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무비저널리즘의 시대를 만들었나?

트렌드에 주목하라

2017.11.03

최근 <공범자들> <저수지게임> <김광석> 같은
다큐 영화가 화제다. 기자들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사안을 쫓는다는 뜻에서 무비저널리즘이라고 불리는 이 영화들은 작은 영화들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무엇이 무비저널리즘의 시대를 열었을까.

<공범자들>, 공영방송의 추락, 그 원인을 쫓는 돈키호테 기자
영화 <공범자들>의 감독은 MBC 해직 기자인 최승호 PD다. 그가 이 다큐 영화로 다루고 있는 건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진 공영방송 파괴의 10년사를 뒤쫓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공범자들>인 것은 이 사안을 주도하거나 참여했던 ‘공범자들’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내미는 형식으로 이 영화가 꾸려져 있어서다.
사실 이런 식의 인터뷰가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대부분은 인터뷰를 거부하고 때로는 마이크를 피해 도망치기도 한다. 정상적인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지 못하는 인터뷰의 연속이지만 영화는 그런 상황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통렬한 웃음과 비통한 슬픔을 공감하게 해준다.
마침 현재 벌어지고 있는 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은 이 영화의 상영과 맞물려 현 공영방송의 상황을 알려준다. 사실 방송사의 문제는 방송사가 뉴스로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언론이 해주지 못하는 사안들에 대해 기자가 감독이 되어 영화로 그 사실을 전하는 이른바 ‘무비 저널리즘’이 설 자리가 생겨난다.

기자들의 간절함,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무비 저널리즘
무비 저널리즘은 언론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기자들이 그 감독으로 나서고 있다.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그렇고(그는 <PD수첩>의 기자였다), <저수지게임>의 주진우 기자(그는 <시사IN>의 기자다)가 그러하며, 영화 <김광석>의 이상호 기자가 그렇다. 이들이 모두 기자라는 현업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감독이 되어 다큐 영화를 찍는다는 건 그 자체로 언론만의 힘으로 어떤 진실을 파헤치는 일이 쉽지 않은 우리네 현실을 말해준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어쨌든 영화관에 들어온 관객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 생각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수지 게임>을 만든 주진우 기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무려 5년째 추적해왔지만 스스로 실패했다고 말한다. 모든 정황이 있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영화관에 들어온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일 주진우 기자의 추적이 성공했다면 이 이야기는 영화관이 아닌 뉴스를 통해 보게 됐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대다수가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한 속 시원한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주진우 기자 말대로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패담이라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무비 저널리즘은 이처럼 그걸 추적해가는 이들의 간절함이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하게 남는 영화다.

우리가 무비 저널리즘의 시대를 맞았다는 건
물론 무비 저널리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걸 만든 이들이 던지는 하나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그러하듯이 현실을 소재로 담아낸 영화는 그 자체로 진실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사안의 경우에는 영화 자체가 하나의 진실로 굳어져버려 현실에 혼돈을 주는 일도 발생한다. 이상호 기자가 만든 <김광석>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문들을 제기했다. 영화가 나오고 나서 대중의 관심은 그의 아내였던 서해순 씨에게 집중됐다. 남편의 죽음은 물론이고 딸 서연 씨의 사망 소식까지 숨겨온 정황들은 이러한 의문에 불씨를 당겼다. 이처럼 무비 저널리즘의 힘은 묻혔던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는 지점에 있지만, 어떤 판결이나 증거가 확실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문제 제기는 자칫 사실 관계 자체에도 혼돈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 역시 존재한다.

우리가 무비 저널리즘의 시대를 맞게 된 건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언론이 해야 할 일을 영화가 하고 있을까. 하지만 무비 저널리즘은 어떤 사안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문제 제기일 뿐이고, 하나의 시작점일 뿐이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시작점이 있어야 결론도 가능할 테지만 말이다.

글_정덕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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