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원사] 6ㆍ25전쟁 속 법원

현장 속으로

2025.06.05

이달의 법원사

글. 고선미 기록연구관(법원도서관)

1945년 광복을 맞았습니다. 해방 후에도 3년간 미소군정의 통치를 받았고, 1948년 남북한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어 분단되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였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문이 조인되기까지 3년 남짓의 기간 동안 민족상잔을 겪었습니다.

전쟁의 피해는 컸습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는 국군 전사자 137,899명, 부상자 450,742명, 실종자 24,495명, 포로 8,343명으로 총 621,479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 통계연감>에는 우리 민간인 사망자 24만여 명, 양민학살 사망자 12만 8천여 명, 부상자 22만여 명, 실종자 30만 명 이상으로 총 99만여 명의 인명피해를 기재하고 있고, 북한의 인명피해도 79만 6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군사정전위원회 편람>에 기술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전쟁이 발발하고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피난길에 올라 7월 1일 부산에 도착하였습니다.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되고 10월 27일 대법원ㆍ서울고등법원ㆍ서울지방법원이 귀환하였습니다. 다음 해 1·4후퇴로 대법원은 다시 부산지방법원으로 이동하였다가 1953년 정전협정 후 8월 14일 서울로 완전히 귀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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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귀환공고(법률신문, 1950. 12. 1.)/우. 부산지방법원 청사 배경 전국법원장회의(1952. 12. 12.)

법원의 인명피해는 얼마나 될까요? <법원사>와 <역사 속의 사법부>에 따르면, 6·25전쟁에서 납치, 행방불명된 판사 42인을 <법원조직법> 제40조에 따라 1951. 2. 9. 자로 일괄 퇴직 처리하였습니다. 이러한 인명피해로 반공의식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오랫동안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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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가 부족한데 생사불명 판사 38명(법률신문, 1950. 12. 21.)/중앙청사, 6·25. 반공으로 단합하자(1964. 6. 25.)

부산지방법원, 분쇄하자 간접침략 성취하자 혁명과업(1961. 11. 30.)/전주지방법원 무주등기소, 단결하여 방첩하고 건설하여 승공하자(1972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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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청사복구에 서광! 법원재건 3개년 계획 수립(법률신문, 1954. 8. 2.)

법원의 청사도 당연히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1952년 12월 법원 청사 가운데 신축이나 대대적인 수선이 필요한 곳은 약 50%에 이르렀습니다. 1954년 초부터 청사재건계획을 추진하여 3개년에 걸쳐 완전히 파손된 청사부터 재건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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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복심법원, 대구지방법원, 대구공탁국 청사(법원사자료 P000021-13)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재판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재판 상황을 회상하는 글이 있습니다.

“부산으로 피난한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부산에서 할 일이 있어야지, 민사사건은 전혀 없고, 행정사건이 가끔 하나씩 있고, 또 형사사건은 전부 대전에 모아뒀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출장을 가서 재판했어요.” - 안윤출(대한변협회지 87년 12월, 117-118쪽)

“6·25 직후 긴급명령인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에 의해서 단독판사로서 한 판결이 상소의 길도 없이 그대로 확정되었던 것이 몹시 마음에 걸립니다.” - 송인직(대한변협회지 88년 6월, 98쪽)

“6·25전쟁 중에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그때는 변호사 수도 적었고 또 사건도 많았습니다. 공산당 치하에서 부역하고 동조했던 사람, 반공포로 이런 사람들을 도청 뒤 간이포로수용소에 한 6천여 명을 가둬놓고 재판을 하는데, 지금 도청 앞의 상무관 자리에 가설 법정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재판을 했어요.” - 홍남순(대한변협회지 88년 7월, 106쪽)

두 번째 회상에서 언급된 특별조치령은 1950년 6월 25일 제정·시행된 대통령긴급명령 제1호로 북한의 남침으로 인하여 발생한 비상사태하에서, 살인, 방화, 강간 등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는 사형에 처하고(제3조), 절도, 공갈, 강도 등의 죄를 범하거나 부역행위 등을 한 자에 대해서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면서(제4조), 죄의 심판은 지방법원이나 지원 단독판사 단심으로 하도록(제9조) 하였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전쟁 속에서 행위의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돌려 엄한 형벌을 내리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확인이 곤란한 상황도 없지 않아서, 단심으로 불가역의 확정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보니 법관에게도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유병진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법관의 고뇌를 <재판관의 고민>에 담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특별조치령 제9조의 단심제와 관련하여 1952년 9월 9일 헌법위원회(위원장 대리 김병로 대법원장, 위원 김찬영ㆍ김동현ㆍ김두일ㆍ백한성 대법관, 소선규, 김봉조, 이도형, 정헌주, 이재학 등)에서는 헌법 제22조와 제76조의 정신에 위반됨이 명백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습니다.1)

1) 헌법위원회 1952. 9. 9. 자 결정 4285헌위2

법원사자료 중 전쟁의 흔적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형사예규철(법원사자료 D004453)에는 앞서 언급한 부역행위특별처리법에 대한 질의나 공문처리 방향에 대한 시행문서가 편철되어 있습니다. 온양등기소의 ‘기밀사항에 관한 기록’에는 전재지구(戰災地區) 각 법원 비상조치 사후보고나 피난 경위서 제출, 멸실등기부 조사 등의 문서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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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등기소, 기밀사항에 관한 기록(법원사자료 D004301)/온양등기소 직원의 피난경위서

또 북한군의 메모가 보이는 등기부 복제본도 있습니다. 이 등기부는 등기전산완료 보고 시 특이사항으로 언급된 자료로 향후 전시 가능성을 고려하여 일부를 복제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2) 탄흔자국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산등기소의 등기부는 날카로운 도구에 베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진등기소, 청양등기소, 경남 고성등기소에서 발견된 등기부에는 북한군의 메모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의 북한군 노획문서3)와 함께 연구자료로 활용할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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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 흔적이 있는 경산등기소 등기부/당진등기소, 북한군 메모가 보이는 등기부/경남 고성등기소, 북한군 메모가 보이는 등기부

전쟁은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많은 사람이 살상되고 생존환경은 파괴될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정신세계를 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2) 해당 실물자료를 법원사자료 및 역사자료로 볼 만하지만, 관리의 일원화 차원에서 해당 기관에 그대로 두고 있음. 다만, 처 등기부 2종은 기 수집자료로 보유하고 있음.

3) RG 242(National Archives Collection of Foreign Records Seized, 1675-1983)로 구분된 문서 중 미군이 북한군 점령지에 입성하여 노획한 문서가 포함되어 있음. NARA 관계자도 해당 자료의 전체 분량을 정확하게 알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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