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진짜 주인] 이마트에서 온 3g의 선물 우리 집 '막내'를 소개합니다

이마트에서 온 3g의 선물

우리 집 ‘막내’를 소개합니다


글.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지혜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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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의 너, 정말 작고 소중해


인연의 시작은 실로 가벼웠다. 이마트에서 학습지 상담을 받고 손에 쥔 1만 원짜리 상품권 한 장. 공짜로 생긴 행운에 들떠 있던 찰나, 마트 입구에서 도마뱀 분양 행사장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에게 내가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은 “엄마는 절대 못 만지니까 네가 다 관리해야 해”라는 운명인지도 모를 서늘한 조건이었다. 

작은 행사장 안에는 크고 튼튼해 보이는 도마뱀들이 참 많았다. 나는 내심 키우기 수월해 보이는 큼직한 녀석을 골랐으면 했지만, 아들은 한참을 신중하게 들여다보더니 유독 작고 가냘픈 아이를 콕 집어 말했다.

나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작아서 걱정부터 앞섰지만 아들은 그저 가장 여린 존재에게 마음을 빼앗긴 듯했다. 그렇게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한 생명체는 세 가지 이름을 얻는 우리 집 식구가 되었고, 남편에게는 ‘게코’, 아들에게는 ‘마뱀이’, 그리고 나에게는 ‘크롱이’라 불리게 되었다. 

징그럽다며 고개를 저었던 나의 다짐은 녀석을 처음 손바닥에 올렸던 그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차가울 거라고 예상했던 피부는 의외로 보드랍고 따스했고, 내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앙증맞은 발가락의 생소한 촉감은 단숨에 내 마음의 빗장을 녹였다. 그리고 결국 예상했던 대로 아들의 관심이 살짝 시들해진 자리는 온전히 내가 채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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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과 끝은 마뱀이와 함께


나의 하루는 녀석의 집을 정성껏 닦아내고 분무기를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칙칙, 사육장 안으로 허공을 가르는 물안개를 피워 올리는 시간. 경쾌한 소리와 함께 미세한 입자들이 공중을 수놓으면 녀석과 나만의 묘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안개가 반가운지 아니면 조심스러운지 살금살금 ‘숨숨집’으로 기어들어가 바닥에 배를 딱 붙이고 엎드린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첫날 숟가락까지 깨물어 먹을 듯 기세 좋게 밥을 탐하던 녀석의 활기찬 순간들이 그리워지면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밀려온다. ‘좀 나와서 놀아도 되는데…’라는 혼잣말은 녀석에게 닿지 않는 나의 다정한 참견이다. 

진짜 교감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찾아온다. 살며시 거실로 나와 깜깜한 어둠 속을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녀석과 눈이 딱 마주칠 때가 있다. 나와 시선이 닿은 녀석은 얼음이 된 듯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고 녀석의 밤 풍경을 엿보고 싶지만 나는 꾹 참는다. 밤을 좋아하는 녀석의 고요한 우주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집사만이 아는 묵직한 배려이자 짝사랑인 것 같다. 

ㅇㅇ마음으로 낳은 금쪽같은 내 아이


마뱀이를 향한 애틋함이 지나쳤던 탓일까, 이 작은 생명과 함께하는 삶이 늘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녀석이 목마를까 봐 물을 주겠다던 아들이 실수로 마뱀이의 얼굴에 굵은 물방울을 툭 떨어뜨린 날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어머어어! 마뱀이 눈에 물 들어갔잖아!” 사실 도마뱀 눈에 물 좀 튀는 건 대수로운 일도 아닌데, 정작 마뱀이는 눈 하나 까딱 않고 담담한데, 나 혼자 세상이라도 무너진 듯 아들에게 버럭 화를 낸 것이다. 당황해서 굳어버린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고서야 처음 입양할 때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가장 작고 여린 이 아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지독한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깨달음이 스쳤다. 

‘어느새 이 작은 생명이 내 마음속의 금쪽이가 되어버렸구나.’ 

나는 민망함을 가리기 위해 “동생이 마뱀이만 있어서 이만큼만 혼나서 다행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그렇게 녀석은 우리 집의 둘째이자, 동생 없는 아들의 든든한 단짝, 그리고 나의 소중한 안식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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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작은 아이를 고집했던 아들의 그날 선택은 결국 옳았다. 아주 작은 녀석이 우리 집 거실 한구석에서 채워주는 위로는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뿜어내는 고요한 생명력이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너는 알까. 네가 낮에 어두운 곳에 웅크린 채 누리는 그 평온함은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의 평온함이 되었다. 부디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아주 오래오래 살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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