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희에게
글.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손선우 주무관
반희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가 열 살이 되었네.
유기견이었던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앞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내 삶의 한 부분이 될 줄은 몰랐어.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는 참 많은 순간을 너와 함께했더라.
10년 동안 아프지도 않고, 큰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그저 조용히 내 곁을 지켜준 우리 반희.
생각해보면 나는 너한테 받은 게 참 많은데 해준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해.
특히 요즘은 아이를 키우느라 예전처럼 너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예전에는 가장 먼저 챙기던 너를
어느 순간부터 뒤로 미뤄두고 있는 것 같아.
혹시 네가 서운했을까.
‘왜 요즘은 나보다 아기를 더 많이 안아 줄까?’
‘왜 예전처럼 나를 봐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반희야, 내 마음속에서 네가 뒤로 밀려난 건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마음의 순서가 바뀐 게 아니라 내가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진 것 뿐이야.
너는 여전히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아이고,
내가 힘들 때 말 없이 옆에 있어 주는 가족이고,
내 인생의 가장 소중했던 10년을 함께한 내 친구야.
반희야,
앞으로는 예전보다 조금 덜 놀아주고
조금 덜 안아줄 수도 있어.
예전만큼 네게 온전히 시간을 내주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약속할게.
네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끝까지 네 곁에 있을게.
네가 열 살이 된 지금부터 열한 살, 열두 살….
더 많은 계절을 함께 보내자.
그리고 나중에 아주 먼 훗날 네가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네가 내 인생에 와 줘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내가 너를 만난 건 참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거야.
반희야,
10년 동안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있어 줘서 고마워.
우리 반희,
앞으로도 오래오래 같이 살자.
사랑해.
그리고 미안하고,
정말 많이 고마워.
- 10년 동안 함께한 네 친구이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