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시대] 달라진 자기개발 그리고 세상

트렌드에 주목하라

2021.09.04

달라진 자기개발

우리는 더 이상 ‘개발’에 집착하지 않는다
달라진 자기개발 그리고 세상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이 끝났다. 지금까지는 올림픽이면 금·은·동메달이 몇 개인지, 그 메달의 합계로 해서 우리나라는 참가국 중 몇 위인지 계산하며 올림픽의 성과를 평가했다. 동메달은 물론 은메달을 따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세계 4강에도 모두가 환호했다. 세상은 이렇게 바뀌고 있고, 자기개발 또한 그러하다.

글. 유제이(칼럼니스트)

메달 획득 실패가 아닌 기록에 성공했다
“동메다알! 동메달입니다!” 여자 기계체조 여서정 선수가 도마 종목에서 3위가 확정되었을 때,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가 동메달을 부르짖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올림픽을 봤는데 동메달로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남자 육상 높이뛰기 4위 우상혁 선수의 성공도 소리 질러 기뻐했다. 은메달에도 침울해했던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폐회식 날, 한 방송사 영상에는 이런 자막이 달렸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놀라운 기록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자기개발 분야의 베스트셀러에서도 보인다. 이전까지의 자기개발서는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거나 부자 되는 법, 직장에서의 처세술 등을 알려주는 책들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기개발 분야의 베스트셀러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격려하는 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자기개발서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글로벌 회사 수석 디자이너가 방송과의 인터뷰를 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고 생각하며 좀 더 넓은 물로 옮기기 위해 자신을 닦달했지만 문제는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개구리인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이었다. 바다 개구리는 없는데, 스스로가 개구리임을 부정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니 ‘나 개구리야. 개구리가 어때서?’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나서 좀 더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사내에 공유하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지지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직장인 곳이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의 삶에, 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성공을 바라는 삶에서 상처받고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요즘은 사람들이 최선을 넘어 죽을힘을 쏟아부으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경쟁은 무섭도록 치열해졌고, 대충 살면 사회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산다. 그냥 ‘남들만큼’이라도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 때문인지 극도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아졌다.
사람들의 목표가 성공에서 행복으로 바뀐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행복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공이 주는 행복을 좇아 자기개발을 하는 것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지친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면서 현재가 주는 행복을 찾고 있다.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한일전 마지막 세트. 김연경 선수의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 와닿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가 좋아야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 없이 도전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금메달만이 가치 있는 결과가 아니라 세계 4강이라는 성적도 대단하고 멋지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푸른 나무가 우거진 산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높은 아파트를 짓는 것만이 개발이 아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산이 주는 위안을 발견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산을 즐길 수 있도록 둘레길을 만드는 것도 개발이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숨을 허덕이며 오르는 것도 좋지만 멈춰선 곳의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 자기개발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김연경 선수는 자신의 SNS에 조지 버나드 쇼의 명언을 적었다. 이것이 요즘 자기개발의 트렌드 아닐까?
“성공은 당신이 서 있는 위치가 아니라 당신이 바라보는 방향이다.”

"트렌드에 주목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