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오디세이] 달콤 쫄깃한 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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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오디세이] 달콤 쫄깃한 호떡

2019.12.04

겨울철 호호 불어먹어야 제맛

달콤 쫄깃한 호떡

글. 박민우(칼럼니스트)

얼마 전 SNS에 ‘우리가 주머니에 늘 천원 한 장을 품고 다녀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과 함께 호떡 사진이 올라왔다. 호떡은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법. 이 달에는 군침 도는 호떡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랑캐가 먹던 음식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호떡.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막 만든 호떡을 호호 불어 입에 넣으면 추운 겨울을 녹일 듯한 달콤함과 쫀득함이 혀끝에 전해진다.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하나에 천 원, 세 개 이천 원 정도 하니 여전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겨울 간식이라 할 수 있겠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달콤한 호떡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호떡은 오랑캐라고 불리던 중국 서북쪽 유목민에게서 전해진 음식이다. 당시 호떡은 오랑캐 ‘호(胡)’에 떡 ‘병(餠)’을 써서 호병(胡餠, 후빙)으로 불렸는데, 여기서 병은 곡물 가루로 한 반죽을 화덕에 구운 음식을 말한다. 호떡은 한나라 때 중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영제(중국 후한의 제12대 황제)는 서역의 옷을 입고 호떡을 먹었으며, 황실의 친척과 귀족들이 그의 모습을 따랐다고 전해진다. 호떡에 대한 기록은 당나라 때 유독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당시 시대 분위기와 관계가 있다. 당시 당나라는 새 문물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던 터라 호떡은 쉽게 중국 땅에서 뿌리내릴 수 있었다. 일본 승려가 당나라에서 수행하며 쓴 기행문에도 입춘을 기념해 황제가 절에 특별 선물로 호떡을 보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한국식 호떡의 탄생

그렇다면 호떡은 언제 우리나라로 들어왔을까? 「조선왕조실록」의 「태종실록」에는 참새고기 전병이, 「세종실록」에는 유백병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들 ‘병’이 중국의 호떡을 말하는 건지, 쌀로 만든 우리나라식 떡을 한자어로 표기한 건지 정확히 알 길이 없으나 이후로도 호떡에 연상시키는 역사 기록은 수시로 등장한다. 확실한 것은 조선 후기 임오군란(1882년 6월 9일 구식군대가 일으킨 병란)을 거치면서 호떡이 우리나라에 빠르게 정착했다는 점이다.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가 조선 정부의 청을 받고 병란을 진압하고자 육군 3,000여 명을 파견했는데, 이때 조선은 청나라와 중국 이주민이 조선에서 상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을 체결한다. 이때부터 중국인들이 인천항을 거쳐 대거 조선에 들어왔고 호떡을 파는 중국인이 늘면서 저렴하고 먹기 간편한 데다 맛까지 좋은 호떡이 조선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는 한국식 호떡이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미국에서 밀가루와 설탕, 기름 등의 원조를 받게 되었는데, 이런 재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만의 기름진 호떡이 탄생한다. 중국식 호떡이 화덕에 구운 호떡이라면 우리나라 호떡은 발효를 거쳐 반죽이 푹신하고 달콤하면서도 기름진 것이 다른 점이다.
찹쌀이나 밀가루 반죽에 계피 맛이 나는 흑설탕 소를 넣고 납작하게 누르개로 눌러가며 노릇노릇 기름에 튀기는 호떡.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소를 넣은 호떡들이 등장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꿀호떡부터 씨앗호떡, 야채호떡, 잡채호떡, 김치호떡, 수수흑미호떡, 불고기호떡, 치즈호떡 등 요즘 세대의 기호에 맞게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역 반경 500m 내외를 역세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호떡집+(역)세권’을 더한 ‘호세권(호떡집 반경 500m이내 구역)’이란 말도 생겼다고 한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 퇴근길에 따끈한 호떡 몇 장 사가지고 들어가면 가족들이 여러분을 평소보다 더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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