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프로젝트] 팬데믹 시대의 건강관리, 나를 지키고 이웃을 지킵니다

건강칼럼

2020.04.03

팬데믹시대의건강관리 팬데믹 시대의 건강관리,

나를 지키고 이웃을 지킵니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감염이 전파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보에 대한 피로감과 불안감, 두려움 또한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길게 이어지는 장기전에서 수많은 뉴스와 정보를 잘 가려내고 선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 그리고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도우며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글. 추혜인(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른바 ‘팬데믹각’이라고 하였습니다. 팬데믹(pandemic)은 신종 감염병이 전 세계로 퍼져 많은 사람을 위협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보건의료가 발달한 현대에는 치명률이 너무 높거나 증상이 중한 감염병은 팬데믹으로 번지기 힘듭니다. 조기에 환자가 발견되어 격리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무증상에서부터 중증
폐렴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증상 범위가 넓고, 증상이 특징적이지 않으며 잠복기가 2주 이상으로 길고, 잠복기 동안에도 전파가 잘 되는 이런 바이러스들이 곧 ‘팬데믹’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는 통제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력한 방역으로 간신히 통제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로부터 다시 전파되어 2차, 3차 유행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예견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의 시기는 건강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시기로,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특히 가혹합니다. 그래서 외려 건강한 사람들의 개인위생관리가 중요해
집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에도, 젊은 사람들 유행이 지나가고 나면 고령자의 폐렴 사망률이 치솟습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유행할 무렵에는 증상도 가볍고 치명률도 높지 않다가, 건강 취약계층에게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면 치명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옮을 가능성도, 내가 옮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스크보다 손 씻기가 더 중요합니다
바이러스는 주로 비말로 감염됩니다. 비말은 기침·가래·재채기 및 코와 입에서 튀어나가는 작은 콧물방울과 침방울인데, 타인의 얼굴에다 대고 직접 기침을 하는 사람은 잘 없지요. 기침할 때 튀어나온 비말이 엘리베이터 버튼, 문 손잡이, 계단 안전바, 세면대, 책상 등 환경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가 결국 손에 묻은 후에야 내 입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마스크보다는 손 소독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평소에 눈·코·입을 만지지 말고, 먹기 전엔 손을 깨끗이 비누로 씻고, 식사할 때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팬데믹

마스크는 제대로 착용해야 합니다
마스크는 유증상자들이 타인과 주변 환경을 향해 비말을퍼뜨리지 않도록 끼는 용도입니다.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에도 마스크를 벗지 마시고, 의료진이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청하면 벗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를 벗어둘 때는 안쪽 면을 공중으로 향하게 벗어 두었다가 다시 쓰시면 되고, 귀걸이만으로 탈착하세요. 마스크의 전면부는 모두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로 오염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니, 마스크를 만지는 행동은 안 쓰느니만 못합니다. 마스크를 만졌다면 다시 꼭 손을 소독해주세요(마스크는 자외선으로 소독할 수 있습니다).

보건소는 ‘선별’진료소이지, 선별‘진료소’가 아닙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선별하여 검사를 진행할 뿐, 진단이나 처방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호흡기 증상(기침, 콧물, 가래, 인후통, 오한, 발열 등)이 있는 경우, 원래 다니던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혹시 방문이 꺼려지신다면 ‘전화 진료’를 이용하세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평소 아는 환자에 대한 ‘전화 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믿고 연락할만한 주치의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마스크 착용 환자-마스크·고글 착용 의료진 사이에서는 바이러스 전파가 낮은 것으로 간주되어, 추후확진자로 판명 나더라도 의료기관이 폐쇄되지 않으니, 걱정 말고 진료 받으시기 바랍니다. 증상이 중한 경우에는 (고열,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 음압병실을 갖춘 대형병원의 선별진료소를 방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그냥 감기일 뿐 코로나는 절대 아니야’라는 생각은 자만입니다. 자가 검진이나 증상으로 진단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기와 동일한 루트를 통해서 옮고 초기 증상도 감기와 거의 유사합니다. 모두가 조심하는 이 시기에 감기에 걸린다는 것은 자기 방역체계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니, 어디에 문제가 있을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요즘 저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간간이 검체 채취를 위한 자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 주치의로서 저의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짜 정보가 많은 가운데 의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사람들의 불안을 달래고 믿을 구석이 되어주는 것, 의심되는 환자를 가려 얼른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 우리 동네 방역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결국 바이러스는 면역으로 극복합니다. 개개인의 면역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면역이 형성되어야 팬데믹 시대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배제와 혐오가 아닌 신뢰로 공동체 면역을 조금씩 회복해 볼까요? 서로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와 이웃을 보호하고 있다는 걸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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