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원사] 자료로 보는 ‘사법의 전통과 변함없는 변화’를 영상에 담아 공유합니다.

현장 속으로

2025.04.06

이달의 법원사

고선미 기록연구관(법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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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 군수 재판광경

고양군수가 댓돌 위에 앉아 있습니다. 군수는, 댓돌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이들에게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지엄하게 호통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시대 재판은 끊임없이 자백을 요구하고 고문하는 모습으로 그려져서, 자못 이런 광경이 떠오르지 않나 싶습니다. 과연 옛 재판은 그렇게 막무가내였을까요? 전통시대 사법제도와 민인의 정서는 오늘날의 법과 재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요? 법원도서관에서 이와 관련된 자료를 법원사자료로 수집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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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 김성일 종가 문서 보존시설 - 운장각

법원도서관에서는 사법의 전통을 보여주는 고문서나 고서 원본을 법원사자료로 얼마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료는, 수증이나 매입 외에는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매입은 한 건도 없었고 개인자료 수증도 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원 내・외부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탐색하여 이미지 파일을 확보하고 복제본을 제작하여 전시나 편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사자료 기획전 2011년 <조선의 법과 재판>, 2013년 <구한말 법과 재판>을 준비할 때는 법원행정처 법원기록보존소는 물론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고려대학교・동아대학교 도서실이나 학봉 김성일 종가(宗家) 등에서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이 자료를 기초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법의 전통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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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대전

조선왕조 통치의 기틀이 된 법전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경국대전>을 떠올립니다. 세종은 왕의 교지 중에 영구히 준수할 만한 것을 전(典)에, 일시적인 필요에 따라 시행할 만한 것을 록(錄)에 수록하도록 하여 대전(大典) 편찬의 원칙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조선 건국 전후부터 약 100년간의 왕명, 교지, 조례 중 영구히 준수할 것을 모아 간결하게 추상화하여 편찬된 것이 <경국대전>이었습니다. 이로써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기준이 마련되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대전은 너무도 방대하여 지방관이 실제 백성의 송사(訟事)에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방관은 소송지침서를 개인적으로 편찬하기도 하였는데요, 16세기 대표적인 소송지침서로 <사송유취>와 <청송지남>을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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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송유치 표지와 청송식 / 청송지남 표지와 재상 이원익이 조카에게 주는 글

<사송유취>에는 ‘청송식(聽訟式)’이라고 하여 소송절차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청송지남>에는 재상 이원익이 목천 현감으로 부임하는 조카에게, 지방관의 송사 처리 자세 등을 경계하며 써준 글이 실려 있습니다.

“백성들이 소지(所志)를 제출하면 오는 대로 받아주어라.

… 정성껏 자세히 들어주어라.

… 두 번 세 번까지 자세히 들어주며,

… 들어줄 만한 것은 받아주고 안 되는 것은 받아주지 말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지방관의 소송처리 능력은 인사평가의 대상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판결서에 해당하는 결송입안(決訟立案)에는, 재판을 시작하는 시송다짐(始訟侤音)부터 더 이상 다툼의 증거나 증인을 내세울 것이 없으니 판결을 내려달라는 결송다짐에 이은 선고내용까지 모두 기재되어 있습니다. 즉 사건기록과 판결서가 한 문서에 담겨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결송입안이 10미터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이를 보면 사건의 내용은 물론 얼마나 타당하고 공정하게 판단했는지, 신속하게 처리했는지를 알 수 있으니 인사평가의 기준이 될 만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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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1,016cm달하는 한성부 결송입안(1661년)

이렇듯 조선시대는 행동과 처벌의 준거가 될 만한 법을 갖춘 통일법전의 시대였고 소송지침서를 사찬(私撰)하는 열의를 가진 판관이 있기도 한 시기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행정과 사법이 분리되고, 법관의 재판 전임(專任)하게 된 것은 1895년 (음) 3월 25일 제정된 ‘재판소구성법’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된 (음) 4월 1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964년부터 4월 25일을 ‘법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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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제1회 법의 날 기념식과 조진만 대법원장

1995년 4월 25일, 1985년부터 축적한 각급법원 연혁자료를 기초로 <법원사>를 발간하고 영상 ‘법원사 100년의 발자취’를 제작하였습니다. 이제 다시 30년이 흘렀습니다. 작년에 법원도서관에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법의 전통과 최근 30년간의 사법제도의 변화와 발전상을 담아, 영상 ‘사법의 전통을 잇다, 변함없이 변화하다.’를 제작하였습니다. 4월 25일 법의 날에 앞서 유튜브, 법원TV, e-법원역사관 사이트(history.scourt.go.kr) 등을 통해 온라인에 게시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각급 법원에서 편집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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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사법의 전통을 잇다, 변함없이 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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