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리다] 바쁜 일상에 건네는 차 한 잔의 평화 다도 원데이 클래스

법원 핫이슈

2025.10.02

함께 그리다

조용한 찻자리에 앉아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는 바쁜 법정의 언어와는 달랐다. 차분하고 느린 대화 속에서 드러난 것은, 차 한 잔이 일상에 불러오는 소소한 변화였다. 이번 다도 체험에 함께한 서울가정법원 송현종 수석조사관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조진용 판사. 각기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았지만, 두 사람 모두 차가 건네는 깊은 울림을 마음에 새기고 돌아갔다.

글 & 사진. 박 성 하

함께 그리다

차의 본고장, 중국 다도 문화를 체험하다

차실에 들어서자 바깥 세상의 소란은 아득히 멀어지고 차분한 조명과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잘 정돈된 다기들과 벽면을 가득 메운 차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서울가정법원 송현종 수석조사관은 평소 일본과 대만 가정법원 관계자와의 교류를 통해 각국의 다양한 차를 선물로 받곤 했다. 하지만 제대로 우려 마시는 법을 몰라 늘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번 다도 체험을 통해 차를 올바르게 우려내고, 향과 맛을 충분히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조진용 판사 역시 차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전했다. 그는 우연히 일본에서 접한 다도를 통해 차 한 잔에 깃든 철학과 정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경험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차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특히 차의 본고장인 중국 다도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하지만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데 그쳐 늘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체험은 중국 차 문화의 뿌리를 직접 느끼고, 다도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그리다

한 잔의 차에 담긴 세계

체험은 보이차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차나무는 자라나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을 품는다. 같은 품종이라도 어디에서 재배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고, 어린싹을 쓰느냐 성숙한 잎을 쓰느냐에 따라서도 풍미가 달라진다. 수확한 잎을 덖고, 찌고, 말리며 발효시키는 과정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종류의 차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결국 한 잔의 차에는 재배지의 기후와 토양, 잎의 상태, 그리고 공정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스마트폰으로 강연 자료를 촬영하며 경청하던 송현종 수석조사관은 “보이차가 생차와 숙차로 나뉘고, 이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어 새롭네요”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이론 수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다구를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 다도사는 다기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각 도구가 차를 우리고 마시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했다. 조진용 판사는 다구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체험의 의미를 곱씹었다. “다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뜨거운 찻물을 다루는 일은 기술 이상의 집중과 겸손을 요구했고, 차를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단순한 손놀림을 넘어 찻물과 마음의 흐름을 함께 다루는 과정은 쉽지 않은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다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함께 그리다

차를 대하는 손길, 마음을 담다

본격적으로 보이차 생차와 숙차를 직접 우리며 맛의 차이를 체험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물을 따르는 각도와 속도, 그리고 차를 우려내는 시간까지 모든 과정은 섬세한 움직임과 집중을 요구했다. 송현종 수석조사관에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개완이었다. 중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도구를 실제로 손에 쥐자, 그는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 설렘을 느꼈다. 하지만 첫 시도는 쉽지 않았다. 뜨거운 물을 개완에서 공도배로 따르는 과정이 서툴러 몇 번이나 멈칫거렸다. 그러나 손끝의 감각은 금세 익숙해졌고, 어느새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감각이 몸에 배어갔다.

조진용 판사도 차를 우리며 자신만의 체험에 집중했다. 그는 “차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어느 나라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찻자리를 함께하는 순간, 팽주와 팽객은 같은 물과 찻잎, 같은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 주는 울림이 매우 특별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그리다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예술, 다도

차를 마시며 이어진 대화는 깊고 편안했다. 다도사는 차가 몸에 좋은 것은 물론,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용 판사는 맑은 찻빛을 바라보고, 찻물이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코끝을 스치는 향을 음미했다. 혀끝에서 차의 긴 여운을 느끼고, 손끝으로는 따스한 다기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 이 모든 감각이 어우러져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 깊은 충만감을 느꼈다. 송현종 수석조사관 역시 “요즘 여러 업무로 피로감이 높았는데, 다도를 경험하고 보이차를 마시니 원기회복이 되는 것 같았다”라며 체험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체험이 끝난 후 송현종 수석조사관은 곧바로 개완과 공도배를 구입하여 가정법원 사람들과 다양한 차를 체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가정법원 문호동호회 ‘문화서씨’ 회원들과 함께 다도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체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조진용 판사는 차가 전하는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은 분들이 다도에 관심은 있지만 쉽게 첫걸음을 내딛지 못합니다. 그러나 차는 특별한 준비 없이도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예술이자 치유입니다. 잠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거나, 바쁜 삶의 흐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찻잔 앞에 앉아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차 한 잔이 건네는 고요한 위로와 사색의 깊이는, 세상과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또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되어 줄 것입니다.”

※ 체험장소: 대익다도원(@dayichadaoyuan)

함께 그리다

"법원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