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에세이 3] 나의 배드민턴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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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7

마음껏 에세이 3 I 나의 배드민턴 입문기

글 정지상 실무관(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나의 배드민턴 입문기

법원 실무관 3년 차,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남원지원은 2022년 1월 기준 관할인구 12만 명밖에 되지 않고, 직원들도 30여 명 정도 근무하는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작은 지원이다.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매일매일 사무실-관사를 전전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야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혼자 관사에 누워 핸드폰을 보거나 일찍 잠을 청하였다. 또 코로나 시국이 끝나지 않은 때라 회식도 없어 주말만 기다리며 지루한 일상 속에 파묻혀있었다. 그렇던 중 3월 초쯤 코로나 격리 단계가 완화되면서, 선배들이 배드민턴을 치러 가보는 게 어떻냐며 권유하였다. 배드민턴에 취미는 없었지만, ‘사무실이나 관사에 있는 것 보단 낫겠지’하고 생각하며 후줄근한 추리닝에 운동화만 신고 무작정 따라가 보았다.

선배 따라 강남간다
그렇게 해서 선배들을 따라 일단 체육관에 갔다. 선배의 배드민턴 라켓을 빌려, 직원들과 막무가내로 셔틀콕에 힘을 실어 보냈다. 처음엔 라켓에 셔틀콕을 맞추기도 힘들었지만 한 세트 두 세트 하다보니 제법 경기다운 구색을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세트를 몰입하여 괴성을 지르며 배드민턴을 치다보니 두 시간 가량이 지나 있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찝찝하였지만, 두어 달간 남원에서 독수공방하며 쌓인 번뇌들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같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니 선후배들과도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매주 한 번 있는 배드민턴 치는 날이 기다려졌다. 5월 이후에는 코로나19 제한 조치도 거의 풀려 운동을 한 후 직원들과 호프집에 가서 치맥을 하면서 무더운 여름을 이겨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땀이나 흘리려고 시작을 했지만, 몇 달을 치니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인지 조금 더 잘 치고 싶은 욕심도 갖게 되었다. 그렇던 터에 법원사람들과 법원 외부 사람들을 몇 명 더하여 이른바 ‘명문클럽’ 창단하였다. 그리고 나는 클럽 회원들과 같이 정식으로 레슨을 받게 되었다.

입문전문가에서 개근(皆勤) 수강생으로
나는 입문전문가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취미생활 입문전문가 아닐까 싶다. 킥복싱, 유도, 피아노, 캘리그라피 등등 이것저것 발을 담가보았지만, 반년을 넘기기 힘들었다.

왜 그랬을까?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쉽게 포기했던 원인들을 생각해보니 초반에 열의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다. 항상 처음에만 에너지를 쏟다가 중반 이후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전형적인 ‘용두사미(龍頭蛇尾)’였다. 그래서 이번 배드민턴 레슨은 매일매일 꾸준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선택하기로 했다.

레슨 받을 때마다 열심히도 아니고 잘하지도 않더라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처음 한 달은 무척 힘들었다. 레슨 시간은 겨우 15~20분이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근육통에 온몸이 욱신거렸다. 가끔 어떤 날은 조금 쉬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같이 레슨을 받는 직원들과 함께한 덕분에 레슨에 결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당장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모두를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할만한 수강생이 되길 꿈꾸며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물 밖 개구리가 되어보자

배드민턴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결국 나 자신 또는 나의 팀이 상대방을 꺾는 엄연히 승패가 있는 스포츠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돈 잃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돈을 한 번도 잃어 본 적이 없는 부자를 만나 적도 없다. 그렇지만 한 푼도 잃어 본 적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많이 만나 보았다. 바로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초보 입문자들은 실전 경기에 투자하기를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고수들의 화려한 스매시에 돈을 잃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러하였고, 그렇다보니 실력은 여전히 초라하였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깨고 우물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하였다. 레슨에서 끝이 아닌,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였다. 언제나 결과는 예정되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느끼며 소소한 만족감을 즐겼다.

남원에 와서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누군가는 겨우 그 정도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일도 레슨 날이네…’하며 걱정을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내년에도 지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배드민턴을 즐기는 법원구성원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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