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잘 쉬는 건 어떻게 쉬는 걸까? 많은 사람이 휴식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쉬는 동안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거나 어디로 놀러 가야 남부럽지 않은 휴식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휴식은 남 눈치 볼 것 없이 자기가 편한 것이 최고다.
고정관념, 휴식을 망친다
휴식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자연(自然)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휴양림을 산책하거나 등산하는 등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을 접해야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자연을 통해 휴식을 얻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자연에 감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산이나 바다가 휴식처가 되지 못한다. 온종일 집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 좋은 휴식이 될 수 있다. 산이나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다를 바가 없는 이들이 굳이 고생스럽게 산이나 바다를 찾아가 휴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방콕’하면서 하루를 보내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은 ‘방콕’으로 최고의 휴식을 보내고도 마음이 불편하다. 모처럼의 휴가를 낭비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휴식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고나면 다음 휴가 때는 미리 원대한 계획을 세우리라 다짐한다.
나를 바로 알면 휴식이 쉽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주말에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게임이 신체적·정신적 안식을 주지 못하니 진정한 휴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뭔가 짜릿한 것을 원하던 이들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 될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주말에 박물관을 관람하며 마음의 안식을 찾지만, 누군가는 백화점에 들러 예쁜 옷, 새로운 가방, 명품 시계, 화려한 보석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정형화된 조직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는 ‘자유로운 영혼’은 주말에라도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신나게 놀아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회사에서는 실수가 없어야 해 평일 내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으니 주말에라도 친구, 좋은 사람들과 만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해야 다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사람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고역인 사람은 주말에 주로 혼자 쉬는 편이 좋다. 이런 사람은 회사에 아무리 일이 많아도 해낼 수 있지만 조직생활, 사회생활이 제일 힘들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주말이나 휴가 기간에 집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나가서 뭔가 하라고 말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곳에도 안 가고 혼자 있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다.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스스로 재충전이 필요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최고의 휴식인 것처럼 나온다. 주말이나 휴가 때는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마주치기만 하면 아버지, 어머니, 형, 오빠 또는 누나가 잔소리를 하고 나를 무시하고 깎아내린다면 집에 있는 것은 휴식이 될 수 없다.
부부 사이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다. 부부 중 한쪽은 계속 밖에 나가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집에 있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밖으로 나가는 경우 나가고 싶은 쪽은 휴가를 제대로 보낸 것 같지만 집에 있고 싶은 쪽은 하나도 쉬지 못한 셈이 된다. 주말마다 시댁이나 처가에 가야 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더욱 고역이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적어도 주말에는 집에서 혼자 있을 권리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쉬고 싶은 사람은 놔두고 혼자 가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 다시 생각해보라
진정한 휴식을 즐기려면 남의 눈치 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나는 온종일 멍 때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나면 사람들이 주말에 뭘 했느냐고 물을 때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억지로 주말에 뭔가를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는 주말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하지 못한다. 가능하면 남의 눈치를 보지 말자. 적어도 주말이나 휴가 때만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것이 휴식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용기가 없다면 남들이 다 한다고 억지로 따라 하는 것이라도 그만두자.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여행이다. 휴가하면 많이들 여행을 떠올린다. 모든 사람이 휴가 때 여행을 가면 나도 여행을 가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가기 싫은 여행을 따라가게 되고,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한다. 그런데 여행을 떠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다. 남들이 다 가니까 나도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면 가기 싫은 사람과 함께 여행가게 된다.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여행은 가지 말자. 그게 힘들다면 일단 여행은 가되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단호하게 도중에 돌아오자.
휴식에는 고정관념이 없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듯 휴식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눈치 주지도 말자. 휴식은 그야말로 휴식이어야 한다.
글.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정신과 전문의)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뒤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건강 부문 매니지먼트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와 청담하버드심리센터를 열었다. 지은 책으로 〈게으름도 습관이다〉 , 〈걱정도 습관이다〉 ,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