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청춘남녀를 위한 연애학개론

트렌드에 주목하라

직장인 청춘남녀를 위한 연애학개론_날마다, 연애

2018.05.02

연애를, 사랑을, 결혼을 하고 싶은데 도무지 여력이 안 되고, 피곤하기도 하고 기회도 오지 않아 올해도 친구의 결혼식에 홀로 멋쩍은 발걸음을 해야 하는 싱글남녀들에게 봄은 잔인한 계절이다. ‘연애를 안 하는 자 유죄’라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남들 다하는, 세상 쉬워 보이는 연애, 우리는 왜 안 되는 걸까?

연애를 하고 싶지만…, 소개팅도 끊어졌고 괜찮은 사람도 없다

동선이 집-회사-집-회사에 천지사방은 동성(同性)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만나는 사람들을 바꿔볼 일이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똑같은 사람들과 밥 먹고 영화보고 차 마시는데 송혜교, 원빈이 아닌 이상 지나가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같은 길거리 캐스팅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천하의 송혜교, 원빈조차 일하다 눈 맞은 사내커플이다.

그렇다. 사내연애는 가능성이 조금 더 높기는 하다. 하지만 사내연애의 경우 이별 후 리스크가 감당 안 돼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남과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만 되어있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이별 후 감내해야할 하마평(下馬評)이나 출처 불분명한 저잣거리 시시비비야 시간이 해결해준다.

꼭 사내연애를 염두에 두어서는 아니지만 회사 내 지극히 편한 복장은 삼가는 게 좋겠다. 회사 내 동료들은 세상천지 고아가 아니다. 그들에겐 언니, 오빠, 여동생, 남동생, 사촌동생, 육촌동생, 사돈의 팔촌에 건너 건너 아는 사람까지 내게 소개팅의 단비를 뿌려줄 화수분 같은 존재들이니 너무 방심하고 다니진 말자는 것, 이미지 메이킹은 회사 내에서도 유효하다.

연애를 하고 싶지만…, 피곤하고 귀찮다

하고 싶다던 연애가 귀찮고 피곤한데 인생이 살만할 리 없다. 적어도 연애칼럼니스트인 필자로서는 그렇게 진단한다. 월화수목금금금, 일주일 내내 야근에, 특근에, 일개미처럼 일하고 있지는 않은지, 방만한 인간관계로 인해 이 모임, 저 모임 개근상은 떼 놓은 당상은 아닌지…. 일상이 피곤하고 귀찮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시점에 스티븐 코비의 오래된 책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대개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은 놓친다. 가령, 독서나 공부, 운동, 의미 있는 사람들의 강연 등을 통해 내가 사는 이유, 인생의 의미, 잊어버린 꿈, 삶의 목적 등과 같은 카이로스적 시간을 만드는 일에 소홀하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이 무슨 사춘기 소녀의 낭만 같은 이야기일까 할 수 있으나 성장도 하기 전에 늙어버린 우리 마음을 회춘시키기 위해 이런 질문들은 의도적으로라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위해 짬짬이 시간을 떼어놓아야 한다. 쉼 없이 달려오다 갑자기 회사 그만두고 아프리카나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거나, 여태껏 잘 살다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거나 하는 경천동지할 결단은 아니더라도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시간의 우선순위를 내어주어야 스스로 각성할 기회, 늙어버린 마음을 회춘할 여유가 생긴다. 그 이후에라야 연애를 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마음의 토양이 만들어지고 무얼 하든 의욕도, 열정도 생기게 된다.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결혼이 하고 싶긴 한데 도무지 피곤하고 귀찮기만 하다면 도끼를 갈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닐지 깊이 생각해볼 때다.

연애를 하고 싶지만…, 확실치 않은 인연에 돈·시간 쓰는 게 아깝다

일리 있다. 컵 하나를 사도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연애는 실리적 관점에서 보면 도박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연애는 돈 낭비, 시간 낭비에 극심한 감정 소모까지 이뤄지니 낭비의 최고봉 아닌가.

5년 동안 만나던 박 군과 김 양이 어느 날 헤어졌다고 가정하자. 일주일에 한 번 5시간씩, 1회 데이트 평균 비용 5만6천원을 5년간 썼다고 친다면 5년간 1300시간, 1,456만원을 낭비한 셈이다. 몇 주 전부터 회사에서 ‘썸’ 타던 신 군과 정 양이 3주간 서로에게 할애한 10시간, 3번 본 주말 영화감상비 6만6천원, 식사비 9만원, 차 값 3만원, 나를 좋아할까, 안 좋아할까, 사귈까, 말까 고민하며 잠 못 이루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통에 지각해서 상사로부터 들은 지청구와 그 지청구로 인한 스트레스를 만회하기위한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시발 비용은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신조어)까지 한번 ‘썸’에 들어가는 비용 20만원과 10시간 가량의 시간 낭비, 말하자면 우리는 엄마 아빠의 시간 낭비, 돈 낭비, 에너지 낭비, 젊음을 낭비한 총체적 합인 셈이다. 그러니 가성비로 연애가치에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우리의 존재 가치를 폄하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연애가치를 따질 때 관점을 바꿔 가심비로 보면 어떨까. 가격 대비 성능이 아닌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가심비가 있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 기르며 가끔 봉사활동도 나선다. 가성비 제로인 관계 덕분에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그리고 성장한다. 그런 면에서 가심비 높은 연애는 해볼 만한 투자가 아닐까.

이외에도 연애를 하고 싶으나 못하는 이유를 대자면 전 세계 싱글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먼저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보자. 나는 지금 연애를 하고 싶은가. 연애에 다른 무엇을 넣어도 좋다. 나는 지금 독서를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운동을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이직을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돕고 싶은가. 나는 지금 이것을 하고 싶은가.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연애하고 싶을 때 연애하라,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라. 남녀 공히 자기 매력을 스스로 알고 갈고 닦으면 곧 만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이것을 위해 나는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은 없다.

글 조지희(「결혼공부」저자, 연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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