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노하우] '겸임조사관'&'참여관 조정'을 이끄는 대전지방법원

기록 너머 ‘사람’을 읽다, 재판의 조연에서 ‘해결사’로!

‘겸임조사관’ & ‘참여관 조정’을 이끄는 대전지방법원


PART 1. 민사 참여관, ‘조정위원’으로 거듭나다

참여관 조정 제도

2015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법원사무관 등의 역할 강화 방향이 제시되고 전자소송이 보편화되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참여관도 단순한 재판 보조를 넘어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대전지방법원은 2020년 7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판 지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참여관 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원지방법원(2019)의 시범 실시를 거쳐, 대전지방법원은 2021년부터 민사단독과 전 참여관을 대상으로 제도를 확대했다. 참여관이 소장 심사 단계에서 조정에 적합한 사건을 선별하고, 재판장의 결정을 받아 직접 조정위원으로서 당사자를 마주하는 것이다.

성과는 놀라웠다. 제도 확대 첫해인 2021년, 조정전담재판부의 평균 성공률(30%)을 훨씬 상회하는 54.9%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매년 50% 내외의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5년(11월 기준)에는 처리 건수가 584건에 달하고, 이 중 272건이 조정 성립 등으로 완결되었다. 이는 별도의 인원 충원 없이 참여관들의 노력만으로 연간 약 300건의 사건을 항소 없이 종결시킨 것으로, 사실상 ‘새로운 재판부 하나가 가동된 것’과 같은 효과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한 사무관은 "재판장의 진행을 지켜만 보다 직접 당사자를 설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2026년 1월 현재, 17명의 참여관이 자발적으로 조정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요건사실 실무연구반’을 통해 법률 전문성을 키우고 매달 조정 사례를 공유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고통받던 임차인과 임대인을 중재해 원만히 해결했을 때의 짜릿함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법원 공무원으로서의 자존감이 채워지는 순간이죠.” (J 참여관)

PART 2. 형사 참여관, ‘양형조사’의 전문성을 입다
겸임조사관 제도
형사 재판의 핵심은 ‘죄의 유무’와 ‘형벌의 정도(양형)’를 정하는 것이다. 형법 제51조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 동기 등을 참작하여 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원조사관’이 재판장의 명을 받아 피고인의 삶과 환경을 조사한다. 문제는 ‘양’이었다. 대전지방법원의 양형조사 접수 건수는 2022년 140건에서 2024년 313건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폭증했다. 반면 전임 법원조사관은 단 2명뿐. 물리적으로 감당하기 불가능한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폭증하는 사건 앞에서 대전지방법원은 인력 증원을 마냥 기다리는 대신, 전국 최초로 ‘참여관 겸임조사관’ 제도를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법원행정처의 승인을 거쳐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형사 참여관 중 엄선된 희망자가 합의 관련 조사나 공탁 등 비교적 간이한 사건을 맡는 방식이다. 단순 투입이 아니었다. 전임 조사관들의 체계적인 멘토링과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철저히 다진 결과, 산재한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며 숨통을 틔웠다. 덕분에 전임 조사관들은 고난도 사건에 집중하여 보고서의 질을 높일 수 있었고, 참여관들은 예비 조사관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었다.

PART 3. 종이 기록을 넘어 진실을 마주하다

새로운 길을 가는 두려움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전임 조사관들은 멘토가 되어 참여관들에게 조사 기법과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그 결과, 참여관들은 단순한 행정가를 넘어 진실을 탐구하는 조사관으로 성장했다.

겸임조사관들의 활약은 실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은 대전지방법원 판결문(24노3047)의 일부다.

“피고인이 6,000만 원을 추가로 공탁했으나, 이 법원의 양형조사에서 유족들이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더 이상 공탁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하지 않는다.”

형식적인 공탁만으로는 감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조사관이 직접 유족의 목소리를 듣고 보고서에 담아냄으로써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한 조사관은 "친족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친모를 조사하며 함께 울었던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또한 음주 측정을 거부한 탈북민 피고인을 조사하며, 그가 과거 인신매매와 제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밝혀내 판결에 반영시킨 사례는 ‘기록에 없는 사람의 사연’을 읽어내는 조사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조사를 위해 전화를 걸면 사기꾼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민원인의 날 선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감정노동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일 참여관은 말한다. 

"처음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성한 보고서가 재판장님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볼 때, 참여관으로서 느낄 수 없었던 벅찬 성취감을 느낍니다."

사법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다

대전지방법원의 실험은 이제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AI와 기술의 발전이 전통적인 법원 업무를 위협하는 시대, 이곳의 참여관들은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업(業)을 재정의했다. A 사무관은 "참여관 조정은 법원 공무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경험"이라 강조했고, W조사관은 "양형조사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동료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사건을 조기에 종결해 국민의 시름을 덜어주는 조정, 그리고 꼼꼼한 현미경 조사로 공정한 판결을 돕는 양형조사. 대전지방법원 참여관들은 지금, ‘기록’ 뒤에 숨겨진 ‘사람’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훈용 사무관의 말처럼, "지금까지 이런 참여관은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대전지방법원이 써 내려가는 새로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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