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리다] 일상을 기록하는 또 다른 방법 디지털 드로잉 클래스

법원 핫이슈

2025.09.04

함께 그리다

사람들은 흔히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나 사진만으로는 담기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현장의 분위기, 순간의 감정, 함께한 경험 같은 것들이다. 이번 디지털 드로잉 클래스에 참여한 두 명의 법원 가족은 그림을 통해 그 공백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 넣었다.

글 & 사진. 박 성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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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에서 펜슬로, 새로운 도전의 시작

법원행정처 복지후생담당관실 손채영 주무관은 종종 연필과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무거운 도구와 수정이 어려운 종이 위의 한계 때문에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그에게 태블릿 위의 디지털 드로잉은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분이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패드와 펜슬만으로 손쉽게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집에 돌아와 따라 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후 태블릿은 영상 시청이나 필기용으로만 쓰게 되었는데, 이번에 디지털 드로잉 수업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법원행정처 공보관실 서승현 주무관은 개인 태블릿과 드로잉 프로그램을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다양한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프로크리에이트 같은 프로그램의 여러 도구와 브러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던 그는, 이번 수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림 표현 능력을 확장하고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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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와 채색으로 완성한 그날의 풍경

손채영 주무관이 완성한 그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좌측 하단에 조그맣게 그린 조약돌 바닥이다. 그는 사진 속 색을 하나씩 따서 각 돌마다 다른 색을 입혔는데, 처음에는 이 작은 디테일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림이 완성되면서 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전체 그림의 귀여운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선생님조차 “귀엽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된 이 부분은 그림 속 공간감과 분위기를 살리는 중요한 디테일이 되었다. 서승현 주무관의 작품에서는 호수에 비친 건물 그림자와 호수 위에 떨어진 벚꽃잎이 그림의 핵심 포인트로 돋보였다. 호수 표면의 반사와 그림자, 그리고 꽃잎 하나하나의 색과 위치까지 신경 쓰며 채색을 진행했다. 덕분에 단순한 풍경 사진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입체감과 생동감을 그림 속에 담을 수 있었다. 서 주무관은 “호수에 비친 그림자와 꽃잎 하나하나가 그림을 한층 더 살려주는 포인트”라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정밀한 표현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레이어별 채색과 알파 채널 잠금 기능을 활용하면서, 각 요소를 자유롭게 조정하고 수정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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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하나하나가 만든 그림의 깊이

수업이 시작되자, 두 주무관은 각자의 태블릿 화면에 집중했다. 손채영 주무관은 대만 단수이 여행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바탕색을 칠한 뒤, 명암과 디테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손 주무관은 “처음에는 펜 종류도 많고 색상도 다양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선생님이 각 사물에 맞는 펜과 색상을 추천해 주셔서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종이 위에서는 쉽게 할 수 없었던 수정과 조정이 디지털 상에서는 자유로워,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고 즐거웠다.

서승현 주무관은 밑그림을 단순히 따라 그리는 데서 시작해, 레이어 분리와 알파 채널 잠금, 레퍼런스 이미지 활용 등 기능을 익히면서 그림의 깊이를 더했다. “호수에 비친 그림자와 꽃잎 하나까지 디테일을 살리니 그림이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라며, 기능을 활용한 디테일 작업의 매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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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일상을 연결하는 손끝의 기록

완성된 작품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일상과 추억을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될 예정이다. 손채영 주무관은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 그때 기억나지?” 하고 추억을 다시 꺼내고 싶다고 했다. 늦은 밤, 작품을 함께 바라보며 지난 여행을 이야기하고, 또 새로운 여행 계획까지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승현 주무관은 완성된 그림을 늘 가까이 두고 싶었다. 작품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메신저 배경화면이나 휴대폰 배경으로 설정해 두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언제든 그림을 꺼내 보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디지털 드로잉 클래스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취미를 넘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차근차근 배워 나가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열린 장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종이 대신 태블릿, 연필 대신 펜슬을 들었을 뿐인데 표현의 자유는 훨씬 넓어졌다. 일상의 장면을 기록하거나, 여행의 추억을 남기거나, 혹은 단순히 마음을 풀어내는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 주무관이 전하듯, 디지털 드로잉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특별한 여정이다.

“종이 대신 태블릿, 연필 대신 펜슬을

들었을 뿐인데 표현의 자유는 훨씬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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