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프고, 다리 저리다면…‘요추 추간판탈출증’

건강칼럼

2019.05.03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대한민국 상위 0.1% 사모님들의 욕망을 다룬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의학 칼럼니스트의 눈에는 드라마의 내용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으로 고생하는 극 중 우양우 교수이다.

다리 저림 유발하는 요추 추간판탈출증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우양우(조재윤 분) 교수는 허리 통증을 앓는다. 허리 통증이 심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병원의 정치 구조상 어떤 동료 의사에게 수술받아야 자신의 신상에 좋을지 한참 망설이는 장면이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우양우 교수가 앓은 요추 추간판탈출증은 우리가 흔히 ‘허리디스크’라 부르는 질환이다. 척추뼈 사이마다 있는 추간판(디스크)은 척추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척추뼈들이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쿠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잘못된 자세나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해 추간판이 찢어지면 척추뼈 신경을 눌러 다양한 통증과 저림 증상을 유발하는데, 이 질환이 바로 요추 추간판탈출증이다. 추간판이 찢어지면 그 안의 수핵이 흘러나와 척추를 지나는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잘못된 자세가 허리를 망친다

요추 추간판탈출증은 허리 통증은 물론,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등 하체가 저려오는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통증이 심해지고, 신경이 손상돼 다리 감각이 무뎌지거나 근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심할 경우 다리가 마비되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증상이 심해지거나 누워서 무릎을 펴고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다리가 심하게 당길 경우도 이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병은 20~30대의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발병 원인은 잘못된 자세이다.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무거운 물건 갑자기 들어 올리기, 잘못된 수면 자세 등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취할 경우 추간판이 찌그러지면서 수핵이 밖으로 밀려 나올 수 있다. 특히 앉아 있을 때는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3배 가량 높아지므로, 앉는 자세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이 밖에도 교통사고 같은 외부 충격, 과도한 스트레스나 계속되는 긴장상태, 과체중, 과다한 흡연 등도 요추 추간판탈출증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

수술은 최후의 치료법

과거에는 요추 추간판탈출증을 수술로 치료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요추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90%는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수술적 치료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추간판은 자생력을 갖고 있어 흘러나온 수핵이 제자리로 돌아와 신경압박을 멈추는 경우도 있다. 수술은 비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심각하거나 근력 저하, 대소변 기능 이상 등 신경학적 이상이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다리를 꼬거나 구부정하게 앉는 자세, 고개를 앞으로 빼 스마트폰 등을 보는 습관은 허리의 뼈와 인대, 근육을 약화시켜 디스크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흡연과 음주, 과로, 스트레스도 뼈와 인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 피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습관이 병이 된다고들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이라면 다시 한번 자신의 앉은 자세를 살펴보자.

글. 박지영(의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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