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노하우] 절약과 청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생활 노하우

절약과 청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생활 노하우

저도 이게 병인지 아는데, 

이젠 고칠 수가 없네요~ 


글. 제주지방법원 김대만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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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자원 절약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나 캠페인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습관의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자원도 아끼고 주변 환경까지 깨끗하게 만드는 일석이조 절약 노하우를 법원 가족들에게 소개합니다.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의 첫걸음, 함께 확인해 볼까요? 


오래전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의 ‘살림하는 남자’라는 칼럼을 보니 이런 글이 있더군요. 지인 집에 초대받아 갔는데 그 집 사모님은 같이 식사하다가 빈 그릇이 나오면 먹는 중간에 바로 들고 가서 설거지를 한다죠. 설거지뿐만 아니라 마른행주로 잘 닦아 본래의 자리에 놓아둔 후 다시 와서 식사하고…. 그러다 다시 빈 그릇이 생기면 또 바로 들고 가서…. 그러면서 그랬다죠. “나도 이게 병인지 아는데 고칠 수가 없네요. 호호호.”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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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고칠 수 없는 한 가지 깊은 병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장실 티슈를 손만 닦고 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보통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티슈를 두세 장 정도 뽑아 손을 닦은 후 바로 버리잖아요. 그런데 전 그 티슈를 버리질 못합니다. 그럼 그 티슈를 바로 안 버리고 뭘 하냐고요?

지금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저희 업무가 종이를 많이 다루다 보니 사무실 책상에 먼지가 많잖아요. 처음엔 그 티슈를 가져와서 책상을 닦는 데만 사용했습니다. 하루에 화장실 두세 번 정도 다녀오니까 책상을 두세 번은 닦습니다. 한번 닦을 때마다 책상 전체를 닦는 것이 아니라 한두 군데만, 딱 10초 정도만 닦습니다. 하루 세 번, 5일이면 15번, 한 달이면 60번 정도 닦게 됩니다. 딱 한 달만 이렇게 닦으면 책상은 더 이상 닦을 데가 없어집니다. 나중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닦아도 될 정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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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책상, 모니터, 프린터 정도를 닦아주지만 이게 자가발전을 하면서 차츰 범위가 넓어져 갑니다. 모니터 뒷면, 책상 가림막 위 그러다가 책상 하단 쪽으로 내려가다가 마지막으로 바닥을 닦게 됩니다. 바닥을 닦을 때는 티슈에 물을 넉넉히 묻힌 상태에서 바닥에 두세 장 정도 깔고 신발을 신고 발로 문질러주면 아주 좋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자가발전을 하면 이젠 그 티슈들을 모으게 됩니다. 사무실에서는 주위를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석 달만 지나면 주위가 깨끗해지면서 티슈를 사용할 데가 줄어들어 티슈가 남아돌게 되거든요. 아무리 티슈가 남아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 자리까지 청소해 준다며 설레발치고 다니기는 곤란하니 일단 모아둡니다. 그랬다가 이걸 집에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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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져간 티슈는 퇴근 이후나 주말에 운동 삼아 물 살짝 묻혀서 창틀이나 냉장고 닦아주면 좋습니다. 고기 구워 먹거나 생선 구워 먹고 불판을 1차로 닦아주어도 정말 좋습니다. 정말 좋은 건 비 온 다음 날 네 장 정도 물을 묻혀 현관 바닥에 놓은 후 신발 신은 발로 현관을 깨끗이 문질러 주는 겁니다. 두세 번 뒤집으면서 문질러주면 현관이 정말 깨끗해집니다. 

법원 화장실 티슈는 일반 티슈보다 잘 찢어지지 않기에 이런 용도로 사용하기에 정말 좋습니다. 새 걸 가져가지 않아도 화장실 다녀올 때마다 사용한 것들만 모아서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모을 때는 꼬깃꼬깃 대충 놓아서 말리지 말고 사각으로 두 번 정도 잘 접어서 말리는 게 좋습니다. 일단 말라버리면 다시 펴서 사용하기가 불편하니 처음부터 두 번 정도 잘 접어서 말리면 나중에 다시 사용할 때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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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용한 휴지를 주머니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는 이젠 병이 너무 깊어 치료가 불가능함을 느꼈습니다. 어차피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활용이나 잘해야겠죠? 그렇다면 이 병에 걸리면 좋은 점을 몇 가지 언급해 보겠습니다.


첫째, 버려도 되는 티슈를 재활용하기에 물자를 절약해서 쓰는 셈이 됩니다.

둘째, 남자들은 화장실을 다녀오면 보통 손끝만 살짝 씻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렇게 손끝만 살짝 씻으면 티슈가 촉촉해지지 않습니다. 손을 손목까지 깨끗이 씻은 후 티슈를 한 장만 사용했을 때가 먼지 제거하는데 가장 적당한 촉촉도가 유지됩니다. 그러다 보니 손을 손목까지 깨끗이 씻게 됩니다.

셋째, 손등은 물론 손목까지 손 전체를 골고루 씻은 후 티슈를 단 한 장만 사용했을 때 책상 닦기에 가장 적당하게 티슈가 촉촉해지기에 티슈를 여러 장 낭비하지 않습니다.

넷째, 젖은 티슈를 사무실에서 말리다 보니 미약하나마 가습기 역할을 합니다.

다섯째, 말할 필요도 없이 사무실도 집도 정말 깔끔해집니다. 저희 법원에서 제 자리가 가장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고 자부하진 못하지만 제 자리가 먼지만큼은 제일 없다고 자부합니다. 

여섯째, 티슈는 나무를 베어서 만듭니다. 티슈 절약은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고 이는 곧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게 되므로 삶이 글로벌해집니다. 


가끔씩 손 한 번 씻고 티슈를 대여섯 장씩 빼서 쓰는 사람들을 보면 ‘나 하나 이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땐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를 읊조려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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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화장실에 가면 이런 문구가 보입니다. ‘티슈를 한 장씩만 사용해 주세요’, ‘자연을 보호합시다’, ‘절약이 미덕입니다’와 같은 문구 말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런 상투적인 문구만으론 화장실 티슈를 절약할 수 없다고 봅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게으름을 타파하는 방법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라든가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같은 목표를 정하는 사람들은 100이면 99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게으름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 같은 것을 찾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화장실 티슈를 절약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문구를 붙여 놓는 것보다는 이 글처럼 티슈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때요? 화장실에 붙어 있는 문구보다는 훨씬 더 가슴에 와닿지 않나요?


여러분도 운동 삼아 한번 해보세요. 물자도 절약하게 되고 주변도 깨끗해지는 게 은근히 중독성 있습니다. 그리고 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이걸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라는 사실을요. 이젠 화장실에서 사용한 티슈 한 장 그냥 버리려고 해도 손이 덜덜덜 떨리는 게…. 저도 이게 병인지 아는데…. 이젠 고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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