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주혜 서울중앙지방법원 실무관 / 사진. 최 다 영
제가 법원에 첫발을 디딘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여전히 막내 같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이제는 제법 선배 대접도 받게 되었습니다. 첫 발령 이후 줄곧 재판부 실무관으로만 근무하다 보니 일이 조금 지겹다는 생각이 들 무렵,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이벤트가 생겼습니다.
제가 법원에 들어올 당시만 해도 법원공무원 시험은 경쟁이 매우 치열했지만, 최근 공무원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기가 줄어들면서 법원도 그 흐름을 피해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올해부터 시험 제도가 개편되었고, 5급 공채시험에는 PSAT이 도입되었으며, 9급 공채시험에서는 지역구분 모집이 시행됩니다. 법원공무원의 낮은 인지도를 개선하고 변경된 시험 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지역별 주요 대학을 방문하여 법원을 소개하고 시험제도를 설명하는 ‘찾아가는 설명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원에서 전문교육 실무자 강의 등 내부 강의 경험이 있는 저에게 영광스럽게도 이 설명회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찾아가는 설명회’는 법원행정처 인사운영심의관실에서 준비한 홍보 프로그램으로 법원과 법원공무원의 역할을 소개하고, 법원의 근무환경이 가진 장점을 강조한 뒤, 우리 시험에 응시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무원 인기의 지속적인 하락과 변화된 시험 제도로 인해 출원인원 감소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법원과 시험제도를 홍보하려는 행정처의 고민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져 장점으로 느끼지 못했던 법원의 여러 긍정적인 면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볼 수 있어 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지역 설명회는 여러 직원들의 추천 덕분에, 저를 비롯해 동부지법의 김유리 실무관, 중앙지법의 조민영 실무관, 남승조 실무관, 성남지원의 장용희 실무관이 발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 함께 모인 회의 자리에서는, 평소 낯을 잘 가리지 않는 저조차도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지만, 추천받은 이유가 있던 사람들답게 리허설을 위해 다시 만난 두 번째 자리부터는 모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며 서로를 격려해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발표 준비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리허설이었습니다. 5명의 발표자가 각자 두세 군데의 학교를 찾아가야 하므로 통일된 내용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리허설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회의실에서 과장님부터 실무관까지 열 명이 넘는 분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압박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저희는 “실전은 이보다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마음으로 리허설에 임했는데, 정말 그 덕분인지 실전에서 떨지 않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발표를 보며 잘한 점은 칭찬하고, 개선할 점은 의견을 나누며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보완할 수 있었고, 특히 저는 후배들의 참신한 발표 내용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집단지성’인데, 정말 그 말처럼 집단지성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홍익대와 세종대에 방문했는데, 특히 홍익대는 대학생 시절 자주 놀러 가던 곳이라 그때의 설렘이 떠오르며 유독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부 학교는 수업 시간을 특강으로 전환해 참석률이 높았던 반면, 다른 학교는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참석률이 낮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모두 진지하게 메모를 하며 열심히 참여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희 발표자들도 준비한 것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설명회가 끝난 후, 개별적으로 찾아와 용기 있게 질문을 해주신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수험 준비를 이미 결심한 학생들도 있었고, 설명회를 듣고 새로 관심이 생긴 학생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수험생활에 관한 질문을 하며 저도 오랜만에 제 수험생활을 떠올리며 열심히 답변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졸업 전에 합격하면 발령 유예가 가능한지, 비연고지로 발령이 많이 나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 했습니다. 올해부터 9급 공채시험에서 지역별 선발 과정이 생긴 덕분에,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안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부 적극적인 학생들은 발표자들에게 더 묻고 싶다며 연락 방법을 물어, 이메일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저희 발표가 끝난 후에는 QR코드를 통해 설명회에 대한 느낌과 향후 시험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귀찮아서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모든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찍고 고개를 숙여 성실하게 설문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며, 귀엽기도 하고 이런 친구들이 법원에 후배로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문 결과, 참석자 중 약 97%가 설명회를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바쁜 업무 속에서 주말까지 시간을 내어 발표를 준비한 보람을 느끼며 뿌듯했습니다. 9급 공채시험 접수기간 이후에 설명회 일정들이 잡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번 설명회를 통해 법원공무원에 대한 관심을 가진 많은 대학생들을 내년에는 법원에서 동료로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설명회를 준비하던 자리에서 한 발표자분이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법원공무원을 선택할까요?”라는 질문을 스스로 생각해 보았고, 대답은 Yes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도 같은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져보았는데, 저 역시 대답은 Yes였습니다. 한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법원공무원을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학생들과 대화하며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고, 앞으로 법원에 들어올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추천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기를 바라며, 그 변화의 시작에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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