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원사] 대한민국 사법부의 엠블럼과 법복

현장 속으로

2025.10.02

이달의 법원사

고선미 기록연구관(법원도서관)

지난 9월 9일 대법원 청사 중앙홀에서 2005 법원사자료 기획전 <사법의 전통, 변화를 거듭하다>를 개막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니 불현듯 2018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에 세계 각국의 상징물과 사법의 정의가 실현되는 법정의 변천을 전시했던 사법부 70주년 기념 특별전 <상징으로 보는 사법부>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달에는 법원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이러저러한 것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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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으로 보는 사법부를 준비하면서 대법원 국제사법교류 기념물을 살펴보니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각국의 사법제도를 소개하거나 전통을 보여주는 유형과 사법의 상징을 형상화한 유형으로 집약되었습니다. 전자는 해당 내용을 도서나 CD에 담거나 복식이나 자수그림과 같은 그 나라만의 독특한 형태의 것이었고, 후자는 유리나 나무 등에 정의의 여신상이나 저울 등의 상징을 접시와 같은 것에 새겨넣거나 조형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우리 대법원에도 전통복식 차림의 정의의 여신상이 대법정 출입문 위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급법원에도 정의의 여신상을 두고 있는데 눈에 뜨였던 것은 진주지원의 정의의 여신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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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70주년 기념 특별전 포스터(좌)/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중)/진주지원 정의의 여신상(우)

사실 정의의 여신상은 어느 법원, 청사 내 어느 사무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법관과 직원은 모두 하나 이상을 소지하고 있을 겁니다. 책상 위를 보세요. 신분증, 업무수첩, 결재판 어느 한 군데 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법부 엠블럼 표준규정집》으로 정해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법원에 근무하기 시작한 2003년에도 엠블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과는 좀 달랐습니다. 애초의 디자인 기획은 아마도,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저울을 들고 법복 자락이 날리는 풍파 속에서도 공평과 공정을 지향하는 역동적인 모양새를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눈을 가리고 있는 부분은 붕대를 동여맨 부상병을 연상시키고 형상 왼편 하단의 나부끼는 법복은 찢겨진 옷자락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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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어떤 이유에서인지 2012년 현재의 엠블럼으로 ‘리뉴얼’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표준규정집에는 엠블럼의 규격과 색깔, 글자체를 정하고 있고 사용처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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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예시 사항 중에 혹시 ‘낯설다.’ 싶은 것이 있을까요? 잘 눈여겨봐주셔요.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을 지목하셨으리라 예상하며 한 발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두 가지가 낯설었습니다. 신분증과 법원기였습니다. 여러분의 신분증을 꺼내서 비교해 보면 금방 공감할 것 같습니다. 우선 신분증 앞면 사진 하단 오른편에 법원마크가 보이시나요? 그리고 뒷면에 보일 듯 말 듯 바탕에 깔려있는 것도 보이세요? 혹시 행사장에 계시다면 태극기와 나란히 혹은 반대편에 정갈하게 놓여있는 법원기에 자수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정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서울법원 종합청사 중앙현관이나 법정 법대 뒤편 벽면이나 법관 의자 등받이에도 법원마크가 보입니다. 이것은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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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969년 제정된 <법원기에 관한 내규(내규 제44호, 시행 1969. 11. 13.)>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2조 2호에 보면 ‘“무궁화”를, 무궁화속에 “법원”의 글자 표시를 하되 무궁화의 표시는 노란색으로, 법원의 글자 표시는 백색으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는 1978년 개정된 내규(내규 제78호, 시행 1978. 8. 17.)부터 보입니다. 제2조 2호에 ‘두루마리 용지를 무궁화 형태로 표식’하고 3호에 ‘무궁화 속에 “펼쳐진 책”을, 책 속에 “법원”자를 표지한다. 무궁화 표지는 금색으로, 펼쳐진 책의 표지는 흰색으로, 법원의 글자는 금색으로 하고 곤색 테를 두른다.’고 하였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내규 제517호의 법원기와는 크기에서 약간 차이가 있으나 형태는 대동소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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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규 제44호의 [별표] 법원휘장(좌)/내규 제78호의 [별표] 법원휘장(우)

법원휘장과 유사하게 무궁화를 자수한 법복이 있습니다. 광복후 첫 법복입니다. 해방된 후 일제강점기 법복을 폐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법복을 정하지 못하고 두루마기나 양복 등 평상복을 입고 재판을 했습니다. 애산 이인은 “짝짝이 구두에 떨어진 양복을 걸친 대법관들이 태반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고 합니다.1) 그러다 1953년 <판사, 검사, 변호사, 법원서기 복제규칙(대법원규칙 제12호)>을 정하고 대한민국의 첫 법복을 마련하였습니다. 법복 앞 가슴에 무궁화무늬와 그 안에 무궁화를, 법모에는 무궁화 무늬 속에 태극장을 자수하도록 하였습니다. 무궁화 무늬 색을 판사는 흰색, 검사는 황색, 변호사는 자색으로 자수하였고 법원서기복에는 무궁화 무늬가 없었습니다. 법원도서관에서는 국가유산청의 등록문화재로 고 김홍섭 서울고등법원장이 착용했던 대한민국 법원의 첫 판사복과 일제강점기 변호사 법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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