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1] 서핑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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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낭만필객Ⅰ

글 도민호 판사(부산회생법원)

서핑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바다를 좋아하거나,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서핑은 적어도 한 번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서핑을 권하면 ‘수영을 못하는데’라고 답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보드에 있는 ‘리쉬’라는 끈을 발목과 연결하므로, 적어도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처럼 보드를 붙잡고 ‘장판’(파도가 없어 잔잔한 바다를 말합니다)인 바다에 둥실둥실 떠 있는 순간도
무척 행복합니다. 입문자라도 얼마든지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떠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의 수영을 할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들어가며
육아와 업무, 집과 법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독자분들께 재미를 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다소 시간을 거스르게 되지만 2015년, 2016년경 푹 빠져 살았던 서핑을 소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는 않고 특별히 잘하는 스포츠는 없지만, 제가 이것저것 배워 본 운동은 많은 편입니다. 20대 이후로 수영, 태권도, 테니스, 스쿼시, 복싱, 탁구, 스노보드, 댄스, 골프, 농구 등을 배워 보았는데, 그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서핑이었습니다. 마침 우리 법원이 있는 부산이 서핑으로 유명하기도 하니, 더욱 『법원사람들』의 주제로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하에서는 서핑 입문을 간략히 살펴보고, 제가 가보았던 국내외 서핑 여행지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15-2016년 기준이므로 현재와 다른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핑 입문
가. 레슨
서핑으로 이름난 바다를 가면 많은 서핑샵들이 있습니다. 샵에서 서핑보드만 빌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입문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않고는 ‘테이크 오프’, 즉 보드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알기 어렵고 무엇보다 안전 때문입니다. 서핑 중 보드와 부딪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이안류 등에 휩쓸릴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하게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지해야 할 규칙들이 있습니다. 첫 레슨에서는 이러한 규칙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은 레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테이크 오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다시 레슨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나. 보드 선택
서핑보드는 많은 종류가 있고 저도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크게는 롱보드와 숏보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롱보드는 기다란 서핑보드로 보통 성인 키를 넘고, 숏보드는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혹시 서핑 영상 등을 보신다면, 역동적인 숏보드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숏보드는 난이도가 매우 높아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더라도 입문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숏보드를 시도하거나 심지어 이를 구매하는 경우도 보았는데 많은 경우 테이크 오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다시 롱보드를 택하게 됩니다. 입문자에게는 롱보드가 훨씬 쉽고, 무엇보다 롱보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숏보드를 탈 수 있음에도 롱보드를 타는 ‘고수’들도
있습니다. 여하튼, 처음 서핑을 접하시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롱보드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다. 수영
서핑을 권하면 ‘수영을 못하는데’라고 답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경우 입수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처음 서핑을 하면서 물에 빠지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수영을 못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드에 있는 ‘리쉬’라는 끈을 발목과 연결하므로, 적어도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처럼 보드를 붙잡고 떠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의 수영을 할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수영을 못한다는 이유로 서핑을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라. 매력
서핑은 실력상승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무엇보다 연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매주 바다에 갈 수 있는 여유도 없겠지만, 바다에 간다 한들 좋은 파도가 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즉, 상당기간 파도를 잘 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도 파도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순간에 반해 서핑에 빠지게 되었지만, ‘장판’(파도가 없어 잔잔한 바다를 말합니다)인 바다에 둥실둥실 떠 있는 순간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입문자라도 얼마든지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서핑 여행지
가. 국내
제주도가 국내에서는 가장 좋다고 하나, 저는 서핑을 목적으로 가보지는 못하였습니다. 대부분 양양에서 서핑을 하였고 부산 송정에서도 몇 번 서핑을 하였습니다. 다만 동해의 여름은 서핑에 적합한 파도가 자주 오지 않습니다(서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 입문 단계에서는 파도가 거의 상관이 없지만 이후에는 일정한 수준의 파도가 필요합니다. 동해의 겨울 파도는 정말 좋다고 하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저로서는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바다 근처에 거주하면서 파도가 좋은 날을 골라 서핑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서퍼들은 결국 해외를 찾게 됩니다.

나. 해외
1) 호주
저는 2014. 12. 서핑의 ‘성지’ 중 하나인 호주에서 입문을 하였습니다. 입문자에게는 다소 험하지만 무척 좋은 파도가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호주에는 서핑을 즐기기 좋은 바다가 많고, 서핑샵 등 인프라도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주를 방문하신다면 여행일정에 맞추어 어느 곳에서든 서핑을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서핑 외에 즐길 거리, 먹거리가 많은 점도 좋았습니다.
[샤르가오] ‘클라우드 나인’이라는 포인트의 모습으로, 끝에 보이는 건물은 지금은 태풍으로 날아가 없는 듯하다

2) 필리핀 샤르가오
필리핀의 ‘샤르가오’는 서퍼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곳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친구들과 인터넷 서핑카페에서 추천받은 ‘칼딩’이라는 현지인을 만나러 갔는데, 울창한 야자수 위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나무집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소개받은 대로 인상이 무척 선해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꽤나 바가지를 썼던 것 같습니다.
3일간 서핑 강습을 받으면서 일행 4명에게 모두 1명씩 강사(?)가 배정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무척 체계적인 것 같지만 실상은 마음씨 좋은 칼딩이 친구들에게도 돈을 벌 기회를 주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여하튼 파도도 무척 좋았고 전담 강사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일행들과 야심차게 중급자 포인트로 데려가 달라고 하자, 본격적으로 배를 타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본 일행들은 모두 한 번 만에 서핑을 포기하였습니다.
저는 두 번째 파도에 도전하였다가 멀리 떠내려가면서 ‘이대로 죽는구나’하였는데, 끝까지 밀려가니 바닥에 발이 닿아 내심 머쓱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저도 두 번째 파도를 끝으로 포기하였습니다. 여하튼 샤르가오는 서핑을 하지 않는 시간도 충분히 즐거웠고, 지금도 추천하고 싶은 서핑 여행지입니다.

[와이아오 바다]
3) 대만 와이아오
와이아오는 호주나 발리, 하와이 등에 비해 그리 유명한 서핑 포인트는 아닙니다. 저는 친구들과 대만 여행을 간 김에, 혼자 타이페이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와이아오로 갔습니다. 타이페이 시내에서 1~2시간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도착했더니 황량한 바다에 서핑샵은 대부분 문을 닫고 한 곳만 열려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직감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보드를 빌려 바다로 나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바위도 많고 심지어 그물도 여기저기 설치되어 도저히 서핑을 즐길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서핑은 포기하고, 인심 좋은 서핑샵에서 다과를 얻어먹으며 기차를 기다리는 추억만 남겼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는 2016. 12.로 서핑 시즌이 아니었을 수 있고,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와이아오 주변 서핑스팟이 여러 군데가 있어 다른 곳으로 가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방문 의사가 있으신 분은 저처럼 실패하지 말고 자세히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4) 하와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던 서핑 여행지였습니다. 저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서핑을 하였는데, 근처에 한인샵이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와이키키는 초·중급자에게 좋은 스팟으로, 하와이는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서핑 스팟이 있고 특히 노스쇼어로 가면 영상에서나 볼 법한 멋진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퍼들의 인사법인 ‘샤카’(Shaka)도 하와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혼자 파도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던 중 다른 서퍼에게 조언을 구하였는데, 영화배우 같은 외국인 서퍼가 ‘파도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고 해주었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유명한 여행지인 만큼, 서핑 외에도 무척이나 즐기고 먹을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가격이 다소 부담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완벽한 곳이 아닐까 합니다.
결론
바다를 좋아하거나,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서핑은 적어도 한 번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짜릿함도 크지만, 파도를 향해 팔을 저으며 나아가는 순간, 보드 위에 앉아 햇살 가득한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시원한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모두가 추억이 되리라 장담합니다. 그럼, 바다에서 뵙겠습니다.
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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