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
글.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김지석 주무관
아기 새가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언젠가 익숙한 둥지를 떠나야 한다. 어미 새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기다리며 안전한 둥지 안에 머무는 동안에는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처음에는 서툰 날갯짓으로 땅에 떨어지거나, 불어오는 바람에 갈피를 못 잡기도 한다. 그러나 몇 번의 실패와 두려움을 이겨낸 후엔 하늘 위로 날아오르게 된다.
처음으로 법원이라는 직장에 발을 들였을 때의 나 역시 안전한 둥지 안에 머물러 있던 아기 새와 같았다.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일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고,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는 데도 망설임이 많았다.
첫 근무지에서 나는 법원 곳곳을 돌며 직원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드렸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과 낯선 부서, 분주하게 오가는 직원들의 모습은 내가 이제 법원이라는 조직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인사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기타집행과 경매문건 접수의 업무를 시작했다.
낯선 첫걸음은 크고 작은 시행착오로 이어졌다. 처음 업무를 접했을 때 가장 어렵게 느껴진 것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절차였다. 하나의 문건을 처리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 많았고, 비슷해 보이는 문서도 각자의 다른 특징과 이야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채무자의 주민등록초본을 채권압류추심 신청에서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필수 서류들을 체크해야 하는 점에서 막막함을 느꼈다. 기타집행과 경매 접수 문건 모두 신속성과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법원의 업무 처리 방식을 새삼 깨닫게 했다.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업무 처리는 경정결정 등 업무의 양을 늘렸고,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처리하는 업무가 주변 직원들이나 민원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는 사실을, 민원 응대를 통해 단순한 서류상의 작업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업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주변 직원들의 도움은 큰 힘이 되었다. 바쁜 상황에서도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알려주는 직원들의 태도에 나는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맡은 업무의 흐름을 차츰 숙지하게 되었고, 처음보다 훨씬 침착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 정도만 주고받았지만, 함께 일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법원이라는 조직은 각자 맡은 업무를 혼자서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의 협력을 통해 거대한 조직의 톱니바퀴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렇게 첫 근무지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전출하게 되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익숙한 둥지를 떠나야 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업무와 정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법원과 업무와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법원 업무와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은 있었지만, 새로 맡게 된 약식명령 및 과태료 결정 업무는 이전 업무와 전혀 다른 종류라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에 메모했던 상황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처음과는 다른, 조금씩 성장한 나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를 마주할 때의 두려움과 긴장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을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낯선 업무를 익혀가는 경험 속에서 나는 조금씩 발전하고 단단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두 번의 발령과 새로운 업무는 내게 단순한 직무 변화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정확한 업무 처리를 위해 먼저 관련 규정과 선례를 찾아보고 부족한 부분은 선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실수가 발생하면 원인을 되짚어 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메모하며 업무를 익혀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조금씩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키울 수 있었다.
아직도 처음 접하는 업무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당황할 때가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두려워하기보다는 관련 규정과 업무 처리 사례를 찾아보고,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원인을 응대할 때도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은 안내와 친절한 말 한마디가 민원인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업무를 하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업무를 두려워하기보다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싶다. 정확하고 신속한 업무 처리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는 믿음을 주고, 민원인들에게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법원공무원이 되기 위해 꾸준히 배우고 성장해 나가겠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배우며, 조직에 도움이 되는 구성원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법원에서 다양한 업무와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나는 조금씩 둥지 밖으로 나와 스스로 날개를 펼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시작된 나의 성장 이야기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아기 새의 첫 날갯짓이 서툴고 불안하더라도 그 움직임이 쌓여 마침내 하늘을 나는 힘이 되듯, 나의 작은 도전과 노력도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날개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익숙한 둥지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만의 날갯짓으로 법원이라는 넓은 하늘을 당당히 날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