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뜰] 나는 일타강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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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4

글. 김재로 대전지방법원 등기주사보 일러스트. 이가영

제가요?

2025년 등기국에서 등기 업무 개선을 위하여 추진해 왔던 월례사례연구회를 보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등기전문역량강화연구회’로 개편하면서 대전지방법원 등기국은 그 중심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서무행정관으로서 연구회의 간사를 맡게 되었다. 역량강화연구회의 활성 방안에 대한 전체 회의에서 권준식 사무국장님은 법원에서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인 등기 업무에 대하여 주무관의 실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부동산 및 법인 등기 관련 연구반 개설을 제안하셨다. 그 순간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심사숙고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가 법원사무직렬 주무관이었다면, 부동산·법인 등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떠올린 것은 내 초임 시절의 기억이었다. 2006년 지금처럼 무덥던 여름에 나는 부여등기소에 등기실무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처음으로 주어진 업무는 등기사항증명서 발급 담당이었다. 등기사무직렬이었지만, 입사 전에는 등기사항증명서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고, ‘등기의무자’, ‘등기권리자’ 같은 단어는 그저 부동산 등기법 조문 속 단어일 뿐이었다.

첫날부터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이런 나를 구원해 준 사람은 부여등기소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정해란 행정관님이었다. 오랜 등기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어린 아이가 먹는 것, 마시는 것, 걷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등기 업무에 대하여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빠른 시간 내에 부여등기소의 구성원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응하게 되었다.

내가 멘토가 된다면

초임 시절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기로 결심했다. 먼저 주무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등기 업무 경험이 없는 주무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법원 내의 등기 업무 중 송무·비송 업무에서 처리하는 것은 ‘부동산 등기 촉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촉탁서는 참여관 이름으로 제출되지만, 실질적 처리는 주무관들이 맡는다. 특히 부동산 등기 촉탁은 신청인이 제출하는 등기사항증명서에 나오는 권리관계를 알아야 업무가 수월해진다. 그렇게 나는 부동산 촉탁과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는 보정사유와 그 해결 방법, 사전 검토 요령까지 정리하기 시작했고, 점차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강의’라는 방법을 떠올렸다.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예전 신규 시절 교육원에서 교수님들의 강의를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진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직원 조회 정보란에 “30년 뒤 법원공무원 교육원장이 되자”라고 적었던 기억도 났다. 지금 돌아보면 참 철없던 다짐이지만, 그 마음이 지금의 나를 움직였다.

첫 데뷔

방향을 정했으니, 이제는 준비다.

나이만 MZ세대라고 하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 대만 해도 문서 작성은 한글이 기본이었다. 한글 문서는 지식 전달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2019년에 한·일 등기관 상호 연수의 연수생으로 PPT를 통해서 발표했던 경험을 통해서 PPT를 만드는 작업부터가 도전이었다. 업무 틈틈이 강의안을 구상하고, 도서관에서 PPT 관련 책을 빌려 읽으며 단축키를 익히고 연습하며, SNS와 유튜브로 트렌디한 디자인을 익혔다. 그렇게 겨우 ‘볼 만한’ PPT가 완성되었다. 강의 경험이 없던 나는 ‘말하기’ 또한 큰 과제였다. 유튜브를 통해 교수법을 익히고, 아이스브레이킹도 준비하며, 매일매일 연습했다.

드디어 5월 19일, 대전지방법원에서 30여 명의 주무관 앞에서 첫 강의를 시작했다. ‘멘토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처음엔 떨렸지만, 연습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술술 풀렸고, 강의 중간에 퀴즈 경품 때문인지 반응도 뜨거웠다. 강의는 예정 시간을 넘겼지만, 준비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시민과 함께한 강의

연구회 강의 외에도, 류정은 등기운영과장님과 함께 ‘찾아가는 문화강좌’를 기획하게 되었다. 열린 등기서비스 구현을 위한 사법부의 시도로 유성구청과 협업하여 대전광역시 시민 및 유성구민 대상 강의가 6월 11일과 18일, 두 차례로 확정되었다. 주제는 ‘부동산 등기 제도의 소개와 전세사기 예방법’으로 회당 80명의 시민이 모집되었고, 인터넷 지식백과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부동산 등기의 역사’, ‘등기사항증명서 연혁’, ‘등기기록례를 통한 소유형태’ 등 흥미롭고 실용적인 내용을 구성해 나갔다. 강의 당일, 법원의 얼굴이라는 사명감으로 강연장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큰 규모와 대기 중인 시민들에 잠시 긴장했지만, 준비한 내용들을 차분히 풀어냈다. 시민들은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고, 사진을 찍고, 퀴즈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특히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은 정말 뜨거웠다. 좋은 강의에 감사해 주시는 할머님의 인사,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강의 요청 문의, 등기 신청 방법에 대한 질문 등 부동산 등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뜻밖의 선물

7월에 대전광역시 서구청과 함께한 시민 강좌를 마치고 추후에 있을 강의를 위해 자료를 준비하던 중에 ‘2025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 표창 대상자’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법원 생활 19년 만에 대법원장 표창이라는 큰 상을 수상하게 되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긴장하면서도 설렘을 안고 9월 12일 대법원에서 유관기관 협업과 시민을 위한 강의로 대법원장님께 표창을 수상 받고 함께 오찬장에서 강의에 대한 여러 조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시금 유튜브를 통해 표창장을 수여 동영상을 보면서 강의를 해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의 경험은 마지막 2차 강의를 한결 여유를 가지고 시간 안배와 질의응답까지 세심히 준비하며 더 알차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일타강사가 될 수 있을까?

과거 주무관 시절, 교육원에서 내부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적이 있다. 수료한 후에 강의 기회가 없어서 잊고 지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뜻밖의 기회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철없던 주무관 시절 ‘법원공무원교육원장이 되자’는 꿈을 꾸었던 청년에서 지금 나는 부동산 등기를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등기전문가가 되었다.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등기사무직렬 법원공무원이라는 점에 자부심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언젠가 교육원에서 사랑하는 후배님들의 ‘일타강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성실히, 열정으로 달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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