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지산유원지 나들이 광주 시내, 무등산 정상에서 한눈에

테마가 있는 글

2024.04.05

김준환 판사(광주지방법원)

지산유원지
지산유원지는 광주지방법원에서 도보 25분, 차량으로 5분가량 떨어진 광주 동구 지산동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관광단지로서 무등산 자락에서 유일하게 직접 등산하지 않고 편안하게 봉우리 정상까지 갈 수 있는 리프트와 광주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모노레일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지산유원지는 1978. 4. 개장한 이래 80, 90년대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단지 중 하나였으나, 여느 오래된 관광단지들이 그렇듯 이제는 쇠락하여 아는 사람만 찾는, 광주지방법원 가족들에게도 매우 친숙하지만 막상 제대로 즐겨본 사람은 별로 없는 그런 곳이다.
나 또한 광주에서 근무한 지 벌써 4년 차이지만, 법원 행사 때 지산유원지에 위치한 식당들만을 이용하였을 뿐, 유원지 내의 관광시설은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광주지방법원에 부임한 이래 지산유원지를 비롯한 주변 관광지를 가보려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나, 양육할 아이가 있는 주말부부에게 근무지에서의 관광지 나들이는 사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재판부나 동료들끼리 휴가를 내고 나들이를 간 적도 있었으나 개장한 지 반 세기가량이 지난 지산유원지는 언제나 후순위였다.

지산유원지 나들이
출발
마침 법원사람들 원고 요청을 받고 이 기회가 아니면 지산유원지와 무등산 팔각정을 가볼 수 없을 것 같아, 2시간 조퇴를 내고 무작정 법원을 나섰다. 지산유원지는 유원지 내에 위치한 무등파크호텔(3성급)을 중심으로 유원지 입구 쪽에 위치한 식당가(보리밥거리)와 안쪽에 위치한 무등산 리프트/모노레일, 골프연습장 등으로 구성되는데, 유원지 입구에 있는 식당가를 지나 무등파크호텔에 차를 세웠다.

무등파크호텔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유명 특급호텔 못지않은 번쩍번쩍한 대리석들과 멋들어진 클래식 카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광주를 대표하는 호텔이었으나, 이후 경영난으로 운영이 어려워져 법원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최근 전 객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시작하려 노력하고 있고, 멋들어진 로비의 모습을 보니 아이가 좀 더 커서 광주에 온다면 하루 정도 묵으면서 주변 관광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등산 리프트
무등산 리프트와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호텔을 나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리프트 건물로 갔다.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리프트/모노레일 승차권(왕복 17,000원/인)을 판매하고 있었다. 리프트/모노레일은 휴무일 없이 매일 12:30부터 일몰 전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편의점에서 왕복 승차권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구매하고 리프트 승강장이 있는 2층으로 갔다.
리프트는 2인승으로 작고 오래되어 보이긴 했지만, 빨간색, 노란색으로 새로 칠한 페인트 덕분에 나름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2인승의 작은 리프트여서 그런지 손을 뻗으면 리프트 옆 나무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리프트를 타는 시간은 약 15분 정도 되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서 느긋하게 주변의 나무와 무등산 자락의 풍경을 즐기면서 갈 수 있었다. 리프트를 타고 가는 내내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트로트가 흘러나왔는데 그 덕분인지 80, 90년대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트로트 대신 클래식을 틀어주면 젊은 세대까지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산책로
리프트에서 내리자 모노레일 승강장까지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로 향했다.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사랑의 담장이 보였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남산에 걸었던 우리의 자물쇠는 몇 달 후에 펜스채로 수거되어 폐기되었을 것이라 다시 남산에 갔을 때는 그 자물쇠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곳의 자물쇠는 비교적 오래도록 걸려 있을 수 있으니 광주 시내를 바라보며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 오래도록 잘 만나면서 몇 년 후 다시 와서 자신들의 자물쇠를 찾아 추억을 속삭이기를 희망하였다. 사랑의 담장을 지나 계속하여 산책로를 걸었다. 오랜만에 숲속을 걸으니 업무와 육아만이 가득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등산 모노레일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걷자 모노레일 승강장이 보였다. 여기서 모노레일을 타면 광주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무등산 팔각정까지 갈 수 있다. 모노레일은 1열에 2명씩 9열이 있었는데, 맨 앞열에는 직원분이 타서 직접 모노레일 스위치를 조작하는 것 같았다. 평일 늦은 오후라 그런지 다른 관광객 없이 직원분과 둘이서 모노레일을 타고 무등산 팔각정으로 향했다.
산(봉우리) 정상에서 다른 정상까지 능선을 따라 이어진 모노레일을 타자 우측으로는 광주 시내를, 좌측으로는 무등산 자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생각보다 고도가 높아 하늘 위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 좋았다. 3월의 풍경도 이렇게 좋은데, 단풍철이나 눈이 내린 설산의 풍경은 얼마나 좋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단풍철이나 눈이 많이 왔을 때 꼭 동료판사들과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등산 팔각정
모노레일을 타고 약 15분 정도 지나자 무등산 팔각정 승강장에 도착하였다. 승강장에서 계단을 따라 1분 정도 올라가자 멀리서 보기만 했던 무등산 팔각정이 보였다. 무등산 팔각정은 광주 시내 어디에서도 보이는 곳으로 어떤 곳인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런 곳에 실제로 와보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무등산 팔각정 2층에 올라서자 광주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교적 가깝게 보이는 광주지방법원을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아직 일하고 있을 동료 판사들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보리밥집
무등산 팔각정에서 내려와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모노레일과 리프트를 타고 무등파크호텔로 돌아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시간 반가량이 지나있었다. 잠깐의 나들이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워 유원지 입구에 있는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산유원지 식당가에는 보리밥집이 모여 있어 보리밥거리로도 불린다. 식당가에 있는 여러 보리밥집 중 재판부 점심때 가본 온천할머니집으로 향했다. 보리밥 정식 단일메뉴로 가격(10,000원/인)이 크게 저렴하지는 않으나 나름 관광지라는 점과 제공되는 음식(나물)의 종류와 맛을 고려하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즐기는 시골밥상에서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마치며
광주지방법원에서 정말 가깝지만, 막상 시간을 내서 가기에는 쉽지 않았던 지산유원지를 다녀오니 2시간이면 동료들,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광주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많은 분들께 지산유원지로의 나들이를 추천해야겠다. 힘들게 무등산을 직접 오를 필요 없이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리프트와 모노레일을 타고, 무등산 팔각정에 올라 광주지방법원과 시내, 그리고 무등산 자락을 바라보면서 함께 웃고 떠드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80, 90년대 동료들, 가족들과 함께 지산유원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그때의 추억을 기억하러 다시 지산유원지에 오는 것처럼, 광주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많은 분들이 지금 지산유원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나중에 다시 광주에 왔을 때 그 추억을 기억하러 광주지방법원과 지산유원지에 또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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