라고요.
백민재 민원인이 “이렇게 친절한 사람 처음 본다”며 두 엄지를 치켜세워 주셨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다빈 저는 배상명령 신청을 도와드렸던 피해자분이 생각나요. 절차를 하나하나 설명해드렸더니 고맙다고 제 손을 꼭 잡으시더라고요.
백민재 업무를 하다 보면 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선배님들께 여쭤보거나 매뉴얼을 찾아보며 꾸준히 공부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다빈 저는 민원인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나 새로 배운 걸 메모해 두고 자주 보려고 해요. 형사재판 업무편람도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보면서 익히고 있어요.
이소민 저도 편람 자주 봐요. 시간 날 때 읽고, 모르는 건 인터넷 검색하거나 선배님께 여쭤보는 식으로요.
이상훈 다들 정말 잘하고 있어요. 이게 다 책임감에서 나오는 거고, 그게 결국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실수에서 배우고, 경험으로 전하다
백민재 선배님들은 같은 규정을 말씀하셔도 민원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서 설명하시잖아요. 그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이소민 단순히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시는 게 참 인상 깊어요. 특히 민원인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말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하시는 그 말투나 태도를 꼭 배우고 싶어요.
이다빈 저는 아직 그게 어려워요. 단호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선배님들처럼 말이죠.
이상훈 그건 진짜 경험에서 나오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런 민원인 앞에서 당황했어요. 중요한 건 상황을 그냥 넘기지 말고, 돌아보면서 배우는 거예요. 물어보는 것도 좋고요.
백민재 선배들한테 여쭤보는 게 진짜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물론 매뉴얼도 보지만, 주변 선배들한테 조언을 많이 구해요.
이소민 저는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하고, 틈틈이 편람도 봐요. 시간이 걸려도 하나씩 채워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다빈 그래서 저는 자주 묻는 질문이나 새로 배운 걸 따로 메모해 둬요. 기록해 두고 자주 들춰보는 게 제 나름의 방법이에요.
이상훈 다들 방법은 다르지만, 그 방향은 같네요. 결국 실수를 겪고, 배우고, 나만의 방식을 찾는 거죠. 그리고 그걸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줄 수 있을 때, 진짜 성장했다고 느낄 거예요.
일도 쉼도, 나답게, 일상과 일의 균형
이상훈 저는 법원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정확한 절차 속에서 흐름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개별 업무들이 결국엔 다 연결돼 있잖아요. 그런 유기적인 구조 안에서 제 자리가 있다는 게 참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백민재 맞아요. 저도 처음엔 제 일만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일이 전체 재판 진행을 돕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책임감도 더 생기고,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되더라고요.
이다빈 저도 그 유기성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런 구조 속에서 협업하는 감각이 생겨나는 게 신기했어요.
이상훈 맞아요. 그런 반복과 경험이 결국 일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거죠. 근데 이렇게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쉬는 것도 중요해지잖아요. 저 같은 경우엔 일이 아무리 많아도 퇴근 시간이 되면 정리하고, 나머지는 다음 날로 넘겨요. 그래야 일과 일상을 나눌 수 있더라고요.
백민재 공감합니다. 저도 업무 시간엔 최대한 집중해서 처리하고, 퇴근 후엔 완전히 분리하려고 해요. 대신, 어떻게 쉬는 게 나한테 제일 잘 맞는가를 계속 실험 중이에요.
이다빈 저는 평일 퇴근 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주말엔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요.
이소민 저도 주말은 확실히 쉬고, 평일 저녁에는 가볍게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에너지를 조절해요.
법원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서로를 지지하며
이상훈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백민재 정말 공감해요. 항상 중립적인 시선을 가지고, 감정이 아닌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명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일하려고 합니다.
이다빈 맞아요. 법원 업무는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고, 한 가지 일을 파고들수록 또 다른 지식이 필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저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는 마음을 가지려 해요.
이소민 저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끼지만, 제가 맡은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해 가는 게 지금 제 목표입니다.
이상훈 다들 정말 든든하네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다시 초심을 떠올리게 됐어요. 우리 각자가 맡은 자리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법원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마음은 같으니까요.
백민재 맞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소통하면서 배워가고, 함께 성장해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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