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승준 조사심의관(법원도서관)
겨울로 향하는 길목에 서면 공기는 차갑지만 사람의 말은 오히려 따뜻해집니다. 생각을 잇는 문장 하나, 마음을 잇는 말 한마디가 서로의 온기를 전합니다. 문장은 생각을 이어 주는 다리이고, 단어 하나, 어미 하나가 이 다리의 형태를 바꿉니다. ‘-ㄴ데’, ‘-ㄴ바’, ‘-ㄴ지’처럼 문장을 연결하는 어미들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실을 세우고, 이유를 밝히며, 결론을 끌어내는 질서가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 어미들은 일상 대화보다는 계약서, 공문서와 같은 서류에서 훨씬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법률문장은 감정보다는 논리를, 감각보다는 근거를 세밀히 드러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표법 제230조는 상표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상표권자 이외의 제3자는 정당한 권원 없이 상표권의 효력 범위에 속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비록 피고가 이를 오인한 하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문장은 일상 언어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법의 세계에서는 판단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말입니다. 법원은 다툼을 끊는 곳이면서 세상을 잇는 곳이기도 합니다. 갈라진 말과 마음을 법의 언어로 이어 뜨거운 분쟁을 차분한 질서로 되돌립니다.
연결 어미의 공통점
이번에 살펴볼 단어는 모두 연결 어미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연결 어미를 “어간에 붙어 다음 말에 연결하는 구실을 하는 어미”라고 정의합니다. 연결 어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문장의 절들을 이어 주어 문법적, 의미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유→결론’, ‘전제→판단’ 등 사고의 흐름을 한 문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완성합니다.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둘째, 조사나 의존 명사가 아니므로 반드시 앞말에 붙여 써야 하며, 띄어 쓰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검토한바’는 근거를 밝히지만, ‘검토한 바’는 단순한 사실을 지칭합니다.
셋째, 연결 어미는 문체를 응축하고 문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정돈해 줍니다. 문장을 짧게 나열하지 않으면서도 논리의 흐름을 한 호흡으로 이어 주어 법률문장의 밀도와 일관성을 높이고 논증 과정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접속 부사와의 비교
‘그러나’, ‘하지만’, ‘그래서’, ‘따라서’, ‘그러므로’ 등 접속 부사는 문장과 문장을 잇는 외적 연결 장치입니다. 반면 연결 어미는 문장 안에서 절과 절을 잇습니다. 쓰임의 차이를 의식하면 문장이 한결 단정해집니다.
문장을 잇는 말들
1. -건대
2. -ㄴ데
3. -ㄴ바
4. -ㄴ지
5. -ㄴ마
6. -다가
7. -던지
8. -든지
9. -ㄹ뿐더러
10. -ㄹ수록
11. -ㄹ지라도
12. -ㄹ지언정
13. -ㄹ(으)므로
‘데’, ‘바’, ‘지’의 구별
앞서 살펴본 ‘-ㄴ데’, ‘-ㄴ바’, ‘-ㄴ지’는 모두 붙여 써야 하는 연결 어미입니다. 반면 ‘데’, ‘바’, ‘지’가 의존 명사나 조사로 쓰일 때는 반드시 띄어 써야 합니다. 겉모습은 같아 보여도, 문법적 기능이 달라지면 문장의 의미와 무게도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문장의 논리가 어긋나거나, 법률문서에서 중요한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데
2. 바
3.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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