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 코너]空間, 걸으며 만나는 법원

조사심의관 코너

2023.10.10

조사심의관 코너
글 민희진 조사심의관(법원도서관)

空間, 걸으며 만나는 법원

“우리는 이 대법원 청사 앞에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라는 낱말을 또박또박 새겨 넣었습니다.”
- 윤관 전 대법원장, 대법원 청사 준공식 식사 중에서 -

법원도서관은 법원사자료를 조사·수집·보존·전시하고, 법원사를 연구·편찬·보급하고 있으며,1) 그 일환으로 2011년부터 격년으로 ‘법원사자료 기획전’을 개최하여 올해 일곱 번째 기획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에서는, 시대와 함께 변화되어 온 법원의 공간을 살펴보고 미래 법원 청사의 모습을 그려보는, 2023년 법원사자료 기획전 <空間, 걸으며 만나는 법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전은 2023. 9. 19.까지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전시되었고, 2023. 9. 21.부터 일산 법원도서관 1층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습니다.
PART 1. 재판소를 열다.
1. 1895년 최초의 근대적 법원, 한성재판소

1895. 3. 25.(음) 법률 제1호로 사법과 행정을 분리하는 내용의 「재판소구성법」이 제정·공포되면서 근대적 사법제도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이후 법부령 제1호(1895. 4. 15.)가 공포되어 의금부, 법무아문권설재판소가 있었던 한성부 중부 등천방 혜정교 부근에 최초의 근대식 재판소인 한성재판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2. 1908년 공평동 청사
공평동 청사(국사편찬위원회) 1908년 한성부 공평동 163번지에 평리원과 한성재판소 청사가 신축되었습니다. 위 청사는 벽돌조 2층 건물로, 외관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랐고, 건물 중앙 상부에 커다란 돔이 있었습니다. 위 청사는 대심원·경성공소원·경성지방재판소·경성구재판소가 사용하였습니다. 이후 일본은 국권 침탈(1910년)에 앞서 1909. 7. <기유각서>를 체결하여 사법권과 감옥 사무를 강탈하고, ‘대심원’의 명칭을 ‘고등법원’으로 격하하였습니다.

3. 1928년 서소문정 37번지, 경성3재판소 신축
1911. 12. 조선고등법원이 경성부 서소문정 38번지 소재 청사로 이전하였고, 1920. 7. 경성복심법원, 경성지방법원이 위 청사로 합류하였습니다. 경성재판소 신축공사 설계도, 1928년
이후 1926. 10. 서소문정 37번지에 경성3재판소 청사 신축공사가 시작되어 1928년 10월에 낙성식을 하였고, 조선고등법원, 경성복심·지방법원, 경성공탁국이 차례로 이전하였습니다. 경성3재판소는 입면에 근세 고딕 기법이 사용되었고, 일부에 모던 양식이 가미된 절충주의 양식으로 지어졌습니다. 당시 위 청사 내부에는 검사장실, 검사실이 함께 있었습니다.

PART 2. 청사를 재건하고 확충하다(1945년~1980년대).

“해방이 되던 1945. 8. 15. 홍재화 판사와 함께 이 건물 옥상에 태극기를 꽂을 때가 가장 감격적이었다.”
- 노세우 법원행정처 전 송무국장(사법부 10. 건물, 조선일보, 1971. 8. 19.) -

해방 직후 법원은 조선고등법원, 경성·대구·평양복심법원, 경성·대전·함흥·청진·평양·신의주·해주·대구·부산·광주·전주 11개 지방법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후 미군정 임명사령(1945. 10. 11.) 등을 통해 조선고등법원이 대법원으로 개칭되었고, 제주지방법원, 춘천지방법원, 청주지방법원이 신설되었습니다.
그러나 해방 정국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방화사건과 6·25 전쟁으로 인해 법원 청사 소실률이 50%에 달해 청사 재건이 필요하였고, 이로 인해 1980년대 이전까지의 법원 청사는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현지 여건에 따라 건축되어 법원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눈여겨볼 만한 자료로 즉결법정과 판사실이 함께 있었던 영등포등기소의 평면도와 쌍둥이 청사를 건축한 설계도를 소개합니다.

영등포등기소 2층 평면도, 1969년 추정 쌍둥이 청사 해남지원 설계도, 1982년

PART 3. 서소문 옛 법조타운 증축

서소문 옛 법조타운 증축

연인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과거 덕수궁 돌담길 북쪽에는 대법원과 함께 서울가정법원이 있었습니다.
이혼을 하려면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 -

해방 후 경성재판소는 대법원 청사로 쓰이면서 한 개 층을 증축하였습니다. 이후 1957년 부족했던 법원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제1별관을 신축하였고, 1966년에는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의 제1신관을 준공하였습니다. 이어 1968년, 1971년과 1978년에는 각각 제2별관, 제2신관, 제3신관을 신축하였고,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서울고등법원, 서울민사지방법원, 서울형사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등 8개 기관이 위 청사를 함께 이용하여 이른바 서소문 법조타운이 조성되었습니다.
PART 4. 서초동 시대를 개막하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법원종합청사 도면 일부 서소문 청사의 과밀화로 인해 1978년 서울법원 이전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고, 법원행정처 총무국 관리과는 1979년 서울 관할 사법시설 이전계획을 마련하여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에 청사를 신축해 서울고등법원 등 4개 법원,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을 이전하기로 하였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는 1983년 이전신축계획이 확정되었고, 1989년 준공되었습니다. 위 청사는 수직선을 강조하고, 한국적 건축미를 살려 독특한 조형미를 구현하며, 4개 법원을 4개의 날개로 구분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가는 서관, 동관의 수직미와 대칭성, 양옆에 펼쳐진 저층 법정동의 균형감, 그 한가운데 새겨진 커다란 법원 문양과 부채꼴 계단의 웅장함이 사법부의 권위와 법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2)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동은 균형적 공정성을 나타내기 위한 조형적 의도가 반영된 건축물로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PART 5. ‌사법부의 상징, 대법원 청사 서울의 대표 건축물이 되다.
대법원 청사 준공식, 1995 서소문 옛 대법원 청사는 전원합의재판을 진행하는 대법정을 별도로 갖추지 못하는 등 공간이 협소하였고, 건물의 노후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1987년 대법원 청사 이전 계획이 확정되었고, 1995년 서초동에 새 청사가 준공되었습니다.
199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대법원 청사는, 건물의 배치 및 형태에 있어 중심부를 고층화하여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상징화하는 한편, 좌측에 법원행정처가 있는 동관을, 우측에 법원도서관이 있는 서관을 두어 대칭의 미를 추구하였고, 외부 공간(중정)은 각 시설군의 중심 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각 시설군 간의 연결점이 되도록 하였으며, 배치 주축을 따라 상징문 중정(광장)-본관-법정이 이어지며 주축으로부터 좌우 건물군이 배치되는 한국 궁궐 건축의 외부 공간 배치 개념을 형상화하였습니다.3)
PART 6. 지역사회의 문화유산을 건립하다.
부산지방법원은 1927. 11. 부산 서구 부민동에 목조와즙 2층 건물을 준공하여 검찰청과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6·25 전쟁 시기에 대법원이 위 청사에 머물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부산지방법원은 경남도청사 부지 일부를 매입하여 이전, 사용하였고, 1989년 부산고등법원 신청사가 준공되었으며, 2001년 현 부산법원종합청사가 신축되어 이전하였습니다.
또한 대구법원종합청사는 1973년, 광주법원종합청사는 1993년, 대전법원종합청사는 1998년, 법원공무원교육원은 2001년, 사법연수원은 2002년, 특허법원은 2003년, 수원법원종합청사는 2019년에 각각 현재 청사로 이전하였습니다. 현재 전국의 청사들은 사법부의 상징이자 지역의 대표 건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part6
PART 7. 법원이 그리는 풍경
법원 청사는, 건물의 수직을 강조하고, 좌우 대칭적인 입면 구성과 무거운 화강석 재질을 통해 법원의 권위성을 상징화하던 건축에서, 권위적 요소와 좌우 대칭적 구성을 탈피하고, 법정·민원·행정 영역의 기능성을 고려해 공간을 배치하며, 외관의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쾌적한 업무 환경 조성, 보안 확보와 ‘열린 법원’ 구현을 위한 건축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청사 내부 공간에는 우선지원창구, 증인대기실, 면접교섭센터, 국민편의시설 등이 설치되고, 영상재판의 수요 증가와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022. 11. 영상재판 전용법정이 설치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법원 청사는 시대의 흐름, 사법의 발전에 맞춰 계속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사법부의 주인인 ‘국민’이 있습니다. 법원 청사는 외적 미를 뛰어넘는 법치의 정신, 공정과 정의를 담아가고 있습니다.
PART 8. 마치며
이번 기획전에서는 법원행정처 건설관리국장을 역임한 이종욱 변호사님과 법원행정처 및 각급 법원 관계자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 기억의 여백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법원도서관에서는 매년 전국 법원에 법원사자료 송부요청을 드리고, 수시로 법원을 방문하여 법원사자료를 조사·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귀중하고 풍부한 법원사자료는 e-법원역사관 사이트(http://history.scourt.go.kr)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법원사 및 법원도서관에서 수집·관리·활용하고 있는 법원사자료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각주
1 ‌ 법원조직법 제22조, 법원사자료의 수집·관리 및 법원사 편찬에 관한 내규 제1조
2 ‌이종욱 법원행정처 전 건설관리국장, 서울법원종합청사 준공식 경과보고 중에서
3 ‌대법원 청사 건립지(법원행정처, 1998)

"조사심의관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