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인문학] 겨울은 붕어빵을 품는 계절

트렌드에 주목하라

2020.01.09

붕어빵

겨울은 붕어빵을 품는 계절

겨울에 현금 몇 천원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센스는, 붕어빵 좀 사먹겠다고 수수료 내가며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인생의 진리다.
애초부터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줄로만 알았던 붕어빵은 그러나 사실은 일본에서 왔다. 19세기 말 ‘나니와야’라는 가게가 처음 도미 모양으로 만든 것에서 비롯된 것인데, 당시 도미가 정말 귀했기 때문에 빵으로라도 흉내 내 먹던 서민 음식이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 영업 중이라고 하니 원조 도미 빵의 맛은 또 어떨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떻게 귀한 도미가 붕어로 전락한 것일까? 1930년대 우리나라로 들어올 당시, 비싼 도미에서 친숙하고 흔한 붕어로 탈바꿈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무엇이든 사람을 거치고 국경을 넘으면 그 실정에 맞게 변형되는 법인데 딱 붕어빵에도 적용된 셈이다.
잘 반죽된 밀가루와 달콤한 팥이 퐁당 퐁당 붕어 틀 안에 들어가면 익을 때까지 시선이 고정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붕어빵을 굽는 장인의 빠른 손놀림에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고나 할까. 노릇하게 구워진 붕어빵이 잘 접힌 노란 종이에 담겨 기다리던 이에게 순서대로 배급될 때마다 붕어빵 주인도 아닌데 내가 다 뿌듯한 이유는 아마도 일이 착착 진행되는 걸 바로 눈앞에서 확인하는 쾌감일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앞사람이 붕어빵을 전달받고 곧 내 차례가 다가오면 그제야 추운 바람에 코끝이 찡함이 느껴진다. 아이처럼 코를 훌쩍이며 받아든 붕어빵의 그 따끈한 손맛이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테지만 그래도 붕어는 붕어니까. 함께 나눠먹을 사람이 있다면 품 안에 쏙 넣어 돌아가는 길 내내 가슴팍이 따끈해짐을 누구나 경험해봐서 알 것이다.
역사로 보나 맛으로 보나 추억으로 보나 붕어빵은 단연코 겨울 간식 중에 제일이라. 퇴근길에 멀리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어서 뛰어가서 줄을 서도록 하자. 분명 경기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거나 아니면 붕어빵 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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