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추천 여행지] 울산과 양산에서 신라 여행자가 되는 법

테마법원

2024.03.05

이준영 부장판사(울산지방법원)

언양에서 불고기 먹고
불지종가(佛之宗家) 통도사 한옥 체험

울산지방법원 관내 경남 양산시에 있는 통도사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울산역의 이름도 “울산(통도사)”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울산지방법원 이 양산시법원 사건을 제외한 경남 양산시를 관할하는데, 울산에 있는 절들은 상당수가 통도사의 말사이기 때문에 경남 양산시가 울산광역시를 관할하고 있는 셈입니다(대한불교조계종 기준). 이렇듯 울산과 양산은 매우 밀접한 관계입니다. 울산(통도사)역이 위치한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는 소고기와 불고기 식당이 매우 많고 큰 재래시장(언양알프스시장)도 있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셨다면 멀리 떨어지지 않은 통도사를 방문하시기를 권합니다. 반대로, 통도사를 보고 언양에서 식사를 하셔도 됩니다.
산문(山門, 절집의 대문)에서 부도전(浮屠殿, 일종의 스님의 납골당)까지 소나무들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멋들어진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를 걷거나 차로 통과하면 드디어 일주문을 시작으로 전각들이 나타납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한옥마을로서의 통도사입니다. 통도사는 삼국시대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하였습니다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문화재들이 그러하듯이 임진왜란 때 전각들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런데 불보사찰(佛寶寺刹)로서의 위상 때문이겠지만, 임진왜란(정유재란)이 끝나자마자 선조 때와 인조 때 중건·복구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다른 절들이 숙종 때나 영조 때 중건·복구된 것에 비하여 빠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통도사와 규모가 비슷한 다른 큰 절들에 비하여 한옥 건물의 고풍스러움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예컨대 합천 해인사의 경우 장경판전(수다라장과 법보전, 동·서 사간고)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임진왜란도 피해 간 너무나 감동스러운 건물이지만, 이 장경판전을 뺀 나머지 전각들의 무게감을 통도사 전각들은 거뜬히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한옥 건물은 외부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그 내부의 아름다움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통도사 금강계단 건물(국보) 안의 반자(천장 덮개)에 새겨진 현란한 꽃무늬라든지, 대들보에 그려진 카리스마 있는 용의 모습이라든지, 건물 안으로 들어온 공포(栱包, 처마를 받치기 위해 가로·세로로 십자 모양으로 포개놓은 부재)의 역동성이라든지, 거대한 지붕 무게를 분산시키는 건물 안 기둥인 고주(高柱)의 투박한 듯 믿음직함이라든지, 어느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보물인 대광명전과 영산전은 단청을 하지 않은 단아한 모습인데, 이 두 한옥 지붕을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전자는 팔작지붕(八作지붕, 건물 옆면에도 그 방향으로 처마가 있는 지붕), 후자는 맞배지붕(건물 옆면에 그 방향의 처마가 없이 앞뒤 처마가 옆으로 삐져나온 지붕)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한옥들의 내부를 살펴보면, 영산전 안 서쪽 벽에 그려진 다보탑 프레스코화(보물), 약사전 안 동서 양쪽 벽에 그려진 아미타삼존불 프레스코화와 약사여래삼존불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이고, 명부전 반자에 그려진 별주부전 그림, 용화전 반자에 그려진 삼장법사와 손오공 그림도 재미있으며, 극락보전 북쪽 바깥벽에 그려진 반야용선도(般若龍船圖) 등도 무심한 듯 시선을 끕니다. 한옥마을로서의 통도사, 매력투성이입니다.

대왕암이나 주전 몽돌해변 간 김에
동인도절 동축사(東竺寺) 들러 바다멍

매우 생소한 절일 텐데요. 축(竺)은 천축국(天竺國), 즉 인도를 뜻합니다. 무언가 동인도회사 같은 것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아주 오래된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역사마니아이거나 주의력이 매우 깊은 분들이 경주 황룡사지에 가셨다면, 동축사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동축사는 9층 목탑으로 유명한 황룡사와 연결됩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인도의 아육왕(阿育王, 아쇼카왕)이 인연 있는 나라에서 장육존상[丈六尊像, 16척(부처의 실제 키라는 480㎝의 길이) 되는 불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황철 5만 7,000근과 황금 3만 푼을 배에 실어 띄웠는데, 그 배가 여러 나라를 거쳐 삼국시대 신라 진흥왕 때 수도 경주의 해상관문인 울산에 도착하였고, 그때 같이 도착한 모형 불상을 임시로 봉안하기 위하여 동축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아육왕은 기원전 200년대 사람이고 진흥왕은 기원후 500년대 사람이라 타임머신적인 요소가 강합니다만, 불법(佛法)의 정통성이 신라로 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동축사에 임시로 봉안되었던 모형 불상과 황철, 황금은 이후 경주로 옮겨져 황룡사에서 장육존상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바탕으로 9층 목탑도 세워졌습니다만, 원나라가 나중에 고려에 쳐들어와 불태워버렸습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실제 동축사는 산꼭대기 부근에 있는데, 중간 넘어 정도까지는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비좁긴 하지만 차로 갈 수 있고, 그 길을 걸어갈 수도 있으며, 그 위로는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절 자체는 아주 작고 볼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민족의 커다란 자부심이었을 황룡사 9층 목탑의 시초가 이곳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저처럼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가까운 울산 동구에 있고 절이 산꼭대기에 있으니, 절의 범종각 뒤로 가면 저 멀리 바다와 산 아래가 훤히 보입니다. 이 광경은 바닷가 절인 양양 낙산사, 강화 전등사,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등에 비하면 고즈넉하다 할 수 없으나, 지금부터 약 1,500년 전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조망한다면 이 또한 절경입니다.

앒스산(Alps山) 석남사
숲길 누비기

영남알프스 높은 산들 가운데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는 작은 절입니다. 절 안내판에 남북국시대 신라 헌덕왕 때 도의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적혀있는데, 도의국사는 당에서 귀국 후 말년에 양양의 진전사에서 여생을 보냈고, 그의 법손(法孫, 제자의 제자) 체징스님이 장흥의 보림사에서 가지산문(迦智山門)을 열어 도의국사의 선풍을 이은 것을 보면, 석남사는 보림사의 말사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어려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석남사도 신라시대와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고 싶어서입니다. 석남사는 작은 절인데도 일주문 밖에 제법 적당한 규모의 석남사 정류소가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수월합니다. 정류소 근처에는 식당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기점으로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등산을 합니다. 석남사 계곡은 비교적 상류에 있어서인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아주 좋고, 우거진 숲이 터널처럼 물소리를 가두어 붙잡는 것 같습니다. 혹시 대구 쪽에서 청도 운문사를 보러 가신다면 고개 하나만 넘으면 가까운 거리에 석남사도 있으니, 석남사까지도 꼭 방문하시기를, 그래서 아름다운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숲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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