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인문학] 살살 녹는 부드러운 푸딩

트렌드에 주목하라

2020.09.04

살살 녹는 부드러운 푸딩

젤리보다 부드럽고 요거트보다 달콤한 푸딩에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져 온다. 첫 번째는 거친 바다 선원들이 즐겨 먹던 디저트라는 설이다. 16세기 말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영국과 네덜란드 등이 중심을 이룬 대항해 시대에 바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선원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식량이었다. 항해를 떠날 때 충분한 식량을 갖고 떠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배 안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만 했던 것. 길고 긴 항해의 막바지에 이를 때쯤 선원들의 음식을 담당하던 선박 요리사가 밀가루와 우유, 쿠키 등 남은 재료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푸딩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크리스마스로부터 시작됐다는 설이다. 영국에서는 보통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푸딩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때 푸딩 반죽에 은화를 넣어 은화가 들어 있는 푸딩을 먹으면 행운이 깃든다고 믿었다. 일부에서는 ‘블러드 소시지’라고도 불리는 ‘블랙 푸딩(Black pudding)’이 원조라고 주장한다. 피를 굳혀 만드는 이 푸딩은 소 창자에 피, 고기, 오트밀 등을 채워 익혀 먹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하다.
여러 유래만큼 재료에 따라 푸딩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계란과 설탕, 우유를 섞어서 만드는 커스터드 푸딩이 가장 대표적이고, 쌀을 넣어 끈기 있게 만드는 라이스 푸딩, 과일을 넣고 쪄서 만드는 플럼 푸딩, 빵이나 케이크의 층을 쌓아 올려 만든 캐비닛 푸딩까지 여러 형태로 나뉜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과 부드러운 식감에 멈출 수 없는 디저트지만, 푸딩은 보통 200~250kcal의 높은 열량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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